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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옥자' 내한 기자회견, 무슨말 오갔나? '논란'과 '기대' 속, 봉준호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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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옥자' 내한 기자회견, 무슨말 오갔나? '논란'과 '기대' 속, 봉준호의 생각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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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개봉 전부터 연일 화제다. 봉준호의 '옥자' 말이다. 영화 산업의 일진보냐 혹은 영화의 몰락이냐라는 중대한 이슈까지 불러일으킨 '옥자' 논란, 기자 회견에서 봉준호가 밝힌 '옥자'는 어떤 영화일까?

1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영화 '옥자'의 내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감독 봉준호를 비롯해 국내 배우인 안서현과 변희봉, 영화 '옥자' 홍보를 위해 내한한 틸다 스윈튼과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참석했다. 

# 봉준호가 밝힌 '옥자' 논란 입장은?

영화 '옥자' 내한 행사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사진 = 스포츠Q DB]

영화 '옥자'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내한 확정 이후에도 많은 우려를 낳은 작품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부터이다. 멀티플렉스는 넷플릭스 공개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하는 영화 '옥자'가 극장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며 현재 '옥자'를 보이콧 한 상태다.

그래서일까? 봉준호 감독은 취재진들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최근 '옥자'를 둘러싼 자신의 입장을 명쾌하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칸 영화제 당시 '옥자'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에 대해서도 유쾌한 감상을 전했다.

봉준호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옥자'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 '옥자' 논란 덕분에 영화계에서도 룰이 생기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칸 영화제 '옥자' 초청이후 넷플릭스를 어떻게 다룰건가 규칙이 생겼다. 영화 외적으로 '옥자'가 영화계에 기여한다는 건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칸 영화제 당시 불거졌던 '옥자' 논란에 대해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라는 게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 라스 폰 트리에 등 '이슈 메이커' 감독이 없다보니까 이번 칸 영화제에서는 저희가 그런 역할을 맡아 영화제 분위기를 돋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유쾌한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옥자' 보이콧 논란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 양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멀티플렉스는 극장 일을 하는 만큼 최소한 넷플릭스 공개 3주 전 극장개봉을 하길 원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가 극장에 상영하는 동안 가입자는 기다리세요, 할 수 없는 입장일 거다. 영화를 큰 화면에서 관객들이 즐겼으면 하는 저의 영화적 욕심으로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고 솔직한 답변을 했다.

영화 '옥자' 논란에 입장을 밝힌 봉준호 [사진 = 스포츠Q DB]

현재 '옥자'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소규모 영화관에서만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 상황 자체가 만족스럽다. 관객들이 '옥자'를 보기 위해 정겨운 극장들을 다시 한 번 찾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실제 '옥자'를 둘러싼 논의는 흥미롭다. 멀티플렉스들의 블록버스터 영화 우대, 상영관 독과점 등의 문제가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 불거진 만큼 소규모 영화관들이 '옥자' 개봉으로 다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될지도 주목받고 있다.

셀저 서울극장, 대한극장, KU시네마 등 '옥자'를 상영할 예정인 극장들의 '옥자' 사전예매는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옥자'를 보고싶은 영화 팬들의 열망이 높은 까닭이다. 

# '옥자'에 담긴 '다양성' (Feat. 비거니즘, 페미니즘, 세계화…)

'옥자'는 영화 외적으로도 다양한 논란을 빚고 있지만 영화 내애서도 우리 사회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화다. 

특히 '옥자'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가치는 '동물권'과 '비거니즘'(채식주의)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공장식 축산업을 반대하고 정치적 이유로 비거니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실제 자신이 비건(채식주의자)으로 생활했던 시기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페스토 비거니즘(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 콜로라도에 있는 도살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해당 도살장은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공장이었다. 도살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런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후반부 도살장 시퀀스를 보고 충격적이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제가 본 도살장의 모습은 영화의 스무 배는 잔혹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도살장 냄새가 오랫동안 몸에 밴 기분이었다.

물론 제 영화가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공장의 대량생산 파이프 라인의 일부로 동물을 사용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 우리 모두 되짚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옥자'는 여성 캐릭터의 주체적인 활약이 빛나는 영화다. 최근 세계 영화계에서 영화계 내 여성 차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옥자'의 여성주의적 포지션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다.

'옥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튼, 안서현 [사진 = 스포츠Q DB]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소년들이 강했을 때보다 소녀들이 강할 때 아름답게 느낀다. '옥자'에서는 미자도 미란다 기업의 CEO인 낸시도 여자다. 심지어 옥자도 암컷이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영화의 스토리가 여성 중심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틸다 스윈튼도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틸다 스윈튼은 "페미니즘적 접근이라기 보다 영화 스토리 내의 현실적인 접근이다. 미자가 하는 선택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에 뿌리를 뒀기에 사랑을 선택한다. 여성 영화인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남성과 싸우고 있지만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계에서 위협당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의 심장에는 늘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영화 '옥자'의 내한으로 화제를모은 인물은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다. '옥자'에서도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 스포츠Q DB]

영화 '옥자'는 한국인 감독과 한국인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수성에 호소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옥자'가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 할리우드에서의 아시안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언급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 '옥자'가 문화의 경계에 있는게 흥미롭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는 한국과 미국 양 쪽에서 이방인일 수 있다. 미국의 모든 이민자 후손들이 겪는 일이다. 이 경험이 '옥자'를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며 자신이 맡은 '케이'라는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에서는 외국계 배우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규정하고는 한다.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보니 카테고리에 가두는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자'는 그동안 다양한 영화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준 봉준호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까? 넷플릭스 펀딩을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일 '옥자'가 영화 산업의 새로운 지형변화를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영화팬들의 시선이 색다른 문제작 '옥자'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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