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41 (금)
[SQ이슈] 김정남 독살에 수상한 북한, 여자축구 방북 괜찮을까
상태바
[SQ이슈] 김정남 독살에 수상한 북한, 여자축구 방북 괜찮을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21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대표팀-취재진 안전문제 대두…대한축구협회 "아직 통일부와 의견 조정 단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김정남 독살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도 비상이 걸렸다. 워낙 시국이 수상하다 보니 당장 4월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을 위해 방북해야 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안전 문제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워낙 남북관계가 얼어붙어있는데다 김정남 독살과 미사일 발사 등 여러 정세가 얽히고설키면서 방북 자체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아직 대한축구협회는 변함없이 방북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협회 관계자는 "통일부와 의견 조정단계다. 통일부에서 정세를 이유로 방북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전의 북한 행태를 봤을 때 당장 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개최지 조정을 요구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북한과 3차 예선과 최종 예선에서 같은 조에 묶였다. 방북을 해야했지만 당시 북한은 취재진 축소와 함께 태극기 게양, 애국가 제창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등의 몽니를 부렸다.

이에 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에 제소했고 결국 북한의 홈경기로 치러져야 했던 경기는 중국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려야만 했다.

지금은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당시보다 더욱 어려운 정세에 놓여 있다. 북한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를 치렀던 2008년만 하더라도 남북정세가 지금처럼 얼어붙었던 시기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태극기 게양, 애국가 제창을 허락할 수 없다는 북한의 억지에 방북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축구인은 "현재 이대로라면 여자대표팀이 북한에서 제대로 숨이나 쉴 수 있겠느냐. 아마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북한 관리의 감시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일촉즉발의 상태라면 협회가 AFC에 개최지 변경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김정남 독살이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여자대표팀을 따라가야 하는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몇몇 기자는 "우리도 잘못하면 김정남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독살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속내는 불편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북한의 정세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안전문제가 아니더라도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때처럼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을 북한이 불허할 수 있다. 2013년 북한 평양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 당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이뤄지긴 했지만 북한의 억지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협회가 예전처럼 정식으로 FIFA와 AFC에 제소할 수 있다. 북한이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을 직접 유치했기 때문에 개최지를 변경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조 편성 변경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칫 대회가 파행으로 갈 위험성도 있다.

물론 롤러코스터처럼 긴장과 대화의 강온 양면정책을 자주 구사하는 북한이, 정치·외교적인 고립과 갈등 국면을 의식해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과 관련해 예상밖의 유연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김정남 독살 사건과 관련해 이미 남한의 조작설까지 들고 나온 점을 감안하면 한치도 앞을 예단할 수 없다. 협회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