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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U턴스타' 이동국 박주영 김보경이 멋지게 부활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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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U턴스타' 이동국 박주영 김보경이 멋지게 부활한 까닭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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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서 실패 뒤 감독 신뢰 받으며 부활…자기 존중감-목적이 있는 목표 확립이 멋진 재기의 열쇠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일반적으로 해외 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컴백 홈’을 한 선수라면 경기력과 기량이 예전만 못해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또 틀린 말이기도 하다. 국내와 해외에서 받는 몸값을 단순 비교한다면 U턴하는 것은 분명 선수에게 크나큰 실패와 상처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고 U턴 스타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냥 '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저물어가는 선수도 없지 않지만 다시 한 번 힘찬 부활 찬가를 부르며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 EPL 아스날에서 실패를 경험한 박주영은 FC 서울로 되돌아왔다. 이미 박주영은 끝났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전임 최용수 감독의 신뢰로 FC 서울에서 자리잡았고 결국 올 시즌 FC 서울의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FC 서울 제공]

특히 해외 진출이 활발한 야구와 축구 종목에서 U턴 스타들이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에는  국내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며 해외무대 재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도 있다. 이들이 해외 리그 실패를 딛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일까. U턴 스타들의 이면을 들춰보자.  

◆ 본인 노력은 당연, 감독과 구단의 전폭 신뢰가 큰 자양분

축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이동국(전북 현대)이다.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이동국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까지 두 번 해외 진출을 경험했다. 포항에서 뛰었던 이동국은 2007년 EPL 미들즈브러로 이적,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혀 EPL에 적응하지 못했다. EPL 특유의 빠르고 몸싸움이 심한, 터프한 축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심바(라이언 킹 주인공 사자 이름)인줄 알았더니 품바(라이언 킹에 나오는 돼지 이름)였다'는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닌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이동국은 2008년 여름 미들즈브러에서 성남 일화(현 성남FC)로 돌아왔지만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스트라이커라는 명성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동국이 반년만에 성남에서 퇴출됐을 당시에는 그대로 그의 축구 인생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런 이동국에게 최강희 전북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이동국이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극소수였지만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이미 최강희 감독은 조재진과 최태욱 등 여러 선수들을 '재생'시킨 경력이 있었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 구단의 전폭 신뢰 속에 이동국은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통산 192골을 넣으며 최다 골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이 가운데 이동국이 전북에서 넣은 골은 무려 128골이다. 올 시즌까지 전북에서 8시즌을 뛰었으니 시즌 평균 16골을 사냥한 것이다. 이동국은 2009년 22골을 시작으로 8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기록했다. 최강희 감독이 만들어낸 대반전에 이동국은 대표팀에도 재발탁되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후에도 이호(전북), 이근호(제주) 등 해외 리그에서 돌아온 선수들을 받아들여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는데 도움을 줬다. 전북을 거쳐 갔거나 몸담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해외 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적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이동국도 EPL 미들즈브러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성남 일화에서도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퇴출됐다. 하지만 전북 현대에 입단해 K리그의 레전드 골잡이가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동국은 지난해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을 때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동국은 "전북이라는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전북으로 불러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최강희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서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는 박주영이다. 그의 부활에는 전임 최용수 감독이 한몫 톡톡히 했다. 최용수 감독은 아스날에서 방출당한 뒤 갈 곳을 잃은 박주영을 지난해 다시 FC 서울로 불러들였다. 이미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기량 저하가 뚜렷한 것이 분명했는데도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의 영입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서울 팬들도 박주영의 FC 서울 이적 과정에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박주영이 완벽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부상이 있으면 출전시간을 조절해줬다. 2년의 기다림 끝에 박주영은 올시즌 2005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한 시즌 K리그 두 자리 득점을 올리며 FC 서울에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과실은 지난 여름 상암벌에 입성한 황선홍 감독이 땄지만 그 나무를 심은 것은 바로 최용수 감독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이 부활하면 한국 축구가 잃어버렸던 자산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고 박주영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박주영도 "FC 서울 복귀라는 어려운 선택을 한 최용수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그라운드 복귀 그리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준 감독님이 있었기에 부활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 부활이 쉽지 않은 이유, 실패 트라우마가 원인

