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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실업팀 창단 꺼리는 풍토, 전국에 고작 3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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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실업팀 창단 꺼리는 풍토, 전국에 고작 39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03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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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스포츠를 꽃피우는 길]② '엘리트 스포츠 기반' 실업팀 창단 시급하다

[300자 Tip!] 실업팀은 선수들이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입을 꾀할 수 있고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장애인 실업팀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는 엘리트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는 것과 같다. 장애인 엘리트 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업팀의 창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선수들의 인내에만 모든 걸 맡길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면 분명 해결책은 있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야구 10개 팀, 프로축구 22개 팀, 남녀 프로농구 16개 팀, 남녀 프로배구 13개 팀. 우리나라 4대 프로 스포츠의 구단만 해도 61개 팀이다. 다른 종목의 아마추어 실업팀을 더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스포츠에서 실업팀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에 39개 팀이다. 한 종목이 아니라 모든 종목을 합친 숫자다. 모든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없는 종목이 더 많다. 실업팀이 단 하나라도 있는 곳은 16개 종목에 불과하다. 당연히 프로팀은 꿈도 꾸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 팀 밖에 없는 종목이 8개(휠체어펜싱, 보치아, 사이클, 스키, 아이스슬레지하키, 유도, 조정, 좌식배구)나 된다는 점이다.

▲ 패럴림픽까지 나가는데 실업팀은 고작 하나. 장애인 아이스하키인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지난 밴쿠버 대회에 이어 소치 동계패럴림픽에도 출전하며 내심 4강까지 노리지만 정작 실업팀은 강원도청 팀 하나 뿐이다. 국가대표팀도 강원도청 선수 11명에 클럽팀 소속 선수로 꾸려진다. 사진은 강원도청의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경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클럽과 상대하는 실업팀, 말뿐인 전국 최강?

실업팀이 단 한 곳만 있다면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없어 전력 상승이나 기량 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 팀의 예만 들어도 잘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에 창단된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 팀은 '전국 최강'이다. 그러나 언제나 상대하는 팀은 동호인 위주 클럽 팀이기 때문에 말뿐인 전국 최강이다.

지도자 연봉이 4200만원, 선수 연봉이 4000만원으로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수입을 보장받지만 상대할 만한 팀이 없으니 전력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강원도청은 얼마 전에 끝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9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런데 실력 차가 너무 난다. 점수 차가 10점 이상이나 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는 정도다.

이처럼 열악한데도 아이스슬레지하키는 동계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 아직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아이스하키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지만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소치 패럴림픽에서 내심 4강까지 노리고 있다.

전국에 단 한 팀 밖에 없는 아이스슬레지하키가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내다보니 실업팀이 더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소치 동계패럴림픽 대표 선수인 정승환은 "실업팀이 없으니까 경기를 해도 클럽팀 밖에 없다. 실업팀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좀 더 제대로 된 경기를 통해 기량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대표팀 선수가 17명인데 강원도청 선수는 11명밖에 없다. 나머지 6명은 클럽팀으로 채울 수밖에 없어 실력 편차가 크다. 실업팀이 하나라도 더 만들어져서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국제 경쟁력이 분명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 "홍보효과 떨어진다" 민간기업 창단에 소극적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나 각 지방 장애인체육회에서 운영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순수하게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팀은 하이원리조트 장애인스키팀과 휠라인 휠체어 펜싱팀 등 두 곳뿐이다.

이처럼 기업형 실업팀이 드문 이유는 홍보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실업팀과 프로팀이 홍보효과를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홍보효과가 떨어지는 장애인 실업팀을 구태여 운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역별로 편차가 심각한 것도 문제다. 인구 대비로 따져봤을 때 서울과 6대 광역시에 있는 장애인 실업팀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1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에 있는 팀이라고는 둘 뿐이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휠체어농구팀과 탁구팀을 운영하는 것이 고작이다. 부산 역시 부산동구청 역도팀과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수영팀, 부산지방공단 사이클팀 등 셋 밖에 되지 않는다. 대전장애인체육회가 양궁, 탁구, 수영, 육상 등 네 팀을 운영하는 것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경기도는 휠체어테니스와 유도, 휠체어펜싱, 육상, 볼링, 역도, 배드민턴, 탁구 등에 걸쳐 8개 팀으로 가장 많지만 경남과 전북, 전남, 세종시까지 아예 팀이 없는 시도도 있다.

◆ 휠체어 컬링 "패럴림픽 은메달까지 땄는데 실업팀 없어요"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컬스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로 컬링이 새롭게 조명받았지만 현재 국제 경쟁력면에서 휠체어 컬링팀이 세계 정상에 더 가깝다. 이미 휠체어 컬링팀은 지난 밴쿠버 동계패럴림픽을 통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 "우리는 이미 은메달까지 땄는데" 휠체어 컬링 선수들이 지난달 벌어진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스톤을 굴리고 있다. 휠체어 컬링은 지난 밴쿠버 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실업팀은 단 하나도 없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지만 휠체어컬링 실업팀은 우리나라에 단 한 곳도 없다. 대표선수가 모두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기대하기 힘들고 생계를 신경 써야 하니 투잡을 하기도 한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 거둔 패럴림픽 은메달이다.

지난 런던 하계패럴림픽에서 금 1, 은 1, 동 2 등을 수확한 보치아 종목에도 실업팀은 없다. 국내 휠체어 육상 대표 선수들로 국내외 대회에서 맹활약했던 유병훈, 정동호, 김규대 등도 서울북부휠체어마라톤 팀에서 대기업 금융사의 후원을 받고 훈련하다가 지원이 끊기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실업팀에 들어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체육과학연구원 이용식 박사는 "종목별로 봤을 때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종목의 경우에도 실업팀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메달 획득 또는 메달 가능 종목에 우선적으로 실업팀을 창단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장애인-비장애인 선수 같은 팀에서 훈련하면 어떨까?

홍보효과나 각종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별도 장애인실업팀을 창단하기 어렵다면 기존 비장애인 팀에 장애인 선수를 입단시키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업팀에도 '어울림'을 적용시키자는 것이다.

비장애인 유도팀을 운영하고 있는 양평군청은 시각장애 선수인 최광근을 입단시켜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최광근은 지난 런던 패럴림픽 유도 100kg 이하 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 최광근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유도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메치고 있다. 시각장애 선수인 최광근은 양평군청에 입단,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쌓아 지난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유도 100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고무된 양평군청은 지난 1월 이민재를 추가로 받아들여 장애인 선수 두 명을 보유하게 됐다. 이민재 역시 런던 패럴림픽 60kg 이하급에 출전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선전하며 동메달 결정전까지 나가기도 했다.

채성훈 감독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양평군 관계자들이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입단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처럼 보다 많은 실업팀이 장애인 선수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법은 스포츠토토 휠체어 테니스 팀이나 한국수자원공사 조정 팀처럼 지방자치단체가 팀을 운영하고 기업이 인건비를 부담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훈련장과 운동용품 제공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하고 재정적인 지원은 기업이 하게 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실업팀 창단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취재 후기] 지난해 2월까지 31개였던 실업팀은 8개월만에 여덟 팀이 더 늘어 39개가 됐다. 6년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장애인 실업팀이 다섯 곳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약적인 증가다. 이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실업팀 창단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장애인 실업팀 창단에 뛰어들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기업도 단순히 홍보효과가 나지 않는다며 꺼릴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 실업팀을 통해 어떻게 홍보효과를 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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