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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까르페디엠', 김종 전 차관 협박보다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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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까르페디엠', 김종 전 차관 협박보다 더 강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2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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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무대 뛰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기업 후원계약-교수 자리 제의 귀에 안들어와"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사실 어떻게 하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기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만났을 때도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박태환(27)이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 여부에 대해 마음고생을 했던 것에 대해 털어놨다. 물론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른 기쁨을 더 말하고 싶어했다. 올림픽 이전에 있었던 일, 김종 전 차관과 만났던 일에 대해서는 구태여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 박태환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김종 전 차관의 협박과 회유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아시아수영선수권 남자 100m 결선 레이스 뒤 기뻐하고 있는 박태환. [사진=아시아수영선수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태환은 21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종 전 차관과 만났을 때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김종 전 차관이 뭔가 얘기를 나누기에는 내게 너무 높은 사람이라 긴장을 많이 했고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오직 올림픽에 뛰고 싶은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을 석권하며 4관왕을 차지했다. 50m는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400m 계영에서 동메달 하나를 추가해 메달 5개를 획득했다. 이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도 여기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어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 오랫만에 시상식에서 애국가도 듣고 금메달도 따서 기쁘다"며 "훈련의 일환으로 생각했는데 기록이 잘 나왔다. 보름 뒤에 또 다른 대회가 있는데 다시 한번 애국가를 울리고 싶다"고 선수로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종 전 차관의 얘기에 대해서는 다소 표정이 굳어지는 듯 했다. 박태환은 김종 전 차관과 만남에 대해 "올림픽을 출전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종 전 차관을 만나 얘기를 나눴을 때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 책임에 대한 언급이 나와 무서웠다"며 "그래도 선수로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워낙 긴장돼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 선발전부터 목표가 컸고 기록도 잘 나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키우던 시기였다. 좀더 훈련을 잘하고 집중하면 선발전 때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나올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올림픽에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기업 후원이나 교수 자리에 대한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박태환(가운데)은 김종 전 차관과 만남에 대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얘기가 나와 두렵기도 했지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 하나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아시아수영선수권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는 박태환. [사진=아시아수영선수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또 박태환은 "워낙 긴장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이런 문제가 얘기가 많이 오르내리면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며 "나는 그저 선수로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고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기자회견도 어떻게 해서 성적이 잘 나왔느냐에 대한 것만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결국 박태환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열정과 열망으로 김종 전 차관의 협박과 회유를 이겨냈다는 얘기가 된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기업후원이나 교수 자리도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까르페디엠(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으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시 '영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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