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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야구' 지향점은 시스템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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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야구' 지향점은 시스템 야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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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비전 제시...특정 선수 활약 아닌 육성시스템 통한 기초 탄탄한 팀 지향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년 전 30대의 나이에 롯데를 맡았을 때나 지금이나 내가 추구하는 것은 '시스템 야구'다."

김용희(59) SK 신임 감독이 특정 스타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니라 매뉴얼, 체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시스템 야구를 들고 나왔다.

김용희 감독은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5대 감독 취임식을 갖고 앞으로 2년 동안 SK를 기초가 탄탄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시스템 야구를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용희 감독은 취임사에서 선수들에게 가슴으로 뛰는 야구와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야구를 해주기를 당부하면서 올 시즌 막판까지 보여줬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이어 김 감독은 SK가 아직까지 인적 인프라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용희 SK 신임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

◆ 앞으로 팀 성적은 육성 시스템이 좌우한다

김용희 감독은 SK에서 2군 감독으로 있다가 올해 운영 총괄로 활약했다. 야구 현장에 있다가 잠시 유니폼을 벗고 선수들의 수급과 관리, 육성에 대한 총 책임을 맡았다. 김용희 감독은 이 과정에서 SK의 인프라가 의외로 열악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연말이면 강화도에 야구장이 완공되지만 SK의 인적 인프라는 부족하다. 아직까지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최대 과제는 역시 선수 육성"이라며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가동해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가 최근 2년 부진했는데 이를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인프라에 대한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며 "사실 선수 육성은 SK뿐 아니라 모든 팀들의 공통 과제다. 앞으로 어느 팀이 더 좋은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프로야구가 달라질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김용희 감독은 전임 감독들에 쌓아왔던 SK의 유산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김 감독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상당히 큰 경험이고 자산이다. 강병철 감독부터 시작해 조범현 감독, 김성근 감독, 이만수 감독에 이르기까지 연결됐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좋은 점은 보전을 하면서 조금 더 발전시켜서 우리 팀에 맞는 부분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어제 김성근 감독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만수 감독께도 조언을 구했다. 좋았던 부분은 SK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지켜나가려 한다"며 "항상 귀를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용희 SK 신임 감독(오른쪽)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그래도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성적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김용희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만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 주위 평가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짧은 계약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김용희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시스템 야구가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프로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2년이란 계약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년이 지난 뒤에 시스템 야구를 통해 좋은 성적이 났다면 재계약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 능력이 모자라서일테니 다른 능력있는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희 감독은 자신의 시스템 야구가 20년 전인 1994년 처음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지론임을 분명히 했다.

김용희 감독은 "40이 안된 나이에 롯데 감독을 맡았다. 어떻게 보면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많았다"며 "그러나 시스템 야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때와 변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김용희 감독이 말하는 시스템 야구는 바로 팀의 야구다. 김용희 감독은 취임사에서도 선수들의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김용희 감독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성장하는 팀의 수명은 짧다.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나가게 되면 팀의 성적은 곤두박질친다"며 "매뉴얼에 기초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처음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완성되면 그 다음부터는 팀이 갑자기 추락하는 일이 없어진다. 좋은 성적과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용희 SK 신임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의 각오가 담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감독도 공부해야 한다, 몰라서 못하면 감독으로서 큰 잘못

김용희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와 인연을 맺어오면서 단 한차례도 야구와 떨어져서 산 적이 없다. 지휘봉을 놓고 야인이 됐을 때도 꾸준히 미국을 드나들며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

