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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군주' 유승호, 데뷔 18년차 배우와 평범한 20대 청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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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군주' 유승호, 데뷔 18년차 배우와 평범한 20대 청년 사이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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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유승호는 올해로 데뷔 18년차 배우가 됐다. 데뷔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지만 나이는 이제 겨우 25세(만 23세)다. 연기 잘하는 ‘국민 아역’ 타이틀부터 대학 특례 입학 거부, 남들보다 빨랐던 군 입대를 통해 ‘개념 연예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올곧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18년차 배우 유승호는 꾸밈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유승호는 군대를 제대한 뒤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웹 드라마, 한 편의 장르극에 출연했다. 웹드라마 ‘상상고양이’는 흥행 여부를 따질 수 없는 구조였고,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유승호가 선택한 영화 ‘조선 마술사’, ‘봉이 김선달’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퓨전 사극 작품인 ‘조선 마술사’와 ‘봉이 김선달’이 이렇다할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유승호는 다시 한 번 퓨전 사극 드라마에 도전했다. 바로 MBC ‘군주 가면의 주인’이다.

Q. 군 제대 이후 벌써 3번째 퓨전 사극 작품이다. ‘군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극을 엄청 좋아해서 선택한 건 아녜요. ‘군주’ 시나리오가 잘 읽혔고, 재미있었어요. 또 저는 아직 멜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군주’같이 시련이나 고통을 이겨나가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은 제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촬영 자체가 재미있어요. 두 작품이 잘 안 됐고, ‘리멤버’를 찍을 때도 스스로가 많이 무너져 있었어요. 다른 장르를 선택하기에는 무서웠고, 용기가 없었어요.”

"두 번째 이유가 있어요. ‘군주’ 촬영 시작 전이 우리나라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어요. 많은 가수, 배우, 국민들이 본인 의사를 표출했잖아요. 제가 그때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봤거든요. 그런 대사가 나와요. ‘나라가 이 꼴이 될 때까지 국민들은 뭘 했냐’ 그걸 보면서 ‘나도 막 욕하고 있는데 나는 뭘 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군주’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출하고 싶었어요. 작가님도 그렇지만 저도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국민들의 이야기들 들어주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 여러 가지 이유죠.“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Q.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 연기에 집중 하면서도 액션까지 선보여야 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감독님에게 농담으로 ‘감독님, 왕이라면서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웃음) 이선이는 맨 손으로 왕좌를 찾으려는 인물이에요. 대목에게 ‘눈보라, 찬바람 겪으면서 피는 꽃이 진정한 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제가 백성들이 있는 곳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려면 직접 싸우는 신이 필요하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세자가 해결한 일이 없었다는 생각은 들죠. 왕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작품 속에서 두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어요. 김화군의 죽음이 아쉽지는 않았나

“소현이와의 관계도 쉽지 않았어요. 사랑하지만 가은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서 소현이에게 ‘이걸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어리지 않냐?’라고 하기도 했어요. 화군이(윤소희 분)도 마찬가지였는데 ‘목숨 내놓고 하는 사랑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 했죠. 근데 그냥 보면 화군이는 멋진 인물이고, 세자는 죽을 때까지 미안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 화군이고, 모두 죽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화군이와 이선(엘 분) 캐릭터를 위해서는 죽음으로 끝나야 했던 같고, 그래서 더 멋졌던 것 같아요.”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Q. 이번 ‘군주’는 또래 연기자들이 꽤 많았어요. 선배로서 주변을 챙기면서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 안 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됐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니 그냥 하는 것 보다는 좋았어요. 힘들긴 했지만 결과를 두고 봤을 때는 이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던 스트레스고 힘듦이었구나 싶죠.”

Q. 연기를 하며 유승호만의 노하우들이 쌓였나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어요. 감독님이나 배우들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집중했던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 좋은 걸 얻었어요.”

