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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미래 키우고 떠난 故 이광종 감독, 축구인장으로 기리는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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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미래 키우고 떠난 故 이광종 감독, 축구인장으로 기리는 '방향성'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9.2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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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한국 축구의 인재가 떠났다"...제자들 애뜻한 추념 속, 축구협회 주관 첫 '축구인장'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너무나 아까운 인재가 채 꽃도 펴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28년 만에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이끌었던 고(故) 이광종 감독을 향한 안타까움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함께 피치를 뛰었던 동료부터 제자들까지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

급성백혈병으로 병마와 싸우다가 26일 별세한 고 이광종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많은 축구인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및 청소년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육성했던 공로를 한결같이 애틋하게 추억하며 너무도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것에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 故(고)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새벽 별세해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비롯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푸리), 권창훈(수원 삼성), 김진수(호펜하임), 문창진(포항) 등은 모두 청소년대표팀 시절 고인의 제자들로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주역들로 성장했다.

이 감독은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을 맡아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끌었고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16강,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선수권 우승, 2013년 터키 U-20 월드컵 8강의 성적을 차례로 올렸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무명의 선수들로 '원팀'을 이끌어 28년 만의 금메달 수확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이후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지난해 1월 태국 킹스컵 대회 도중 벽혈병 증세로 지휘봉을 더 잡지 못하게 됐다. 고인은 통원 치료와 요양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듯 보였지만 최근 급격히 몸 상태가 악화되며 끝내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 한달음에 달려온 축구인들, “한국 축구계의 별이 졌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카를로스 아르무아, 신태용, 차상광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인터뷰를 사양한 슈틸리케 감독은 슬픔에 잠겨 있는 유족들에게 “나도 아들을 떠나보낸 적이 있어서 그 심정에 공감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감독과 친분이 두텁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라는 것을 잘 안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귀중한 지도자를 먼저 떠나보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범근 2017 U-20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2013년 터키 U-20월드컵 때 중계를 맡아서 현지에 갔을 때 만났는데 이후 이광종 감독을 다시 평가하게 됐고 한국의 또 하나의 인재라고 생각했다”며 “갑자기 떠나 정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떠나보내게 됐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감독과 대학 시절에는 라이벌, 프로에서는 유공(현 제주)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 은퇴 후에는 한 목표를 바라보며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던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보 실장은 “이 감독을 잘 보내주기 위해서 협회 차원에서 담당자로 나서 신경을 쓰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고 프로팀에서는 8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이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축구인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황보 실장은 “지도자로서는 훌륭한 방향성을 갖고 후배들을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성과도 좋았다”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술위원장으로서 이 감독을 선임해 금메달 쾌거를 이뤘는데 훌륭한 지도자를 잃었다는 생각과 좋은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것이 참 아프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어 “한 달에 한 번씩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태가 호전된다는 소식을 들어서 반가웠다. 최근에 인도를 다녀와서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처음으로 해설위원을 맡아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툴롱컵에 이 감독님과 동행했다. 선수 때는 필드에서 함께 재밌게 함께 플레이했던 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며 “50대에 불과한데 벌써 떠나보내게 돼 안타깝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빛난 이광종 감독의 면모를 기억했다. 이 위원장은 “축구협회 유소년 담당 전임지도자 제도를 2000년 초반 처음 만들었는데 당시 6명의 감독 중 이광종 감독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 감독만이 유일하게 지금까지 전임지도자 역할을 이어왔다. 청소년대표팀을 거쳐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일궈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나는 오랫동안 협회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이광종 감독은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며 “최근 회복이 잘 된다고 들어서 전임지도자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상당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도 안타까움에 말을 잇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통화를 할 만큼 좋아했던 선배님이라고 말한 서 감독은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정말 아프다. 한국 축구계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소년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계에 한 획을 그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셨다. 팀을 잘 만들어 좋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최근 통화를 하면서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울컥했다.

전날 연제민(수원), 심상민(서울 이랜드), 황의조, 김동준(이상 성남FC), 이창근(수원FC) 등 이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 빈소를 찾아 눈물을 훔친 가운데 이날은 홍정호(장쑤 쑤닝)와 장현수도 중국 리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옛 스승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이 감독을 보필했던 이운재 전 코치와 조덕제 수원FC 감독, 최문식 대전 시티즌 감독도 전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26일 향년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앞두고 이 감독의 그림과 컴백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 마음만은 곁에, 해외서도 이어진 추모 물결

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지만 사정상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은 다양하게 애도를 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날 빈소를 찾지 못했다. 지난 25일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 참석해 만장일치로 AFC 부회장에 선임된 후 현지에서 공식활동을 곧바로 시작했기 때문. 비보를 전해들은 정 회장은 협회를 통해 대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광종 감독의 별세 소식에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고 축구를 떠나기에는 너무 유능한 지도자였다”며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굳게 믿고 있었고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갖고 완쾌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고인은 한국 유소년 축구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수많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키워냈으며 참가하는 대회마다 호성적을 거두는 훌륭한 감독이었다”며 “생전에 바랐던 ‘유소년 축구 강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더욱 노력할 것이다. 유가족께도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모든 축구인과 더불어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해외에 있는 제자들은 SNS를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손흥민은 “故 이광종 감독님의 명복을 빈다”며 “17세 대표 시절, 저에게 값진 가르침과 여러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셨고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신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 토트넘 핫스퍼 손흥민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故(고)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손흥민 공식 페이스북 캡처]

김진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스승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적었다. 류승우(페렌츠바로시)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광종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사진을 올리며 “감독님의 값진 가르침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조화도 넘쳐 났다. 둘 자리가 없어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이름이 새겨진 띠만 벽에 붙여뒀지만 이마저도 붙일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정몽규 회장,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비롯해 황선홍 FC서울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 등 K리그 지도자들, 이근호(제주), 지동원, 박주호(도르트문트),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K리그 선수들은 물론이고 해외파 선수들도 조화를 보내 추모했다.

축구협회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별세한 故 민용식 옹의 경우 한국OB축구회에서 주도적으로 축구인장으로 치른 적이 있지만 협회가 주관한 축구인장은 처음이다. 축구인장은 축구협회장에 비해 한 단계 아래다. 이 감독의 경력이 다소 부족해 축구협회장을 치르기에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 하지만 협회의 지원과 추모 분위기, 규모 등은 그에 못지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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