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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문라이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샤이론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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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문라이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샤이론의 목소리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2.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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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미 언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 대한 엄격한 입장을 보이며 우려를 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2017년 미국에 다시 대두한 문제는 '인종주의'와 '소수자 포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7년 아카데미에서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차지한 것은 매우 뜻깊다.

2017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문라이트' [사진 = CGV 아트하우스 제공]

'문라이트'는 흑인 소년 샤이론의 이야기다. 샤이론은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으로 고민하고 성장한다. '문라이트'는 '리틀'이라고 불렸던 아동기의 샤이론부터 마약 판매상이 된 청장년기의 샤이론, '블랙'의 이야기를 담담한 연출로 그려낸다.

'문라이트'는 사회적 차별과 폭력에 익숙해진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음울한 연출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문라이트'(달빛)이라는 낭만적인 제목처럼 샤이론의 삶은 마이애미의 바다, 바이올린 소리가 돋보이는 영화 음악으로 아름답게 표현된다.

베리 젠킨스 감독의 미장센 역시 시선을 끈다. 파스텔 톤의 배경 연출과 샤이론의 검은 피부는 대비를 이루며 '문라이트'만의 특별한 영상미를 이끌어낸다. 소년 샤이론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성장기를 영상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스타일리쉬한 베리 젠킨스 감독의 미장센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독보적인 스타일로 사랑받았던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와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한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비비드한 컬러감과 정적이면서 불안해보이는 카메라 워크 또한 왕가위 작품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문라이트'는 흑인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기를 그려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사진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아직까지 할리우드 내의 인종 차별은 실재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중 흑인 배우의 수는 적으며, 흑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적은 것이 그 방증이다. '문라이트'를 제작한 배우 브래트 피트가 과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예 12'년을 연출했지만, '노예 12년'은 과거의 불합리했던 노예제도의 폭력성을 여과 없이 관객에게 보여준 직설적인 영화였다. 그에 비해 '문라이트'는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 대사보다는 배우들의 눈빛이 돋보이는 영화다.

감독은 '문라이트'를 통해 '마이애미 할렘가에서 성장한 흑인 소년이 동성애자라면 어떤 삶을 살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그동안 백인 감독, 백인 주연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문라이트'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에 매료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빼놓는 것은 아니다. '문라이트'는 주인공 샤이론의 인생과 러브스토리를 통해 개인이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극중 후안은 어린 샤이론에게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해 그 결정을 남에게 미루지 마"라는 대사로 관객의 마음 속 큰 울림을 남긴다.

'문라이트'는 지난 22일 국내에 개봉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힘입어 '문라이트'가 흥행 역주행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라라랜드'의 음악만큼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문라이트'는 2017년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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