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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은 수원, FC서울과 '슈퍼 파이널' 이겨내고 FA컵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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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은 수원, FC서울과 '슈퍼 파이널' 이겨내고 FA컵 정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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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2차전 전후반 90분 1-2 패배…승부차기서 10-9로 이기고 6년만에 4번째 우승 트로피

[상암=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 스플릿까지 밀렸던 수원 삼성이 마지막에 웃었다. 수원이 2010년 이후 6년 만에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1-2로 진 뒤 승부차기에서 10-9로 이겨 FA컵 정상에 섰다. 수원은 이로써 김호 감독이 이끌었던 2002년과 차범근 감독의 2009년, 윤성효 감독의 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FA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출전권을 차지했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은 K리그 클래식 우승팀 FC 서울과 준우승팀 전북 현대, FA컵 우승팀 수원이 가져갔으며 K리그 클래식 3위 팀 제주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됐다.

특히 서정원 감독은 수원의 주장으로 뛰었던 2002년 FA컵 우승에 이어 감독으로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FA컵 우승을 모두 차지한 것은 신태용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이후 역대 두번째다.

또 수원은 창단 이후 팀을 이끌었던 4명의 감독이 모두 1차례씩 FA컵 정상에 서는 진기록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 K리그 클래식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전통에 따라 내년 K리그 클래식은 FC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로 시작하게 됐다.

반면 FC 서울은 2014년 이후 3년 연속 FA컵 결승전에 올랐지만 2014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FC에 승부차기에서 밀려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다시 한번 승부차기 악연을 이어가며 2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전후반 90분에서 FC 서울이 2-1로 이기면서 1, 2차전 합계 3-3이 되고 연장 전후반에서도 승패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 수원 삼성 조나탄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FC 서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도 5명까지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다. FC 서울의 곽태휘, 고요한, 오스마르, 주세종, 아드리아노뿐 아니라 수원의 산토스, 양상민, 조원희, 조동건, 염기훈도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서든데스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양팀 모두 4명씩 필드플레이어가 모두 성공시키면서 10번째 키커인 골키퍼까지 기회가 돌아왔다.

골키퍼의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가려졌다.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킥이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면서 수원에서 함성이 터져나왔고 수원 골키퍼 양형모가 이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3시간에 걸친 대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까지 FC 서울과 수원은 슈퍼매치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양보없는 접전을 벌였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무려 15장(FC 서울 10장, 수원 5장, 2장씩 받은 다카하기와 이정수 포함)의 옐로카드가 나왔다.

결승 1차전에서 이미 2-1로 이겨 부담이 덜했던 수원은 조나탄 원톱에 이상호, 권창훈, 염기훈 등을 공격 2선에 세우는 똑같은 라인업으로 나왔고 FC 서울은 경고 누적으로 빠진 데얀 대신 박주영과 아드리아노, 윤일록 등을 모두 내세웠다. FC 서울로서는 내세울 수 있는 공격카드를 선발 라인업에 '올인'했다.

어느 쪽으로도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전반 막판 선수 퇴장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20분 페널티지역 몸싸움 과정에서 나란히 경고를 받았던 수원 중앙 수비수 이정수와 FC 서울 미드필더 다카하기가 차례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

▲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2차전이 끝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서정원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전반 37분에는 박주영과 공중 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팔꿈치 가격을 한 이정수가 먼저 퇴장당했고 불과 6분 뒤 다카하기가 이종성에 대한 거친 태클로 역시 두번째 경고 카드를 받았다.

FC 서울과 수원에서 1명씩 퇴장 선수가 발생한 것은 수원 쪽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중원 장악 실패로 결승 1차전을 내줬던 FC 서울이 기대를 걸었던 다카하기의 퇴장은 다시 한번 허리 싸움 약화를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은 중앙 수비수 1명을 잃었지만 전술 변화나 선수 교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결국 수원이 후반 10분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FC 서울 김치우와 수원 장호익이 정면 충돌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이상호가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조나탄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조나탄이 오른발 터닝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1골을 잃어 2골을 넣어야만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는 FC 서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장호익과 충돌로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된 김치우 대신 주세종을 투입한 FC 서울은 이석현까지 넣으며 공격이 고삐를 조였다. FC 서울은 미드필드 경쟁에서 수원에 다시 밀리지 않게 됐고 이는 동점골로 이어졌다.

하프라인에서 왼쪽으로 빠져들어가던 박주영에게 공이 연결되면서 단독 돌파 상황이 됐다. 박주영은 골문으로 쇄도하던 아드리아노에게 어시스트를 전달했고 아드리아노가 골문 안쪽으로 침착하게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FA컵 결승 2차전이 끝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1-1이 됐지만 여전히 유리한 쪽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조나탄까지 빼며 잠그기에 나섰다. 그러나 FC 서울은 전후반 정규시간 90분 동안 쓸 수 있는 마지막 교체카드인 윤승원이 일을 냈다. 윤승원은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선언된 가운데 박주영의 오른쪽 크로스를 침착하게 헤딩골로 연결시켜 극적인 2-1 결과를 만들어냈다.

1, 2차전 합계 3-3 동률이 되면서 들어간 연장에서 FC 서울과 수원은 나란히 연장용 교체 카드로 조찬호와 산토스를 투입하며 결정적인 1골을 노렸지만 30분 내내 뜨거운 공방전에서 어느 팀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결국 2014년에 이어 2년 만에 FA컵 결승전 승부차기가 벌어졌고 10명의 키커가 나오는 팽팽한 접전에서 수원이 환하게 웃으며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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