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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택시운전사'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 한스푼, '뻔'함을 '감동'으로 만든 건 송강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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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택시운전사'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 한스푼, '뻔'함을 '감동'으로 만든 건 송강호의 힘?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8.02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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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리뷰 UP&DOWN

UP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의 '힘'
- 송강호·토마스 크레취만, 국적 뛰어넘은 '명 배우'의 케미

DOWN
- 익숙한 연출과 익숙한 감성, 결국은 '신파'?

'택시운전사' 송강호 [사진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군함도' 만큼이나 주목받는 실화 배경 영화가 있다. 바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다. 자타공인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택시운전사'는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어느새 30년이 지난 역사 속 사건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몇몇 극우 세력으로부터 5월의 광주가 폄하되는 일 또한 잦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5월 광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택시운전사'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그만큼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영화들은 많았다. '화려한 휴가'를 비롯, 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 까지… '택시운전사'는 앞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 외신 기자를 광주로 데려간 택시운전사… 강렬한 실화의 '힘'이 가진 장단점은?

[사진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택시운전사'가 특별한 점은 마치 영화같은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로 태우고 간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가진 이 영화는 사건 당시 광주 시민의 눈이 아닌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 두 개의 '외부적 시선'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다는 점이 특별한 요소로 꼽혔다.

광주에서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목도하는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복(송강호 분)은 눈앞에서 죽어가는 시민들을 구하지 못하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1980년 광주를 기리는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김만복은 특별한 의인(義人)이 아니지만 불의에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실화의 힘이 강한 만큼 영화적 상상력 부분이 아쉽다는 평가 또한 '택시운전사'에 뒤따른다. 실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택시 운전사들은 쓰러진 시민을 병원으로 옮기는 등 맹활약 했다. 이러한 광주의 '택시 의인'들은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등장한다. 광주의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 분)이 대표하는 광주 택시기사들은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과 기자 피터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군인들과 카체이싱을 벌이는 등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 택시 기사들과 군인들이 벌이는 카체이싱은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해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 또한 있다.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 톤과 어울리지 않는 액션 장면이 들어갔다는 평가다.

'택시운전사'에서 등장하는 김만섭은 실존인물이지만 실존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자신을 도와준 서울 택시기사 김사복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김만복이라는 캐릭터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억을 재구성한 '허구의 인물'이기도 하다.

실존하지만 허구의 인물인 택시운전사 김만복의 존재 때문일까? '택시운전사'는 실화이면서도 영화적 상상력이 다분히 필요한 영화다. 그러나 강렬한 실화, 5.18 민주화 운동과 달리 허구의 인물들과 사건들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으로 극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 배우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 그들이 재연한 5월의 광주

[사진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택시운전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명 배우들의 명연기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에서 근현대사 속 소시민의 비극을 연기해온 송강호는 이번 '택시운전사'에서도 평범한 가장이자 눈앞에 펼쳐진 불의에 고민하는 택시기사 김만복 역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송강호는 택시기사 특유의 제스쳐, 말투를 애드립으로 재현하며 극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영화의 극적인 장면에서는 절제된 연기로 슬픔을 배가시키는 연기를 펼친다. 독일의 '국민배우'인 토마스 크레취만 역시 냉정하면서도 뜨거운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소화해내며 송강호와 콤비로 활약한다.

타고난 씬스틸러 유해진과 최근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류준열의 연기 또한 주목할만하다. 두 사람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불의에 저항했던 광주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연인 김만섭과 피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택시운전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소재로 택했다. 그렇기에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류준열, 유해진이 생기를 불어넣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 '눈물' 쥐어짜는 감동 스토리, 결국에는 한국적 신파?

모두가 애도하는 1980년 5월의 광주가 소재기에 '택시운전사'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그렇지만 다소 '뻔'한 인물들의 희생과 죽음, 배우들의 오열 연기가 기존의 신파적인 한국 영화와 차별점을 두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려왔던 다른 영화들의 감동 포인트와 '택시 운전사'의 감동 포인트는 다르지 않다. 감성에 있어서 '택시운전사'가 기존 한국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갔다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택시운전사'는 오랜만에 등장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영화다. 최근 '군함도'가 하시마섬의 비극을 재조명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택시운전사'가 이번에는 1980년 5월의 광주의 아픔을 스크린에 재현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다룬 두 편의 영화의 대결에 영화 팬들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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