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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에 던진 '갑철수-MB아바타' 승부수가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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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에 던진 '갑철수-MB아바타' 승부수가 자충수?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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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지난 2월 한국기원을 방문했을 "30년 간 안 뒀지만 기력은 아마2단 정도는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아마4단의 기력을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권가도에서 감춰줬던 수담은 대선토론에서 빛날 수 있다.
정석으로 나갔을 때 상대가 변칙수로 나온다면 다양한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해 노림수를 던진다.
대마를 쫓는 공방이 치열해질 수 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진출을 던지는 23일 대선 토론 장면.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삐끗하다가는 돌을 던져야 하는 백척간두에 서게 된다.
기상천외의 묘수가 나온다면 상대를 휘몰아칠 수 있다.
그렇게 기세를 틀어준다면 불계승을 거둘 수 있는 게 '정치 수담'이다.
정치공학적인 공방이 판치는 대선 레이스에서 기력을 갖춘 두 후보이기에, 반상이 아니라 스탠딩 토론 테이블에서 이런 묘수대결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1차 토론회이자 세 번째 대선 TV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던진 승부수는 묘수가 되지 못했다. 

승부수가 아니라 자충수에 가깝다. 상대를 몰아쳐야 하는데 문 후보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공격을 피해갔다. 처음 듣는 말이다, 겁철수 뜻도 모르고 입에 올린 적도 없는데 어찌 답하란 말이냐는 식의 반격에 안 후보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진=뉴시스]

이른바 '갑철수'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작정하고 던진 그 질문 키워드는 3차 대선 토론를 지배하는 논쟁의 화두가 되질 못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 2차 토론 때 자칭 타칭으로 '세탁기' '스트롱맨' '라이롱맨' 등의 '개그' 키워드로 화제를 모았지만 안 후보의 두 질문 키워드는 반향이 크지 않다.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문 후보 진영에서는 "뒤늦게 알게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안 후보가 물었다.
"질문하겠다. 내가 갑철수냐, 안철수냐?" 
문 후보는 답했다.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 저는 방금 안 후보가 말한 그런 얘기를 제 입으로 올린 적이 없는데 떠도는 이야기로 질문하니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

안 후보는 5년 전을 소환한다.
"제가 MB 아바타냐? 제가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해 드렸다. MB정부 정권 연장을 하면 안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MB 아바타냐?" 
문 후보의 반격.
"아니라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

안 후보는 채근했다.
"민주당에서 제가 MB 아바타라는 소문을 유포시키는데, 막아주셨으면 좋겠다.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확인해주는 것이냐?"
문 후보가 찍은 마침표.
"저는 (MB 아바타라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 수담' 면에서 볼 때 '대선 토론 6국' 중에서 제 3국은 안 후보의 패착이 두 번이나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격론으로 공방을 주고받는 치열한 수싸움에서 진 게 아니라 아예 패를 드러낸 셈이 됐다. 자신에게 불리한 패는 숨겨도 모자랄 판에 역으로 패를 드러내 보이는 역발상으로 공세를 취한 것인데 문 후보의 '모르쇠' 대응으로 김이 빠진 것이다.
 
20일 안 후보 측의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작의 진원지, 컨트롤 타워를 찾았다고 '문재인 선대위'를 지목하며 취했던 공세를  '대선 반상'으로 끌어온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브리핑룸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철수 대선후보 네거티브 공세 문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위원장은 당시 '문 선대위 비밀문건, 네거티브 지시'라며 ‘주간 정세 및 대응방안’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이어 "문 후보 선대위 전략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이 작성해 지난 17일 선대위 핵심 관계자,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등에게 배포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지침으로 안철수 갑질(부패)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당의 공식 메시지 즉 의혹 검증 지속과 비공식 메시지 즉 안철수 알리기를 양분해서 SNS에 집중, 비공식적 메시지를 확산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심지어 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갑철수’, 부도덕, 금수저, 협량 등을 집중 홍보하라고 홍보 지침 문구까지 일선 선거 현장에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세를 대선 토론장으로 옮겨와 문 후보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던진 것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2차 토론 때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입니까"라는 질의 공세를 '벤치마킹'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문 후보가 갑철수 뜻부터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김빼기 대응으로 일관하니 효과가 나올 리 없었다. 

안 후보는 그동난 비서관 사건, 천안함 유가족 사건 등으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이러한 ‘갑질’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택한 승부수. ‘MB 아바타’라는 말까지 끄집어낸 것은 승부수를 두 개로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부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23일 자신의 SNS에 "안철수 후보 덕분에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비꼬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자신의 SNS에 "안철수 '내가 MB 아파타입니까' '내가 갑철수입니까' 누가 준비했는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으로 최악의 질문"이라고 평했다.  그는 "문 후보 부정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청자의 기억에는 'MB아바타' '갑철수'란 단어만 남게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사진=뉴시스]

 2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DJ 김어준도 "(안 후보) 본인이 먼저 꺼낸 거 보면  그건 토론 준비팀에서 잘못한 거라고 본다"며 "정말 이상한 전략이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부당하게 자신에게 네거티브를 한다고 강조하는 전략이었는데 유권자들 기억 속엔 그게 남지 않는다. '코끼리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선 토론을 이어가면서 점점 유연해지고 대응력도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안 후보로서는 25일부터 남은 대선토론 일정에서는 상대의 네거티브 전략에도 신중하게 대응하는 고도의 승부수가 필요해졌다. 질문 공세가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쩔 수 없이 곤궁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사과에 이르게까지 하는 '정치 수담'의 고단수 노림수는 참으로 어렵다. 계속 코끼리 생각말라고만 했을 때 정말로 유권자들이 '코끼리'만 떠올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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