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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서태지 9집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 - 서태지의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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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서태지 9집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 - 서태지의 시간 속으로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1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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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자평] 레전드다운 무대장악력과 몰입감. 후배 가수들과 함께해 서태지의 '선배'적 면모 더욱 돋보여. 서태지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공연.

[스포츠Q 오소영 기자] 5년만에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돌아온 서태지가 팬들과 만났다. 1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서태지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2만 5000여명의 관객(서태지컴퍼니 집계)이 객석을 채웠다.

▲ 서태지가 5년만에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로 컴백하며 단독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18일 열었다.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훌륭한 사운드, 화려한 무대효과

무엇보다 다른 공연들과 차별화된 점은 사운드의 훌륭함이다.

이날 공연의 사운드는 밥 딜런, 마돈나, 라디오헤드, 데이빗 보위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투어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한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이 맡았다.

덕분에 무대의 소리를 객석 전체에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총 130대의 메인 스피커와 36대의 그라운드 서브 우퍼가 설치됐다. 콘서트 관계자는 공연에 앞서 "국내 역대 공연 중 관객에게 가장 강력한 사운드 충격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와이어에 연결한 토끼가 끄는 썰매가 객석 위를 날아가는 모습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화려한 무대효과도 백미였다. 이번 9집의 콘셉트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동화'다. 할로윈의 호박 모양으로 꾸민 무대, 토끼가 끄는 마녀의 썰매 등이 공중을 달렸다. 동화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무대 장치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연에 앞서서는 할로윈 분장을 한 스태프들이 객석을 돌아다니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화면 효과 또한 지루하지 않게 공연을 꾸몄다. 무대 전면의 LED는 좌우로 움직일뿐 아니라 위아래 등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 할로윈 테마에 맞춰 호박 모양으로 꾸민 무대. LED 등 무대 효과들이 화려했다.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응답하라 1994' 그 시절 기억들

서태지의 음악은 노래를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이었던 팬들이 자라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을 만큼 팬들은 20년간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당시 각자의 기억까지 가져다 준다.

공연 도입 이후 '모아이(Moai)' 등으로 연이어 노래를 이어오던 서태지의 첫 마디는 "보고 싶었어요"였다. 5년만의 컴백에서 팬과 가수가 느꼈을 감정은 같았을 터였다.
 
이날 인상깊었던 무대는 '너에게' 였다. 서태지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드라마 '응답하라1994'를 언급하며 "여러분들 얘기다. 여러분들의 꼬꼬마 시절"이라며 "'너에게'가 (드라마와 함께) 새롭게 사랑받았는데 오리지널 버전을 들려주겠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내 모든 것', '시대유감' 등 과거 히트곡을 불렀고 관객은 뜨겁게 반응했다.

공연에서 특이했던 점은 관객의 남녀 비율이 비슷했다는 것. 특정 팬층뿐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의 공연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 부분이었다.

▲ 서태지는 후배 가수 아이유와 '소격동'을 불렀다. 아이유의 청아한 목소리와 서태지의 미성이 함께 완성한 '소격동'은 객석을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으로 물들였다.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응답했다 2014' 서태지의 현재

이날 서태지는 과거 히트곡 뿐 아니라 신곡 '숲속의 파이터', '프리즌 브레이크', '잃어버린', '나인티스 아이콘' 등으로도 공연했다.

또한 후배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9집의 선공개 곡 '소격동'을 아이유와 불렀고, 래퍼 스윙스, 바스코와는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를 공연했다. 선후배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배 가수로서의 서태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바스코가 "'쇼미더머니'에서 랩과 록을 합쳐 공연했다가 손가락질받았다"고 말하니 여기에 서태지는 "이 친구들(관객)은 20년 넘게 음악에 편견이 없다"며 "1집 때부터 록, 힙합, 댄스를 다 섞었는데 좋아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스윙스 또한 "서태지 형님만큼 진정한 예술가는 한국에 없던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담아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였다.

당시 국내에 없던 음악으로 등장해 충격을 안겼던 서태지의 실험은 계속된다는 점, 그 실험에는 서태지 본인뿐 아니라 팬들이 함께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 이날 모인 관객들은 '대장' 서태지의 귀환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태지가 택하는 변화 '팬들과 함께'

이번 9집 활동에서 서태지는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예전보다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여기에 대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고 출연 프로그램에서 말하기도 했다. 공연 중 발언은 이런 변화의 이유를 말해주는 듯했다.

"시간 정말 빠르죠. 5년도 굉장히 빨리 지난 것 같고, 우리 인생도 빨리 지난 것 같아요. 여러분은 그동안 잘 살아가고 있었나요."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노래'라고 해석돼 유명했던 '너에게'에서 서태지는 "네가 아무리 지금 날 좋아한다 그래도 그건 지금뿐인지도 몰라", "세상은 분명히 변하겠지"라고 이미 20년 전 노래했다.

한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로서 신드롬을 주도했던 과거와는 달라졌지만, 서태지는 이제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팬들과 공감하고 호흡하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 '신비주의'의 커튼은 벗었을지 모르나, 여전히 그는 팬들의 '대장'이며 레전드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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