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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 일파만파, '친환경 인증'마저...살충제 계란 번호는? 인천 메추리알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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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 일파만파, '친환경 인증'마저...살충제 계란 번호는? 인천 메추리알도 조사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8.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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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살충제 달걀 파문이 '친환경 인증'마저도 어이없게 만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할까? 16일 하루는 우리의 굳은 믿음이 또 한 번 무참히 무너진 날이었다.

‘친환경’. 국어사전에는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환경친화’와 같은 말이다.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무슨 죄일까? 사전적인 의미는 언제나 변함없다. 문제는 소비자를 상대로 그 말이 품고 있는 신뢰를 저버린 누군가가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 존재할 뿐이다.

15, 16일 이틀간 살충제 계란이 검출돼 정부의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이 6곳 중 5곳이 친환경 인증 농장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살충제 검출 농장 생산명 표기 공개  [사진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이라면 통상적으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품으로 인식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섭취하면 건강을 지키는데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일반 상품보다 더 비싼 값에 구입한다. 허나 15, 16일 이틀간 살충제 달걀 소식을 접하면서 사실상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만이 아니라 정부의 허술한 인증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 당시 유럽 살충제 계란 파문을 거론하며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닷새 만에 그 발언은 허언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류 처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여야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의 발언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는 한편, "(당시는) 유럽 계란이 문제였고 60건을 조사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보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야 막론하고 류 처장의 섣부른 발언을 질타했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친환경’ 농산물을 약속해 놓고 인체에게 해로울 수 있는 살충제를 뿌리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첨병이 돼야 하는 식약처의 책임자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보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과신의 발언을 한 것은 책임과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발표한 뒤 정정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오전 9시50분께 산란계(알낳는 닭) 농장 살충제 전수검사 1차 결과 보도자료를 내면서 닭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장의 소재지를 '경기도 광주'로 표기했다.

하지만 50여분 지난 오전 10시42분께 '경기도 양주'로 정정 발표했다. 이 농장은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 0.01㎎/㎏를 초과한 0.07㎎/㎏ 검출된 곳이었다.

정부 발표 직후 관할 자치단체인 광주시청 측은 농장 지역명 오류를 알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정부는 또 시중에 유통된 친환경 계란 제품 두 종류에서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계란 브랜드를 '신선 대 홈플러스'로 발표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자체브랜드(PB) 계란인 '신선대란 홈플러스'의 잘못된 정보였다.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설명도 갈팡질팡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당초 브리핑에서 "허용된 (비펜트린) 농약은 기준치 이하를 사용했다면 평소에도 유통됐어도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약 2시간 후 열린 백브리핑에서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친환경 인증은 비펜트린도 사용해선 안된다"고 말을 바꿨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으로부터 인증 받는 친환경 농·축산물은 총 7종류다. 계란의 경우 '무항생제축산물'과 '유기축산물' 둘 중 하나를 인증 받으면 친환경 계란으로 불린다. 두 가지 인증 모두 살충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발표한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다.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어 실수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16일 하루 동안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이 4곳이나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의 1차례 브리핑과 2차례 배포 자료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은 전날 3곳을 포함해 모두 7곳이다.

다만 닭 진드기 제거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0.01mg/kg) 미만으로 검출된 전북 순창의 농장은 부적합 판정으로 분류되지 않음에 따라, 정부가 문제 농장으로 판단한 농장 수는 현재까지 모두 6곳이 된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15일부터 전수검사에 들어간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 가운데 20만 마리 이상 대규모 농가 47곳을 포함한 총 245곳을 검사한 결과다. 당초 전수검사 대상 1456곳에서 휴업 또는 비산란으로 계란을 생산하지 않은 217곳을 제외시켰다.

검사를 끝낸 245곳 중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2곳이었다. 전날 밝혀진 경기도 남양주의 마리농장 외에 강원도 철원 지현농장이 추가됐다.

5만5000마리 규모의 강원도 철원 지현농장은 피프로닐이 0.056㎎/㎏ 검출됐다.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치(0.02㎎/㎏)도 훨씬 웃돈다.

이에 따라, 닭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비롯해 가공식품까지 전량 수거·폐기하기로 했다.

시중에 유통된 계란 중에서는 친환경 인증 계란 두 종류에서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됐지만, 아직까지 피프로닐 성분의 계란은 발견되지 않았다.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경기도 광주 우리농장과 양주 신선2농장, 충남 천안 시온농장, 전남 나주 정화농장, 전북 순창 A농장 등 5곳이다.

전북 순창 A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은 됐으나 기준치 미만인 0.006mg/kg이어서 정부의 공식 부적합 판정 농장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15, 16일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장 6곳의 표시를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살충제 계란 번호일 수도 있는 이들 표기는 오염 달걀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은 두 곳. 남양주 마리농장은 '08마리', 강원도 철원 지현농장은 '09지현'이고, 비펜트린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4곳 중 경기 광주 우리농장은 '08LSH', 경기도 양주 신선2농장은 '08신선농장', 전남 나주 정화농장은 '13정화', 충남 천안 시온농장은 '11시온'다.

이들 6곳 중 '08신선농장'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은 모두 '친환경 인증' 타이틀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5시 기준 1239곳 중 1013곳(81%)에 대한 시료 채취를 끝냈다. 검사 결과가 기다리는 농가 수는 768곳이나 남아 있어 앞으로 살충제 계란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금일 중소농장 760여 곳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는 만큼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시중에 유통된 친환경 계란 제품 두 종류에서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가 초과 검출돼 또 다른 충격을 줬다.

이같은 사실은 식약처가 농장에서 이미 출하돼 전국의 대형마트와 수집판매업체, 집단급식소 등 105곳의 계란을 수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현재까지 84곳의 조사를 마쳤다.

'신선대란 홈플러스' 제품에서는 기준치를 넘은 0.02mg/kg이 검출됐다. 이 계란은 경기 광주 오포읍의 알찬영농조합법인 측이 충남 천안의 시온농장에서 생산했다.

'부자특란' 제품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은 0.21mg/kg이었다. 전남 나주시의 녹색계란 측이 같은 지역 내 정화농장에서 생산한 계란들이다.

시중에 유통된 계란 중에서 피프로닐 성분은 현재까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피프로닐 성분의 계란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쓰인 가공식품까지도 전량 수거·폐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인증 합격 계란에 대해 15일 저녁 판매를 재개했으며, 부적합 계란에 대해서는 즉시 전량 폐기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 계란이 발견됨에 따라 지난 15일 0시를 기점으로 전국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면 중단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살충제 성분이 미검출 된 적합 계란만을 유통시킨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메추리 농장에 대한 조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따르면 17일까지 지역내 3000마리 이상 산란계 농장 14곳을 대상으로 피프로닐 등 27가지 살충제 성분의 잔류 검사를 벌인다.

특히 의무 조사대상이 아닌 3000마리 이하 산란계 농장 1곳, 메추리 농장 5곳 등에서도 관련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자료출처=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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