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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원석 감독이 말하는 드라마 '미생'① "사소해 보이지만 치열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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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원석 감독이 말하는 드라마 '미생'① "사소해 보이지만 치열한 일상"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0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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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드라마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낙하산 신입사원’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그래(임시완 분), 오상식(이성민 분), 안영이(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김동식(김대명 분), 한석률(변요한 분) 등이 무역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의 직원을 이루며 직장인의 치열한 삶을 보여줄 예정이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오는 17일 오후 8시 40분 첫 방송을 한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이다. 원작이 네티즌의 호평 속에 인기리에 연재된 만큼 드라마화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미생'을 연출하는 김원석 감독은 앞서 엠넷 '몬스타', KBS2 '성균관 스캔들' 등을 연출했다. 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생’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에게 드라마 ‘미생’에 대해 들었다.

▲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 김 감독은 앞서 드라마 '몬스타', '성균관 스캔들' 등을 연출했다.

1. '미생' 바둑 용어. 바둑에서 집이 살아 있지 못한 상태. 이를 빗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를 뜻한다. 같은 제목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 원작.

2. 왜 '미생'일까= 드라마 연출을 하다보니 항상 하던 얘기를 되풀이하게 됐다. 있을 법하지 않고, 나조차 와닿지 않는 얘기들. 공감을 많이 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회사에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미생'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면 설득이 쉽겠단 생각이 들었다.

3. ‘미생’ 드라마화, 힘들었던 이유= '미생' 원작은 구조적으로 완결된 모양새를 갖췄다. 독자들이 이미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풀기가 쉽지 않다. 섣불리 풀었다간 혼나는 거다. 원작이 구조적으로 완결되지 않은 형태라면 캐릭터만 가져오고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됐을 거다. 그러나 원작 ‘미생’은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이 함께 있다. 그런 점이 힘들었다. ‘그림이나 대사가 있으니 그대로 찍으면 되지 않나. 날로 먹는 거 아니냐’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업자들은 “힘들겠다”고 말한다. 빠져나갈 틈이 없는 거다. 사극을 찍을 때 조선시대 배경보다 고려시대 사극이 쉬운 것과 같다. 조선은 실록이라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저술된 책이 있으니까.

▲ 드라마 '미생' 출연진이 제작발표회에서 신입사원처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하늘(장백기 역), 변요한(한석율 역), 강소라(안영이 역), 임시완(장그래 역), 이성민(오상식 역), 김대명(김동식 역).

4. 원작 ‘미생’ VS 드라마 ‘미생’

원작 살렸다: ‘작아보이지만 큰 사건’= 보통의 드라마처럼 커다란 사건들 중심으로 만들어야 할지, 원작의 소소함을 살려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내가 ‘미생’의 좋은 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아주 작은 것들로 감동을 준다는 거였다. ‘미생’을 담당하는 이재문 PD가 항상 얘기하는 게 있는데, ‘가까이 가 보면 굉장히 커 보이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각자 큰 산을 넘고 있다. 멀리서 보자면 주변 사람들 눈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자기 자신에게는 큰 사건일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내용을 만들려고 했다.

원작과 다르다: 원작의 ‘지적’인 부분 자르고 감성, 코미디 넣었다= ‘미생’은 지적인 만화다. 감성도 있고 코미디도 있다. 물론 드라마가 다 가져가면 좋지만 가장 먼저 버린 건 지적인 부분이다. 드라마에서 연기로 보여줬을 때 더 재미가 살 부분은 감성과 코미디적인 부분이다. 연기자들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져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순간의 짠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

또한 ‘미생’엔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있다. 회별로 어떤 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췄다가 훅 빠지는 것에서 자유롭다. 반면 드라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흐름과, 이 안에서 다른 캐릭터들도 함께 잘 보여져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다큐적인 부분과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지적’인 부분을 줄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 김원석 감독은 "'미생'은 기본적으로 장그래(임시완 분)와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의 버디(buddy)물"이라고 말했다.

5. ‘미생’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 스크린을 통해 현실 얘기를 하고 싶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현실이 막힌 요즘의 대학생들 얘기를, ‘몬스타’의 경우는 요즘 고등학생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연출자로서는 ‘몬스타’에서의 만족도가 높았다. ‘성균관 스캔들’은 대본의 반도 구현하지 못했다. 젊은 친구들의 아름다움과 다이나믹함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는데, ‘성균관 스캔들’이 아름다움만 표현됐다면 ‘몬스타’는 다이나믹함까지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미생’ 역시 마찬가지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동적이겠냐 싶겠지만 사실 컴퓨터 작업도 가까이 다가가 보면 손이 다다닥, 하잖나.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것조차 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미생’ 드라마가 모험인 건 사실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기존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똑같이 직장에서 살아가는 얘기’라고 느낀다면 실패한 거다.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느낀다면 잘 한 것일 테고.

6. 시청자들에게 ‘미생’은= 나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게 뭔데?” 싶기도 하다. 선배들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 네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한다. 일을 굉장히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 하게 돼서 지금의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일단 먹고 사는 일이 되면 엄숙한 일이 된다. 어떤 일에 대해 죽지 못해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자세들이 ‘미생’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생각하기엔 아무것도 아닌 인생일 수 있지만 나에겐 소중한’.

‘미생’의 배경인 종합무역상사를 ‘이윤 남기는 게 최고인 장사’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원칙에 철저한 사람들도 있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되면 좋겠다. 굳이 워커홀릭이 아니더라도 술 먹고 늦게 들어가는 등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집에 소홀할 수 있다. 부부가 맥주 한 잔 하면서 ‘미생’을 보면 그런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을, 아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취재후기] ‘미생’은 직장생활을 그리기에 실제 직장 생활을 하는 ‘상사맨’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촬영 중 부서 간 부딪치는 장면을 찍다가 격해지기도 하는데, 자문위원은 “실제는 이것보다 더하다.”며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니 ‘미생’의 리얼리티에 주목해 봐도 좋을 듯싶다. 첫 시청자인 드라마 편집실의 반응 역시 좋았다고 한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디서 저런 연기자들을 데려왔나’ 물을 정도였다”고 하니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하반기 기대작 ‘미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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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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