이동국, 박주영 외에도 박지성처럼 일본 J리그를 거쳐 잉글랜드까지 진출했던 김보경(전북 현대) 역시 부활한 U턴 스타로 손색이 없다. 김보경은 2012 런던 올림픽 도중 웨일스 카디프 시티로 이적한 뒤 소속팀의 EPL 승격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경기력 저하와 함께 역시 EPL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끝내 방출이라는 칼날을 맞았다. 그러나 전북과 최강희 감독의 품으로 컴백한 김보경은 집중 조련을 받으며 올 시즌 전북을 리그 준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려놨다.

그밖에 현재 성남FC의 든든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현과 수원 삼성의 오른쪽 풀백 조원희 등도 EPL에 진출했다가 ‘컴백 홈’ 한 U턴 스타다. 이동국, 박주영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능력을 보여주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 잉글랜드 카디프 시티에서 퇴출된 김보경 역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K리그로 돌아왔다. 김보경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에서 부활에 성공, 대표팀에도 재승선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그러나 모두가 이들처럼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이천수(은퇴)는 공교롭게도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맛본 경우다. 이천수는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지만 현지 적응 실패로 원 소속팀인 울산 현대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이천수는 당시 김정남 감독의 신뢰 속에 2005년 울산의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천수는 2005년 MVP까지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천수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으로 이적한 뒤에는 끝이 좋지 않았다. 좀처럼 축구에 전념하지 못했고 K리그로 복귀한 뒤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수원을 거쳐 전남으로 간 뒤 이적 파동까지 겪으며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결정, 사실상 내쳐진 신세가 됐다. 겨우 인천을 통해 K리그로 재복귀했지만 예전의 명성은 되찾지 못하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피치를 떠났다.

안정환(은퇴) 역시 부산에서 활약하다가 이탈리아 세리에 A를 비롯해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저니맨'으로 K리그에 컴백했을 때 적지 않은 나이 탓에 과거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원 2군에서 뛰었을 때는 일부 몰지각한 팬의 가족 조롱에 싸움까지 벌였다. 

프로야구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윤석민(KIA)을 비롯해 김병현(전 KIA) 등 일부 선수들이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과거 정민태, 이종범, 정민철처럼 일본에서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로 되돌아와 맹활약한 경우는 있지만 최근 들어 오히려 실패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U턴 스타의 명암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U턴 당시 노쇠기로 접어들어 힘을 못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해외무대 적응실패라는 상처로 좌절하는 경우는 없지 않다.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선수 재기의 3대 요건으로 ▲ 자신의 부진 원인을 어디로 돌리느냐 ▲ 자기 존중감 ▲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목적의 명확성을 든다.

▲ 이천수는 잦은 해외 리그 진출과 K리그 유턴을 경험했다. 2005년 스페인에서 울산 현대로 돌아왔을 때는 MVP에 선정됐을 정도로 맹활약했지만 이후 두 번의 K리그 유턴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김병준 교수는 "자신이 해외 리그에서 실패해 돌아온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재기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며 "해외 리그에서 적응 못했던 이유를 '내가 어느 것이 좀 부족했구나. 훈련 때 이를 보완해서 더욱 큰 선수가 돼야겠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발전하지만 '역시 나는 안되는 구나'라는 부정적인 사고에 휩싸이면 그대로 무너진다"고 진단했다.

또 김 교수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느냐가 바로 자기 존중감, 즉 자존감이다. 해외 리그에서 실패한 선수들을 보면 자존감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날 수는 있어도 그 핵심까지 다치는 경우는 없다"며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역경을 극복하겠다는 정신력을 발휘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생한다. 물론 선수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 특히 감독 등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교수는 "모든 선수들이 더 잘해야겠다는 목표, 메달을 따야겠다는 목표를 세우지만 왜 그것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목적도 함께 생각해야만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가치를 분명하게 생각해야만 정신력이 흔들리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점점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그만큼 U턴 스타들도 증가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그들의 향후 행보는 팬들의 또다른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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