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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14] 열아홉 비프, 청춘의 성장담 '군중낙원' 개막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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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14] 열아홉 비프, 청춘의 성장담 '군중낙원' 개막작으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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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 용원중기자] 열아홉 성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푸릇푸릇한 청춘의 아픈 성장기를 개막작으로 선택했다.

대만영화 ‘군중낙원’은 배우 출신 감독 도제 니우가 메가폰을 들고,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는 중국과 격한 대립을 보였던 1969년 대만의 군부대를 배경으로 했다.

대만의 최전선이던 금문도의 해안정찰부대인 해룡부대에 신병 파오(롼징티엔)가 배치된다. 체격조건은 좋으나 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는 곧 다른 부대로 옮겨간다. 그가 옮겨간 부대는 831 군중낙원이라 불리는 군영 내 공창이다. 정부에서 군인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공창의 매춘부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 '군중낙원'의 극중 장면

831에서 복무하는 동안 파오는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친구였던 화싱은 부대 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매춘부 샤샤와 함께 탈영을 해 바다를 헤엄쳐 중국 본토로 도주한다. 파오를 아껴줬던 특무상사 창윤샨(첸지안빈)은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매춘부 지아(첸이한)와 결혼하려는 꿈을 꾼다. 파오는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간직한 매춘부 니니(완치안)와 친밀해지고, 올드 팝송 ‘돌아오지 않는 강’을 즐겨 부르는 그녀로부터 기타를 배우게 된다.

'군중낙원'에는 비극으로 점철된 대만의 현대사가 묻어난다. 중국의 고향과 노모를 그리워하는 창윤샨의 사연은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 이산민의 아픔을 짙게 드러낸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군인들을 받으며 살아가는,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주렁주렁 매단 매춘부들의 일상은 숨통을 턱 막히게 한다. 군대 내 공창 운영이라는 비윤리적 행태와 부대에서의 폭력적인 가혹행위는 1960~70년대 대만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133분 동안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는 제목 ‘군중낙원’이 암시하듯 어둠 속에서의 한줄기 빛을, 절망 속에 피어오르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감독은 군부대 내 공창조차 비극과 희극, 낭만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그려낸다. 시대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허우적대지만, 한번 흘러간 강물(삶)은 돌아오지 않으며 인간은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는 내용이 영화 전편을 어루만진다. 어리바리한 청년에서 ‘군중낙원’의 시간을 거치며 강건한 남성으로 성장하는 파오의 모습은 대만 그리고 한국의 관객들에게 바투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군중낙원'에서는 허우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등이 주도했던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기록영화처럼 담담하고 사실적인 묘사, 감독 개인의 경험 속에서 민중의 생명력을 다룬 뉴웨이브 영화처럼 공감 가는 주제의식,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담백한 분위기가 도드라진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직전 주요 등장인물들이 담긴 3장의 흑백사진이 스크린에 떠오른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실체가 모호한 3장의 사진은 다시금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환기시킨다. 힘겨운 시절을 버텨온 것만으로도 삶은 찬란하다는 사실을.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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