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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원삼성 FA컵 우승, 추락 끝자락에 건져올린 '회생'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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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원삼성 FA컵 우승, 추락 끝자락에 건져올린 '회생' 전리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0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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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 추락…주력 이탈-선수 부상 속에 6년만에 트로피 차지

[상암=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역설적이게도 수원 삼성이 요 근래 가장 어려웠던 시즌에 트로피를 차지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6년 만에 대한축구협회(FA)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으로서는 6년 만에 품은 트로피이고 서정원 감독 역시 2013년 부임 이후 4시즌 만에 처음으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수원은 올 시즌 추락을 거듭했다. 더이상 '명문' 수원이 아니었다. 서정원 감독 부임 이후 K리그 클래식에서 2013년 5위에 이어 2014년과 지난해에는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정상 궤도에 올랐던 수원이었다.

▲ 주장 염기훈(가운데) 등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2016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FC 서울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자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정성룡이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로 이적하면서 주전 골키퍼를 키워야 했고 오범석(항저우 그린타운), 조성진(경찰청), 조지훈(상주 상무) 등도 이적 또는 군 입대 등으로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김건희 등 유스팀에서 성장한 신인 선수들을 어렵게 활용해야만 했다.

◆ 스플릿 라운드부터 반등…FA컵에서 수원의 면모 되찾다

물론 유스 선수들을 적극 기용함으로써 수원 삼성이 다시 탈바꿈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수원의 선수 육성정책이 아니라 지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찾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것이 문제다. 철저한 준비없이 주력 선수들의 공백을 서둘러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메우다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홍철과 염기훈 등이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수원의 경기력은 급전직하했다.

수원 삼성이 K리그에서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나 7위에 그쳤던 것도 주전들의 공백과 경기력 저하 때문이었다. 주전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좋은 경기를 치를 환경이 되지 못했다. 

또 이기고 있다가도 마지막에 동점골을 허용해 비기거나 역전골까지 내주고 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원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38경기를 치르면서 10승 18무 10패(승점 48)를 기록, 12개 팀 가운데 무승부가 가장 많았다.

▲ 수원 서정원 감독이 FA컵 우승 트로피에 찐한 입맞춤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나마 수원이 강등 위기에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스플릿 라운드에서 선전이었다.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 이전까지 치러졌던 33경기에서 7승 16무 10패에 그쳤지만 나머지 5경기에서 3승 2무를 거두며 7위로 수직상승, 잔류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스플릿 라운드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 수원이 FA컵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자신감을 얻은 수원 선수들은 FA컵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 진행된 남해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또 올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져 자존심이 추락한 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결국 FC 서울과 가진 두 차례 FA컵 결승전은 수원 삼성의 올 시즌 베스트 매치가 됐다. 수원은 결승 1차전에서 FC 서울의 중원을 완전히 장악하며 2-1 승리를 거뒀고 결승 2차전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6년 만에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 조나탄의 활약도 수원의 반등에 큰 힘이 됐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에 임대 영입된 조나탄은 FA컵 결승전 두 차례에서 모두 선제골을 넣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도 5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조나탄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정원 감독은 "진작에 조나탄이 들어왔다면 수원이 조금 더 일찍 좋은 경기를 펼쳤을 것"이라고 아쉬워할 정도다.

▲ 수원 삼성 골키퍼 양형모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4년차에 가장 힘겨웠던 시즌, 지원이 절실한 서정원 감독 5년차

서정원 감독은 이제 내년에 5년차를 맞는다. 수원 삼성 구단으로서는 서정원 감독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올 시즌 구단의 지원이 미미했고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섣불리 서정원 감독을 내칠 수도 없다. 여기에 FA컵 우승이라는 전리품까지 안았으니 더더욱 명분이 없다.

서정원 감독 이전 역대 수원을 이끌었던 3명의 감독 가운데 5년차를 맞이하는 감독은 김호 감독과 차범근 감독, 단 2명뿐이었다. 하지만 김호 감독과 차범근 감독 때와 지금의 수원은 하늘과 땅 차이다. 김호 감독과 차범근 감독의 수원은 명문 팀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을 때였다. 당시 붙여졌던 별명이 '레알 수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수원은 삼성전자가 모기업일 때와 다르다. 모기업은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명분은 스포츠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제일기획이 수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최근 드러나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허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지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하는 수원으로서는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K리그 클래식은 물론이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원도 줄고 주력 선수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K리그 클래식과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 3개의 대회를 힘겹게 치뤄야만 했던 수원이다. 만약 FA컵 우승에도 지원이 올해처럼 또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 간신히 피한 강등 시나리오가 재현될 수도 있다.

▲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이기고 6년 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샴페인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수원에서 4년째 감독을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힘겨운 적이 없었다. 핵심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수원이라는 팀을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어떻게 해야 명문팀 수원을 유지해나갈지 고민이 많은 한해였다. FA컵 우승을 계기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나가게 됐으니 이에 맞는 선수층이 갖춰져야 한다. 구단이 조금 더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수원 삼성의 FA컵 우승 주역으로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염기훈도 "수원에 몸담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즌이다. 수원에서 뛰면서 처음으로 우리 팬들이 상대팀에 응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이번 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FA컵 우승을 계기로 수원이 다시 도약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느 때보다 시련이 컸기에 마지막에 맛본 기쁨은 실로 컸다. 수원 블루윙즈의 재도약이 FA컵 우승을 지렛대로 내년에 이뤄질지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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