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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만리장성 넘어 '응답했다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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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만리장성 넘어 '응답했다 1994'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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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아시안게임 5연속 패배…여섯번째 도전만에 만리장성 정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응답하라 1994' 한국 여자농구가 확실하게 20년 전의 부름에 응답했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에 우승이었다.

그것도 다섯번 도전해 모두 졌던 숙적 중국을 상대로 여섯번째만에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위성우(43·우리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변연하(34·KB국민은행)가 16득점, 신정자(34·KDB생명)이 14득점, 김단비(24·신한은행)가 13득점을 올린데 힘입어 난적 중국을 70-64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일본을 77-7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20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탈환했다.

▲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전에서 이겨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제공]

무엇보다도 '만리장성'을 넘은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1984년 LA 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아시아 최강의 위치를 자랑했던 한국 여자농구에게 중국은 엇비슷한 라이벌이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도 예선에서 중국을 103-73, 30점차로 물리치는 등 중국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히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5연패를 당했다. 방콕 대회 4강에서 73-80으로 지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한국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1974년부터 1994년까지 6회 연속 금메달 또는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처음으로 '2강'에서 밀려났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도 예선에서 71-82로 중국에 졌던 한국은 결승에서도 중국에 76-80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우승을 내줬다.

▲ 변연하(왼쪽)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전에서 골밑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제공]

2006년 도하 대회에서도 4강에서 만나 53-77로 완패한데 이어 일본과 3~4위전에서도 70-74로 지는 바람에 사상 첫 메달입상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만나 64-70으로 졌다.

중국에게 아시안게임에서 5연속 패배를 당한 한국에게 인천 대회는 기회였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여자농구선수권이 비슷한 시기에 열린 것이 호재였다. 중국은 세계선수권에 집중했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을 노렸다. 대신 세계선수권은 1.5군 성격의 선수를 내보내며 대표팀을 이원화했다.

여기에 만년 꼴찌 우리은행을 2년 연속 챔피언으로 만든 위성우 감독의 용병술과 지도력도 눈부셨다. 위성우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들을 불러모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조직력을 맞췄다. 아예 일찌감치 모든 포커스를 결승전이 열리는 '10월 2일'에 맞췄다.

위성우 감독은 '스피드 농구'에 초점을 맞췄다. 위 감독은 훈련을 하면서 "세계 농구의 흐름이 빠른 농구로 가고 있다. 중국에 비해 신장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중국 선수들을 수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며 4쿼터 40분 내내를 뛰어도 지치지 않는 몸상태로 만들었다.

▲ 변연하(가운데) 등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제공]

위 감독의 생각은 옳았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는 1, 2쿼터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중국이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2쿼터까지는 33-35로 뒤졌지만 3쿼터에는 오히려 54-52로 앞섰고 4쿼터에는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점수차를 벌려갔다.

한국 여자농구가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숙제는 많다. 일단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1.5군을 투입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경기를 어렵게 이겼다. 중국이 1군을 그대로 투입했다면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

여기에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이번 대표팀 가운데 30대 이상 선수가 변연하, 신정자를 비롯해 이미선(35·삼성생명), 임영희(34), 강영숙(33), 양지희(30·이상 우리은행), 하은주(31), 곽주영(30·이상 신한은행) 등 전체 12명 선수 가운데 8명이나 된다.

위성우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조직위원회 인터뷰에서 "이젠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여자프로농구의 1세대들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시기"라며 "중국은 선수층이 두꺼워 부럽다. 어린 선수들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이 아시아 3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 은퇴를 하는 변연하는 "20년만에 금메달을 따서 영광이다. 금메달을 따고 대표를 그만두게 되어 기쁘다"며 "15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생활했는데 이번 대회가 가장 잘 준비한 것 같다. 지난 14년 동안 부담이 없었지만 이번은 마지막이라 부담이 컸는데 금메달을 딴 지금은 시원섭섭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미선(가운데)와 김단비(왼쪽) 등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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