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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현장서 어린이들에게 심어준 소중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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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현장서 어린이들에게 심어준 소중한 교훈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03.07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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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타임때 "포기하지마" 지시, 결국 우승까지 이어져

[스포츠Q 김종빈 편집위원] 스포츠 현장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그때마다 교훈을 깨닫게 된다. 생활체육 클럽을 3년 이상 운영하며 현장 지도자로 일하고 있는 필자 역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된다.

생활체육은 '나라의 미래'다. 생활체육 클럽을 운영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좋은 습관과 경험을 몸에 익히고 학교생활, 사회생활, 건강 등에 변화가 생겨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았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 나라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땀을 흘리는 아이스하키클럽을 운영하던 중 지난해 참가했던 고양시대회를 통해 생활체육 현장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심어준 소중한 교훈을 전할까 한다.

 

이틀 동안 고학년부, 저학년부 각각 다섯 팀이 풀 리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데 필자의 팀은 저학년부 인원이 많아서 저학년부는 단독으로 출전했고 고학년부는 인원이 모자라는 초등학교팀과 같이 연합 팀을 구성해 참가했다.

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모든 선수들에게 골고루 출장기회를 주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엘리트 체육을 하는 팀이 아니라도 성적은 늘 신경쓰인다. 모든 아마추어 종목의 생활체육지도자들이 갖는 고민일 것이다.

3년 동안 나와 선수들 모두 열심히 운동을 해 기본기와 개인기는 어느 정도 수준급이라 생각했지만 전술훈련이 부족해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참가하는 4개 상대 팀의 수준에 맞춰 네가지 전술과 선수 기용법을 연구해 대회에 나섰다.

하루에 두 경기씩 4경기를 치르는데 첫날 두 경기는 수월하게 잘 풀려서 어렵지 않게 이겼다.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다음날 상대할 팀들의 경기력을 보니 마지막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 될 것 같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는 팀은 창단 10년이 넘은,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무패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우승 여부는 두번째 문제였고 선수를 어떻게 기용하느냐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이기기 위해 주전들을 위주로 기용하면 분명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우승하더라도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고민한 끝에 승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 3년 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에게 작은 결과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벤치에서 응원만 해야하는 선수들 마음을 잘 알지만 이것 또한 산 교육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회 두번째 날, 첫 경기까지 이기고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처음에 1, 2조를 고르게 기용하다가 시작 후 6분만에 세 골을 내줬다. 급히 작전타임을 부른 뒤 필승조를 경기에 투입시켰다. 결국 치고받는 공방전 끝에 5-4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두 골을 더 넣어 7-4까지 달아났다. 상대팀도 전통의 강호답게 7-6까지 쫓아왔으나 마지막을 잘 버텨 우승까지 차지했다.

역전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세 골을 뒤지면서 작전타임을 부른 뒤 내렸던 지시가 주효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한마디였다.

시상식 후 선수들 부모님들께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너희가 커서 힘이 들 때 오늘 일을 기억해라.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부모님들도 초반에 세 골을 내준 뒤 포기했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교훈이 됐을 것이다.

집에 도착해 부모님들께 문자를 보냈더니 한 답장을 받았다. '오늘의 경험은 커서 아이들에게 어머어마한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분명 생활체육은 나라의 미래다. 

jongb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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