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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열정 불태웠기에 아름다운 패자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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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열정 불태웠기에 아름다운 패자 SK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17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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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감독 "시즌 내내 품은 사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

[목동=스포츠Q 이세영 기자] 비록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올시즌 SK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투혼은 박수받기에 마땅했다.

SK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와 경기에서 2-7로 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위 LG에 1경기차로 뒤져 있었던 SK는 넥센에 승리를 거두고 같은 시간 사직에서 열린 LG-롯데전에서 LG가 질 경우 포스트시즌행 막차에 탈 수 있었다.

하지만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전제조건인 넥센전 승리를 달성하지 못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SK 선수단이 17일 목동 넥센이 끝난 뒤 현수막을 든 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SK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은 4강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시즌 최종전까지 4강 다툼을 벌인 것이다.

올시즌 SK는 부상 선수가 넘쳐나고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빠져 최상의 전력을 갖출 수 없었다.

그 시작은 윤희상이었다. 시즌 초 급소에 직선 타구를 맞은 윤희상은 지난 5월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송광민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중수골(손날 부위)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날 이후로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고 SK는 풀시즌을 소화했다면 10승을 거뒀을 선발투수 한 명을 잃었다.

여기에 계투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박정배와 마무리 투수 박희수도 역시 부상으로 시즌 중반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정근우가 자유계약(FA)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어 약해진 야수진도 마찬가지였다. 올시즌 큰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최정이 시즌 중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해 8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많은 돈을 주면서 데려온 루크 스캇은 부상과 항명 파동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올시즌 기대 이하의 투구로 2승7패를 거두는 데 그쳤던 조조 레이예스는 6월 방출됐고 그를 대신해 입단한 뒤 9승을 올렸던 트래비스 밴와트도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종합하면 SK는 선발투수 세 명과 셋업맨, 마무리,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SK는 특유의 끈끈하고 근성 있는 야구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4강 판도를 뒤흔들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SK 선발 채병용이 17일 목동 넥센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전반기를 8위(34승49패·승률 0.410)로 마친 SK는 이날 경기 전까지 후반기 45경기에서 27승16패2무(승률 0.628)를 기록하며 5위까지 뛰어 올랐다. 가을에 강한 박정권과 김강민, 조동화 등이 타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줬고 진해수와 전유수 등 중간계투진이 제몫 이상을 해줬기에 4강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이날 넥센전이 열리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만수 SK 감독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3개월 동안 8위 언저리에 머물 때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선발로 등판하며 마지막까지 에이스 역할을 다했던 김광현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사람이 큰 일(해외진출)을 앞두면 몸을 사릴 법도 한데 프로다운 투구를 했다. 올시즌 내내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힘겨운 시즌을 보내면서 겪은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사표를 품고 있었다”며 “하위권에 처져 있었을 때 해임될 줄 알았다. 그런데 구단이 나를 계속 믿어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SK 조동화(오른쪽)가 17일 목동 넥센전에서 유격수 강정호의 태그를 피해 2루로 들어가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이날 넥센전을 끝으로 3년의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됐다. 2011시즌 도중 전임 김성근 감독 후임으로 SK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만수 감독은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뒤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비록 포스트시즌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우승만큼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성원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4강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2014년 가을, SK의 위대한 도전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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