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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EBS 고전영화극장, 거장 테랜스 맬릭의 아름다운 영상 시(詩) '천국의 나날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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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EBS 고전영화극장, 거장 테랜스 맬릭의 아름다운 영상 시(詩) '천국의 나날들' 방송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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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EBS 고전영화극장에서 숨겨진 거장 테랜스 맬릭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천국의 나날들'을 방송한다.

25일 오후 11시 35분 방송되는 EBS 고전영화극장에서는 영화계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작가로 손꼽히는 거장 테랜스 맬릭 감독이 1978년 연출한 영상미학이 돋보이는 영화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이 방송딘다.

영화 '천국의 나날들' 포스터

1916년, 시카고 슬럼가의 제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빌(리차드 기어 분)은 우발적으로 공장장을 살해한 후, 연인 애비(브룩 아담스 분)와 함께 도망친다. 텍사스까지 도망간 빌은 수확철을 맞은 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젊고 병약한 농장주(샘 셰퍼드 분)는 빌과 함께 온 애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빌은 농장주가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는 애비를 여동생이라고 속이고 농장주와 애비를 결혼시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결국 애비는 농장주와 결혼하고, 빌은 애비의 오빠로 텍사스의 대저택에서 풍족한 삶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불치병이라던 농장주는 병세가 악화되어 죽기는커녕 점점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고, 애비가 점차 진심으로 농장주를 사랑하게 되며 빌과 애비의 관계도 모호해진다. 또한 농장주 역시 빌과 애비가 남매가 아닌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듬해 수확철을 앞두고 거대한 메뚜기떼가 밀 농장을 뒤덮게 됐고, 사람들은 메뚜기를 퇴치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가 불이 농장 전체로 퍼지며 잿더미가 되어버린다. 그 와중에 농장주는 빌과 애비가 같이 있는 모습에 극심한 질투를 느끼며 빌에게 덤벼들었고, 빌은 농장주와 싸우던 도중 그를 살해하며 또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된다.

영화 '천국의 나날들'은 아름다운 제목과는 달리 살인을 저지른 후 연인과 함께 도망다니는 떠돌이 노동자와 그의 연인, 그리고 부유한 농장주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적 삼각관계의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신비로운 화면연출로 한 편의 시(詩)처럼 그려내는 작품이다. 테랜스 맬릭 감독은 극도로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이런 연출을 통해 욕망과 갈망, 결합과 이합, 사랑과 증오의 충돌을 선과 악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천국의 나날들'

테랜스 맬릭 감독은 1973년 '황무지'로 데뷔한 후 5년 만에 연출한 두 번째 영화 '천국의 나날들'을 통해 단숨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감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천국의 나날들'은 프랑소와 트뤼포, 에릭 로메르 등 누벨바그 거장들의 영화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네스토르 알멘드로스 촬영감독이 햇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해질녘과 새벽녘을 엄격히 지켜 자연 풍광을 담아냄으로써 영화사상 최고의 영상미를 구현한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황금빛으로 춤추는 광대한 밀밭, 고딕 양식의 그림 같은 저택, 노을이 질 무렵의 평화로운 모습 등 카메라로 그린 풍경화 같은 장면들 위로 흐르는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음악은 작품의 품격을 더욱 높여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시적인 영상 속에 펼쳐지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상하게 하는 드라마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지만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어 1970년대 미국 영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그 해 칸영화제 감독상과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다.

테랜스 맬릭 감독은 '천국의 나날들'이 평단의 호평과 달리 흥행에서 참패하자 한동안 영화연출을 접고 은둔하다가 1999년 무려 21년 만에 다시 돌아와 전쟁의 상처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영화 '씬 레드 라인'을 연출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과작 기질은 이후로도 계속 되어 네 번째 연출작 '뉴 월드'는 6년 만인 2005년에, 다섯 번째 연출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는 또 다시 6년 만인 2011년에 완성된다. 그리고 테랜스 맬릭은 '트리 오브 라이프'로 6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테랜스 맬릭 감독은 과작에서 벗어나 2012년 벤 애플렉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출연한 '투 더 원더'를, 2015년에는 크리스찬 베일과 케이트 블란쳇,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한 '나이트 오브 컵스'를 연출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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