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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모지 개척한 피겨여왕 김연아, 최연소 '한국스포츠 영웅'으로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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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모지 개척한 피겨여왕 김연아, 최연소 '한국스포츠 영웅'으로 빛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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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서 금-은메달 획득, 수많은 '연아 키즈' 만들어내…2011년 제정 후 역대 최연소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피겨 스케이팅과 맞지 않는 놀이공원 아이스링크에서 점프를 하느라 고관절(엉덩이 관절) 부상을 늘 달고 살았고 발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 부츠 때문에 한때 운동을 포기하려까지 했다. 또 세계대회에 나갈 때면 좁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서 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그의 화려함만 보고 환호했다. 그 누구도 그 뒤에 숨겨진 눈물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눈물은 결국 화려한 꽃을 피우는 씨앗이 됐다. 황무지, 사막과 같은 '피겨 불모지'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김연아(26)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는 당당히 대한민국 스포츠의 영웅이 됐다.

▲ 김연아가 18일 대한체육회로부터 2016 한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됐다.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에서 세계 피겨 역사를 새로 쓰고 한국 스포츠 역사를 바꾸며 가장 위대한 스포츠 영웅이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대한체육회는 18일 "지난 5일 열린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를 통해 위원회의 정성평가와 국민지지도 정량평가 결과를 심의한 결과, 1위에 오른 김연아를 2016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김연아를 비롯해 프로레슬링 전설인 고(故) 김일 선생, 베를린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사건을 주도한 고(故) 이길용 동아일보 기자, 박세리, 박찬호, 차범근 등 6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이어 국내 스포츠발전 공헌도와 국위선양 공헌도, 사회적 역할모델로서의 상징성, 환경적 제약 극복 등 정성평가와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지지도 조사를 함께 실시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김연아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다음달 23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 예정이다.

◆ 불모지에서 피어난 화려한 꽃, 한국 스포츠 최고의 영웅

김연아는 2011년 스포츠영웅이 제정된 이후 역대 최연소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한국의 스포츠영웅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故)손기정, 해방 후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역도의 고(故) 김성집, 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자인 서윤복, 한국스포츠 근대화의 토대를 다진 고(故) 민관식,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레슬링의 장창선,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박신자,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이고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킨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및 대한체육회장이 선정됐다.

김연아가 한국 스포츠에 남긴 업적은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의 정성평가 항목인 국내 스포츠발전 공헌도와 국위선양 공헌도, 사회적 역할모델로서의 상징성, 환경적 제약 극복 모두 역대 스포츠 스타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 한국 피겨는 물론 스포츠 역사는 김연아 전과 후로 나뉜다.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피겨 종목을 김연아가 개척함으로써 한국 동계스포츠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사진=스포츠Q(큐) DB]

김연아의 탄생 전만 해도 한국 스포츠에서 피겨스케이팅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세계 무대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수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부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김연아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주니어 때부터 세계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를 비롯해 4대륙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석권, '올 포디엄' 신화를 썼다.

김연아의 큰 목표는 역시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이었다. 피겨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김연아는 메달을 따면 좋겠다는 욕심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꿈은 현실이 됐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피겨 여왕'으로 대관식을 가진 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박소연, 김해진 등 후배들과 함께 출전해 은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링크에서 퇴장했다.

방상아 피겨 해설위원은 "한국 피겨는 물론이고 한국 스케이팅 역사를 보더라도 김연아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며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동계 종목에 대한 지원이 하계 종목에 비해 너무나 부족했다. 김연아가 있음으로 동계 종목이 사랑을 받게 됐고 동계 올림픽까지 유치함으로써 발전의 기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기틀-연아 키즈 만들어내며 피겨의 선구자

또 김연아는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2전 3기' 유치를 이룩하는 데 김연아의 활약이 컸다. 직접 자신이 브리핑까지 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알렸다. 2번이나 유치에 실패했지만 독일 뮌헨 등 쟁쟁한 후보를 가볍게 제치고 단 1차 투표만으로 '삼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연아의 공이 컸다.

▲ 김연아의 성공으로 한국 피겨는 '연아 키즈'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600여명의 연아 키즈는 자신도 '제2의 김연아'가 되겠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피겨를 시작한 유영도 대표적인 연아 키즈다. [사진=스포츠Q(큐) DB]

김연아는 스포츠 선수로서뿐 아니라 유명인으로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수익을 불우이웃이나 아이티 지진피해 난민들에게 쾌척하는 등 나눔 활동에 앞장섰다. 김연아는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선수가 됐다. 어쩌면 그가 스포츠영웅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연아 키즈'가 탄생한 것도 김연아의 업적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함께 출전했던 박소연과 김해진 모두 김연아의 활약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2010년만 해도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이었던 박소연과 김해진은 어느덧 대표팀의 최고참이 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또 한국 여자 싱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유영은 김연아의 화려한 연기에 매료돼 피겨를 선택했다. 아빠의 사업 때문에 싱가포르로 건너갔던 유영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를 보면서 피겨를 하겠다고 졸라 엄마와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여자 싱글의 유망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바라본다.

이밖에 수많은 연아 키즈가 지금도 빙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피겨 선수는 남자 41명과 여자 591명 등 모두 632명에 이른다. 2007년만 해도 연맹에 등록된 피겨 선수는 237명에 불과했다. 김연아가 활동하면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한국 피겨의 수준도 그만큼 올라갔다. 차준환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김연아에 이어 두 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석권의 기록을 세웠다. 차준환은 어느덧 '남자 피겨의 김연아'로 거듭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녀 싱글은 물론 페어와 아이스댄싱까지 4개 종목에 모두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차준환의 기량 급성장으로 내심 메달도 욕심내고 있다.

방상아 해설위원은 "세계적으로도 김연아에 근접할 선수는 나오기 힘들다. 그만큼 김연아가 국내외적으로 피겨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며 "국내에 김연아처럼 되겠다고 피겨를 시작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하는 일만 남았다. 김연아가 만들어놓은 자산을 어떻게 이어가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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