김용희 감독은 "지도자는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비교적 쉬웠지만 지금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없다면 감독으로 선택받을 수 없다"며 "알면서도 안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이 있는데 감독은 몰라서 못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OB(현재 두산)에 3승 2패로 앞서있다가 6, 7차전을 내리 내줘 3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던 기억을 상기하며 당시 실패의 교훈이 자신을 더욱 공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롯데와 삼성에서 두 차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실패가 나를 더욱 공부하게 만들었다"며 "옛 문헌에 종신지우(終身之憂)란 말이 있다. 한번 인연을 맺었으면 끝날 때까지 평생 생각하는 근심거리라는 뜻인데 내게 종신지우는 바로 야구다. 내가 감독이 되든 안되든 계속 야구를 했기 때문에 끝까지 야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공부하면서 준비해왔던 것을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영광"이라며 "열심히, 최선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진심을 담는다면 이것만큼 좋은 단어도 없다. 2015년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시즌으로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용희 SK 신임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 기자회견을 통해 시스템 야구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SK, 팀의 구심점이 없다

김용희 감독은 이번 시즌을 육성총괄로 근무했지만 항상 현장에 대한 눈과 귀는 열어놓고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SK에 대한 문제점을 꼼꼼히 기록해놓고 있었다. 김용희 감독은 팀내 리더의 부재, 부상 선수의 속출, 한 시즌을 꾸준히 활약해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부재 등 세 가지 이유를 올시즌 부진의 이유로 들었다.

김용희 감독은 "현재 SK에는 리더가 없다. 감독이 팀을 이끌 수는 있지만 선수들만의 리더가 중요한데 구심점이 없었다"며 "게다가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았던데다 꾸준히 활약해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도 없었다. 벤와트가 마지막까지 기여하긴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일관성이 있는 것이 중요한데 SK는 이것이 없어 항상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는 곧 김용희 감독이 다음 시즌을 위한 3대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둘러 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더를 선정하고 체력관리와 부상관리,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신중한 선발을 하겠다는 의미다.

또 김용희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에 대한 문제도 크게 신경썼다. FA가 빠져나갈 경우 당장 전력 공백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들이 한 팀에서 계속 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봤다.

김용희 감독은 "일단 가장 중요한 선수는 역시 김광현이다. 김광현의 부재는 팀 전력에 상당히 큰 마이너스가 되는데 그의 해외진출 여부는 구단 방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구단 방침은 일단 FA를 잡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적해서 다른 팀에서 성적을 내는 것도 좋지만 한 팀에서 꾸준히 성적과 기록을 내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용희 SK 신임 감독이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투수력과 수비력, 주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소신을 말하고 있다.

◆ 투수와 수비가 최우선, 그 다음은 빠른 야구 추구

이어 김용희 감독은 다음 시즌 SK 전력 보강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밝혔다. 투수력과 수비력이 최우선이고 공격력보다 주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마운드의 보강과 함께 뛰는 야구를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김용희 감독은 "가장 주안점은 역시 체력이다. 내년에는 경기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체력관리를 잘해서 시즌 막판까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은 더울 때인 8월에 결정이 난다"며 "투수력을 계속 보강해가는 한편 좀더 빠른 야구가 필요하다. 투수력과 수비력이 먼저 보강되어야 하고 공격력 전에 중요한 것이 바로 주력이다. 뛰는 야구,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 야구의 추세이기 때문에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희 감독은 미국에서 야구 공부를 하면서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 보통 메이저리그는 선이 굵은 야구로 번트를 잘 대지 않는다는 것이 팬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세밀한 작전을 짤 때는 번트도 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용희 감독은 "지금 월드시리즈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도 필요할 때는 번트를 댄다. 미국에서 직접 야구를 지켜보면 TV를 통해 나오는 화면보다도 더 많은 작전을 구사한다"며 "물론 경기 초반에는 대량득점의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강공으로 나가겠지만 경기 후반에 한 점이 중요할 때는 번트를 댄다. 전략적인 접근하는 타이밍에서 한국과 미국 야구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김용희 감독이 다음 시즌 보여줄 야구는 마운드가 탄탄한 야구,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는 야구에 빠른 야구다. 여기에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하는 시스템까지 구축된다. 창단 15년째를 맞는 SK로서는 또 하나의 큰 변혁이다.

어느덧 감독 20년차를 맞는 김용희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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