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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사람이 좋다' 윤정수, 박수홍이 '인동초 같은 역전의 명수'라고 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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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사람이 좋다' 윤정수, 박수홍이 '인동초 같은 역전의 명수'라고 한 까닭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8.2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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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인동초(忍冬草)는 전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반상록활엽의 덩굴성관목으로, 줄기와 잎이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삶의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낸 사람을 비유해서 자주 인용된다.  개그맨 윤정수에게는 그같은 의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나는 인생에 빚을 진 사람은 있어도 금전에 빚은 진 사람은 이제 없다."

27일 오전에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개그맨 윤정수 편이 펼쳐져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다. 

윤정수 [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돌아왔다. 역전의 정수!'라는 부제에 맞게 그는 힘겨운 역경이 있을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오늘 다시 인기 개그맨으로서 프로그램 다섯 개나 겹치기 출연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빚 질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빚을 질 거면 아예 벌리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빚보증이라는 실수 때문에 너무 큰 역경을 보내야 했다. 

보증을 서는 바람에 20억 상당의 집을 헐값에 경매 당했고 채무도 10억 가까이 생겼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벌어서 빚을 갚았지만 한계에 도달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2013년 파산 선고를 당했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 수도가 끊겨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의 소중함도 그때 비로소 알았다.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방송도 쉬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굳세게 일어섰다.  이곳저곳 하루 여섯 개의 행사를 하며 버텼다. 전성기 시절이 아니었기에 개런티가 많지 않아 더욱 열심히 뛰어야 했다. 그같은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게 뛰는 일정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기쁘다. 

박수홍 [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윤정수의 절친은 개그맨 박수홍. 그는 윤정수를 보며 "인생에서 배울 만한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홍은 "인동초같은 역전의 명수"라고 윤정수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그런데 저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해요. 프로는 열심히 할 필요 없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

윤정수는 모든 일에 프로답게 임하려고 노력한다.  프로로서 잘 하려면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  일에도 잘하고, 사람에게도 잘하려 한다.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날 '사람이 좋다'에서 윤정수는 어머니에 대한 여전한 사모의 정을 드러내며 눈시울을 적셨다. 2016년 11월 세상을 떠나 1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윤정수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다.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한 뒤 외할머니 댁에서 외삼촌 손에서 자랐다. 

윤정수는 어머니만 생각하면 힘도 나지만 죄스럽다. 20대 후반 그를 성공의 길로 걷게 해준 것도, 잘못 선 빚보증으로 좌절했을 때도 그의 곁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용기요 힘의 원천이었다.

윤정수는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3년간 병간호를 했다. 요양원에 맡길 형편도 안됐지만 맡기고 싶지도 않았다. 하루도 외박하지 않고 밤마다 어머니의 병수발을 했다.

윤정수의 효심은 극진했다.  빚을 진 것보다 좀 더 편안하게 보내드리지 못한 데 대해 죄스러움이 더 컸다. [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본래 효자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더 생각하는 법이다. 극진히 병간호를 했지만 시신에 욕창 자국 두 개가 지금까지도 너무 가슴이 남는다. 깨끗한 시신으로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그걸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마음과 곁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가 지냈던 방에는 사진과 함께 여전히 온기가 남아 그의 기억을 되살린다. 

여전히 어머님을 놓지 못하는 윤정수. 하지만 이제 보내드리기 위해 다른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홍보대사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이날 '사람이 좋다' 윤정수 편에서는 그를 키운 외삼촌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가족의 정도 보여줬다.

윤정수 [사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친부모는 아니더라도 아버지처럼 자신을 지켜준 '큰바위' 같은 외삼촌 가족과 함께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었다.

윤정수는 "작은 실수는 혼내셨지만 큰 실수는 오히려 지켜봐 주셨던" 외삼촌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저는 힘든 시간을 잘 겪고 나서 이제 좀 만족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주변에 많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위해서 좀 흔들림 없이

그냥 큰 변화없이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인생의 온갖 요철을 겪고도 용수철처럼 다시 솟은 윤정수이기에 이제는 그같은 노하우를 힘든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윤정수의 편안한 웃음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정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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