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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관]② 스크린 위로 걸어나온 실존 인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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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관]② 스크린 위로 걸어나온 실존 인물의 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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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제자, 옥한흠'부터 '제인 구달'까지 감동 전달

[스포츠Q 용원중기자] 현실을 살아온 인물의 내면에 겹겹이 쌓인 희로애락은 아무리 정교한 창작과정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라도 따라가지 못한다.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훈훈한 사연의 인물들을 다룬 한국 독립영화와 해외 다양성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 10월30일 개봉한 종교 다큐멘터리 '제자, 옥한흠'을 비롯해 11월6일 개봉돼 입소문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누구에게나 찬란한', 순교자 손양원의 일대기를 그린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노부부의 76년에 걸친 사랑이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동물보호와 환경운동의 아이콘 제인 구달 박사의 이야기인 '제인 구달'이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주인공들이다.

 

'제자, 옥한흠'은 한 평생 참된 목회자로 살며 한국 교회에 미래에 대하여 끊임없이 경고했던 옥한흠 목사의 이야기로 관객의 사유를 이끌어낸다. 단 17개 개봉관임에도 개봉 5일 만에 1만 관객 돌파에 이어 18일 만에 3만 관객을 모았다. 한국교회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때, 참된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기를 포기한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새로운 나침반이 죌 작품으로 꼽힌다.

'잊혀진 가방' '나의 선택 잊혀진 가방 그 못다한 이야기'를 연출한 김상철 목사의 세 번째 작품이다. 배우 권오중이 인터뷰어로 참여해 옥한흠 목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가수 겸 배우 성유리가 내레이션을 맡아 그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6년간의 여정을 펼쳐낸다. 불우한 환경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뜨거운 아이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이끌어주는 김태근 감독을 향한 관객의 박수는 어마어마하다.

프로축구선수 출신인 김태근 감독은 생업에 종사하는 와중에 무상으로 ‘희망FC’ 2기 감독을 역임했으며, 2013년 ‘희망FC’ 운영이 중단된 이후에도 ‘김태근 축구교실’을 통해 아이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1등만을 위한 엘리트 교육이 아닌 함께하는 즐거운 축구를 지향하는 김태근 감독의 따뜻한 지도 방식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제안한다. 특히 김 감독의 “너와 내가 아니고, 우리다. 우리”는 최고의 명대사로 입길에 오르는 중이다.

▲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김태근 감독

축구인들의 폭풍 공감도 눈길을 붙든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축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대한축구협회 최순호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올림픽 축구대표팀 이광종 감독),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축구대표팀 이운재 코치), "많은 분들이 소년들의 꿈을 공유했으면 좋겠다"(SBS 배성재 축구경기 아나운서) 등의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휴먼 다큐멘터리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한센 환자의 아버지로 불리며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다가 48세로 타계한 순교자 손양원의 일대기다. 권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강석우, 이광기, 최강희, 배창복이 목소리 출연했다.

여순사건 때에 두 아들 형제를 잃은 손양원은 아들을 피살한 젊은 청년을 용서했을 뿐 아니라 그를 양자로 맞아들였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예수의 심장을 가진 성자’라고 불렀다. 이 영화는 손양원을 평범한 아버지, 믿음 그대로 살고자 했던 인간임을 그려낸다. 또한 보통사람이 넘볼 수 없는 성자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었음에도 무엇이 손양원을 다르게 만든 것인지 그의 내면을 깊숙하게 탐색해 간다.

▲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의 고 손양원

오는 27일 개봉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원도 횡성의 잉꼬 노부부의 아름답고도 슬픈 인생의 황혼기를 담담히 담아냈다.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는 어딜 가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금실 좋은 노부부다. 장성한 자녀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나서 노년을 유유자적하게 보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죽는다. 꼬마를 땅에 묻고 돌아온 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쇠약해지고, 할머니는 또 다른 이별을 예감하면서 쓸쓸해한다.

76년간 해로했던 노부부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지난 9월 열린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영화에 깊은 감동을 얻은 가수 윤종신은 최근 '월간 윤종신' 11월호에 이 영화의 주요 장면들로 구성된 '행복한 눈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제인 구달'은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이며 침팬지의 친구, 전세계 스타들의 롤 모델 제인 구달이 20여 년 전 돌연 자신의 모든 업적과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야생동물 보호 및 지구 환경보호에 뛰어든 열정과 용기,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들려주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로렌츠 크나우어가 연출하고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 피어스 브로스넌 등이 찬조 출연했다.

▲ 침팬지 연구에 매진하던 젊은 날의 제인 구달 박사(사진 위)와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한 모습

비영리 공익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의 요청으로 내한하는 제인 구달은 오는 24일 오후 7시 CGV신촌아트레온에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영화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의 대표 임순례 감독이 함께해 뜻깊은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은 야생동물 연구, 교육, 보호를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와 현재 전 세계 12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 청소년 환경단체 '뿌리와 새싹'을 운영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특출난' 삶을 살았던 인물을 조망한 이들 다큐멘터리는 대규모 상업영화 제작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저예산임에도 진지한 성찰과 진한 향기로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 들일 전망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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