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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짜릿한 삼성라이온즈 극장, '명품 조연' 김정혁-김성윤 발견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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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짜릿한 삼성라이온즈 극장, '명품 조연' 김정혁-김성윤 발견이 더 반갑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07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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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시간 50분의 대혈투의 마침표를 찍은 극적인 투런 홈런. ‘삼성 극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승엽이었다. 경기 이전까지 부진했던 스토리까지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되기에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그럼에도 그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이들이 있다. 바로 만년 유망주 김정혁(32)과 ‘고졸루키’ 김성윤(18)이다.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정혁은 곧바로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 삼성 라이온즈 김정혁이 6일 1군 등록과 함께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출장해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타율 0.529 ‘오승환 킬러’ 김정혁, 발목 잡던 수비도 이젠 안녕

9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정혁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3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빗맞은 타구였지만 전력질주로 1루로 파고들며 3루수 최주환의 악송구를 유도했다. 덕분에 3루주자 이지영이 홈을 파고들 수 있었다.

6회에는 두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쳐내며 득점에 성공했다. 8회에는 다시 한 번 2루타를 날리며 이지영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이를 시작으로 삼성은 6득점하며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결승득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9회에도 중전안타를 쳐내며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후 김정혁은 “2군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다”며 “재활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에 나서는 것이 다소 걱정이 됐지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됐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국대와 상무를 거쳐 2011년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김정혁은 지난해에서야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46경기에서 주로 대타로 나섰지만 그 와중에도 4안타 경기를 포함해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6차례나 작성하며 타격 잠재력을 널리 알렸다.

올 시즌에도 4월 말 한 차례 1군에 콜업 돼 4안타 2타점 경기를 펼쳤지만 기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에도 류중일 전 감독은 “빠른공을 잘 치는 선수다. 예전에 연습경기를 하면 오승환의 공을 잘 때렸다. 그만큼 스윙이 빠르고 짧게 나온다는 것”이라고 타격 재능을 극찬하면서도 “원래 내야수이긴 하지만 송구가 조금 약하고 발놀림도 느리다. 뛰어난 수비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6일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정혁은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드디어 2번째 기회가 왔다. 이원석의 햄스트링 부상에 이어 성의준이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자 퓨처스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정혁이 부름을 받았고 보란 듯이 자신의 타격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표본은 적지만 타율 0.529(17타수 9안타), 출루율 0.529, 장타율 0.647, OPS(출루율+장타율) 1.176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득점권에서 3타수 3안타로 빼어난 클러치 능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큰 실수 없이 합격점을 받았다. 3회에는 민병헌의 빠른 땅볼 타구를 잘 잡아낸 뒤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김정혁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전 3루수 이원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조동찬이 주로 메우고 있다. 2루수는 강한울, 정병곤, 백상원 등을 번갈아가며 기용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타율이 2할 중반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삼성은 0.263으로 팀 타율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타격의 힘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탈꼴찌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김정혁의 활약에 삼성팬들과 김한수 감독이 기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고졸루키 김성윤이 6일 두산 베어스전 대수비로 출전해 10회말 슈퍼캐치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더 캐치’ 하나로 이름 알린 김성윤, ‘신장은 숫자에 불과하다’

타석에서 김정혁이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면 수비에서는 18세 신인 김성윤이 빛났다. 김한수 감독은 10-10으로 맞선 9회말 수비에서 앞서 아쉬운 수비를 보였던 배영섭을 빼고 김성윤을 대수비로 투입했다. 타격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활약만으로도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멀리서 봐도 신장이 작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김성윤은 163㎝로 KBO리그 최단신 선수다. 팬들 사이에서 ‘꼬꼬마’로 불리는 KIA 타이거즈 김선빈(165㎝)보다도 작다.

김한수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은 10회초 공격에서 이승엽의 투런포로 12-10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10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좌익수 방면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안타를 직감한 순간 빠르게 대시한 김성윤이 몸을 날렸다. 공을 뒤로 흘릴 경우 무사 2루 혹은 3루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었지만 김성윤은 과감하게 몸을 날렸고 슈퍼캐치를 해냈다.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박해민만 있는 게 아니다. 김성윤도 있다”며 “누가 봐도 안타였다. 몸을 날리기에는 타구가 짧아보였지만 날다람쥐처럼 쫓아들어와 잘 잡아냈다”고 극찬했다. 조성환 해설위원도 “KBO리그 최단신 선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가장 커 보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2사에서도 정진호의 타구가 좌측 관중석 근처 파울라인으로 떨어졌지만 두려움 없이 대시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 삼성 라이온즈 김성윤(위)이 10회말 민병헌의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고 있다. 아래는 투수 장필준이 김성윤의 호수비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장면. [사진=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경기 후 김한수 감독은 “스무살 성윤이부터 42세 (이)승엽이까지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김성윤을 콕 집어 칭찬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아직 1군에서 안타를 터뜨리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0.294(24타수 7안타)로 준수한 타격감을 보였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키는 작지만 제법 날카로운 스윙을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삼성의 외야에 김성윤이 꿰찰 수 있는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배영섭과 구자욱은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박해민은 뛰어난 수비와 빠른 발로 중견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여기에 김헌곤이 든든한 백업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고 시즌을 치르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이날처럼 수비력 강화를 위해 대수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더 캐치’로 존재감을 알린 것처럼 자신의 활용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나간다면 앞으로 중용될 기회는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김성윤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졸 루키이기 때문이다.

최하위에 처져 있는 삼성으로서 김정혁과 김성윤의 발견은 1승보다 훨씬 값진 수확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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