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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5세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차준환이 '평창 로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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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5세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차준환이 '평창 로드' 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0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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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시즌 주니어그랑프리 2회 우승, 파이널 진출…오서 코치 지도받으며 기량 급성장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새로운 기대주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자가 아닌 남자다. 

차준환(15·휘문중)이 남자 싱글에서 김연아(26)에 이어 11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차준환은 8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벌어진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70.86점, 프로그램 구성 72.86점을 받아 합계 143.72점을 기록했다.

▲ 차준환이 8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끝난 2016~2017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3차 대회에 이어 두 차례 출전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사진=갤럭시아SM 제공]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6.82점을 받았던 차준환은 최종합계 220.54점으로 콘라드 오르젤(캐나다, 196.30점)에 24점 앞서 3차 대회에 이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 시즌에 두 차례 출전할 수 있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모두 우승한 것은 2005~2006 시즌 김연아 이후 11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김연아의 나이도 15세였다.

◆ 데뷔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제패, 파이널서도 우승 가능할까

그러나 차준환의 기록은 김연아보다 훨씬 뛰어나다.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두번째 시즌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반면 차준환은 데뷔하자마자 대기록을 달성했다.

김연아는 주니어 첫 시즌인 2004~2005 시즌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차지한 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챔피언이 바로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던 아사다 마오(일본)였다. 김연아는 그 다음 시즌에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파이널에서 사와다 아키(일본)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후 김연아는 2006~2007 시즌 시니어 대회에 참가,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나이 제한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전성기를 열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피겨 여제'가 됐다.

차준환은 김연아가 걸었던 길보다 1년이 더 빠르다. 김연아가 데뷔 시즌에 거두지 못했던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회 우승을 데뷔 시즌에 달성했기 때문이다.

▲ 차준환(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끝난 2016~2017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갤럭시아SM 제공]

차준환은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눈부신 기량 발전을 이뤘다. 두 번의 대회에서 얻어낸 점수가 무려 460.01점이나 된다. 역시 2번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알렉산더 사마린(러시아, 462.62점)과 비교해 큰 차가 나지 않는다.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번의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사마린과 차준환 등 2명에 불과하다. 파이널이 차준환과 사마린 2파전으로 좁혀지는 이유다.

이와 함께 차준환은 2014~2015 시즌 이준형(20·단국대)에 이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 출전하는 역대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러나 차준환은 이준형보다 더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차준환은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연아가 오서 코치를 만나 잠재력을 폭발시켰듯 차준환 역시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점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국내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인 220.40점을 받았던 차준환은 지난 2월 릴리함메르 유스동계올림픽에서 198.50점을 받으며 5위에 올랐고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07.11점으로 7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이때보다 20점 이상 점수를 높이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 '미스터 트리플 악셀' 오서 코치의 지도,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를 높이다

차준환이 이처럼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게 트리플 악셀 대신 트리플 연속 컴비네이션 점프를 장착시켰지만 차준환에게는 트리플 악셀을 집중 지도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차준환의 트리플 악셀은 점차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까지 익히고 있다. 지난 3차 대회에서 쿼드러플 살코로 가산점(GOE) 2.00점까지 더하면서 자신의 최고점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차준환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79.34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160.13점을 받으며 최종합계 239.47점을 받았다.

그러나 차준환은 7차 대회에서 부상이 있어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가 완벽하지 못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했던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수 부족이 나오면서 점수가 다소 떨어졌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쿼드러플 살코 대신 싱글 살코가 됐고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수 부족이 나왔다.

이 때문에 3차 대회보다 점수가 낮아졌지만 우승을 차지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부상을 없애고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오는 12월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차준환의 목표는 당연히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만 있지 않다. 김연아처럼 평창 동계올림픽과 나아가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넘본다.

▲ 차준환(가운데)은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왼쪽)와 만나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를 높이고 쿼드러플 살코까지 장착하면서 주니어 데뷔 시즌에 그랑프리 2개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사진은 8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끝난 2016~2017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 우승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차준환. [사진=갤럭시아SM 제공]

오서 코치는 차준환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을 통해 "차준환이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평창에서 5위권까지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차준환이 겨우 17세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빠른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또 2022년이면 차준환은 21세가 된다. 김연아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20세였다. 차준환의 전성기는 베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차준환은 갤럭시아SM을 통한 동영상 인터뷰에서 "프리 스케이팅에서 오른쪽 다리에 부상이 있었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부상없이 잘 훈련하겠다. 또 다음주 전국남녀랭킹대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5세 차준환의 '피겨 황제'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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