Q. 대중들의 시선에서는 성공했던 드라마 ‘리멤버’가 힘들었던 이유는 뭔가

“변호사 연기를 했었는데…. 저는 연기하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안 되는 상황이면 제가 집중해서 만들어 냈는데 변호사는 제가 만들어내질 못했어요. 처음으로 못 만들어냈다는 것에 자존심도 상했고, ‘내 한계가 여기인가’라는 생각에 빠졌어요. 카메라 앞에 섰는데 식은땀이 막 나고 손이 떨릴 정도였고, NG가 엄청 났어요. 어떻게 끌고는 갔지만 한 작품의 배우로서 정말 미안했어요. 연말에 받은 상도 ‘감사합니다’라고는 했지만 마음은 불편 했어요.”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Q. 제대 이후 드라마에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은데, 영화는 두 작품 모두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나

“사실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배우’ 멋있잖아요.(웃음) 그것 말고도 영화를 하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급하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피드백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죠. 수정을 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을 좀 알고 싶은데, 개봉을 하고 나서는 고치고 싶어도 못 고치니까….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데 영화는 그게 아니라 좀 겁이 나요. 그래서 영화는 제가 캐릭터를 조금 더 잘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도전하고 싶어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선한 역할들을 많이 했으니 악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선한 캐릭터만 연기하면 ‘군주’, ‘리멤버’ 같은 패턴으로 비슷한 연기를 할 것 같아서 불안해요. 장르도 마찬가지에요. 지금까지 했던 장르 뿐 아니라 자신 없는 장르나 해보지 않을 것들을 해보고 싶죠.”

Q. 많은 배우들이 ‘유승호와 연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본인이 연기하고 싶은 상대 배우는 누구인가

“어떤 배우분이라도 영광이죠. 사실 제가 연기하고 싶은 배우를 막상 작품에서 만나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연기를 못할 것 같아요.(웃음) 연예인 친구나 동료가 없는 이유도 부담스럽기 때문이고요. 저도 연예인이지만 TV에서 보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말을 잘 못하겠어요. 혼자 하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도 친한 친구들은 다 중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이에요.”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Q. 사실 아역 출신 배우들은 대부분 부모님에 의해 연기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후회되는 순간은 없었나

“후회될 때는 평소에 놀 때. 그냥, 이놈의 모자하고 마스크 좀 벗고 싶은데…. 한 번은 친구랑 싱가포르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갔는데, 놀이기구를 타려면 모자랑 마스크를 벗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딱 벗었는데 그러자마자 ‘아, 유승호!’ 이렇게 되니까…. 놀이기구 편하게 타고 싶고 그러고 싶은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Q. 스스로 평가한 ‘배우 유승호’는 어떤 사람인가

“그냥 열심히는 해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열심히는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다 하려고는 하죠. 결과가 어떻게 되던. 책임감이 강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열심히는 해요.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야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Q.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꽤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괜찮은가

“거짓말 하다 들키면 더 욕 먹을까봐.(웃음) 형식적인 이야기들을 안 좋아하고, 굳이 그러려면 왜 인터뷰를 하나 싶기도 해요. 인터뷰라는 게 사람들이 저에게 궁금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건데, 좋지도 않은 걸 좋다고 이야기 하는 게 좀 그렇잖아요. 근데, 불안하기도 하네요.(웃음)

유승호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Q. 조금 식상한 질문이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연기를 해서 작품이 잘 되고, 돈·인기·명예를 얻는 건 상관 없는데 그걸 얻으려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그게 따라오면 좋고 기쁘지만 일단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저 혼자 연기를 해서 ‘작품 보세요’가 아니라 다른 배우, 감독님, 제작사 등 모든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거니까, 그 사람들에게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현실과 타협하면서, 제가 원하는 것도 넣어보고. 최종 꿈은 제가 원하는 연기를 하고, 그렇게 하면서 사는 거예요.”

[취재후기] 데뷔 18차가 된 배우이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조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늘 찬연한 느낌을 가진 배우였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유승호는 흔한 취미가 없어 주로 누워있거나 TV를 보내며 시간을 보내고, SNS에 셀카를 올리고 해시태그를 남기는 일을 상상하며 부끄러워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는 말실수할까 두려워 출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유승호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찬연한 스타가 아닌 평범하면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20대 청년의 모습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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