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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틱' 여자 하키, 세계를 향해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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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틱' 여자 하키, 세계를 향해 다시 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2 0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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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4연패 노리던 중국 꺾고 16년만에 정상 탈환…"이젠 본격적인 올림픽 체제"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여자 핸드볼이 8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라 환호하고 있을 때 '하키의 우생순'도 환호성을 올렸다.

한진수(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1일 선학하키구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전에서 김다래(27·아산시청)의 3피리어드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고 꿈에 바라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여자하키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무려 16년만이다.

한때 여자하키는 한국의 전략종목이었다.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인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던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부터 1998년 방콕 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했다. 그동안 한국의 제물이 된 팀은 일본(1986, 1994), 중국(1990), 인도(1998)였다.

한국 여자하키는 5연패를 목표로 했던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덜미를 잡혔다. 급성장세를 거듭해왔던 중국을 상대로 두번 싸워 모두 진 것은 충격이었다. 예선에서 0-2로 졌던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한번 1-2로 지면서 금메달을 내줬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메달 입상에 실패했다. 중국에 0-1로 진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예선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인도와 3~4위전에서도 져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도 중국의 덜미를 잡힌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적어도 지진 않았다. 예선에서 2-2로 비겼던 한국은 금메달 결정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치기에서 4-5로 져 다시 한번 우승을 놓쳤다. 중국은 3연패였다.

◆ 하키 한류 전도사 김상열 감독 영입, '중국 완전 분석'

아시아내 중국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팀인 한국이 살 길은 새판을 짜는 것이었다. 1998년 서울 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통해 은메달까지 땄던 한국 여자하키가 중국에 이어 계속 아시아 2인자로 남을 수는 없었다.

패권을 찾아오기 위해 한국 하키계는 자존심을 버렸다. 그리고 중국에 하키 한류를 전파했던 지도자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 중국이 급성장해 세계적인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출신 지도자들의 영향이 컸다. 이들의 힘이 중국을 아시안게임 3연패로 이끌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최은지(가운데), 김다래(오른쪽) 등 한국 여자하키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진행된 인천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에 대한하키협회는 지난해 김상열(59)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재영입했다. 2000년 남자하키대표팀 감독, 2001년 여자하키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그는 2004년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을 이끌고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중국 남자대표팀에 이어 2009년에 여자대표팀까지 맡았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런 그를 대한하키협회가 영입한 것은 중국을 꺾기 위해서는 중국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진수 감독은 "지난해 6월부터 김상열 감독님과 함께 하며 중국 선수들에 대해 파악을 시작했고 선수들 특징에 따라 맞는 훈련을 했다"며 "중국과 만나 경기를 잘 풀어간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과 패권을 놓고 다투는 입장에서 중국을 면밀하고 집요하게 파고 든 것이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김상열 고문은 "한국이 중국을 이기는 것이 내가 대표팀에 온 목표고 대한하키협회가 날 영입한 이유 아니겠느냐"며 "중국 선수들의 모든 습관과 기술을 알고 있으니 그 선수들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조언을 했고 그것이 경기에서 잘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 16년만의 한풀이, 부상당한 동료와 함께 한다

한진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겨서 너무 기쁜 것은 말할 것이 없다. 중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잘한 경기였는데 우리가 이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감독은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감독을 맡았는데 당시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지난 16년 동안 중국에 당하기만 했는데 이를 설욕해 기쁨이 두 배"라며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지금껏 잘해왔으니까 그대로 하자고 했다. 홈경기인만큼 16년만에 정상을 탈환해보자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러넣었다"고 말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여자하키대표팀 주장 김종은(왼쪽)이 1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진행된 인천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한 4번 김영란의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에서 중국과 맞서면서 동료애도 잊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주장 김종은(28·아산시청)은 가장 먼저 4번 유니폼을 챙겼다. 김영란(29·KT)의 유니폼이었다.

김영란은 대표팀에는 포함됐지만 부상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김종은은 이를 잊지 않고 김영란의 유니폼을 챙겨 시상대에 함께 섰다.

김종은은 "함께 훈련해왔지만 급작스러운 부상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며 "16년만에 따낸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서 유니폼을 갖고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 메달을 향한 재도약 발판

한국 여자하키는 다시 높은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당연히 2년 뒤 벌어지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로 얻었다.

한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이제 올림픽에 맞춰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6년만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여러 모로 여자 하키가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된 것 같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학핸드볼경기장과 선학하키경기장에서는 금메달 환호성을 올렸다. 여자핸드볼과 여자하키 모두 세계 정상권이었지만 침체와 무관심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종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계 정상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여자하키와 여자핸드볼 모두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얼마나 도약할 수 있느냐는 올림픽까지 남은 2년에 달렸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16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하키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진행된 인천 아시안게임 시상식 직전 태극기를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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