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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년만에 '극과 극' 닥수·블루타카 뜨고, 철퇴·스틸타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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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년만에 '극과 극' 닥수·블루타카 뜨고, 철퇴·스틸타카 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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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적극적인 전북·수원, 우승과 준우승 차지…지난해 1·2위 나눠 가진 포항·울산은 몰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은 전북 현대가 '1강'이 될 것이라는 주위 예상이 들어맞는 가운데 막을 내렸다.

여기에 수원 삼성도 지난 시즌 5위에서 2위로 순위가 급상승하며 두 시즌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전북과 수원이 올 시즌 도약했다면 몰락한 팀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던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다.

지난 시즌 젊은 유망주들의 잠재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쇄국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던 포항은 올 시즌에는 여름 이후 선수들의 공백과 급격한 조직력 와해로 4위까지 미끄러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포항에 밀려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던 울산의 추락은 더 극적이다. 개막 3연승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공백과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 이하 활약으로 순위가 급락했다.

▲ 전북 현대는 적극적인 투자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을 극대화하며 K리그 클래식 우승을 거머쥐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전북 현대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 선수 영입 적극적인 전북, 너무나 당연했던 투자 효과

지난 시즌 챔피언 포항에 승점 11이나 뒤졌던 전북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최강희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에 '닥수(닥치고 수비)'까지 더한 전략을 짜기 위해 공격수보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위주로 선수 영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긴축재정을 통해 다른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이 전북은 2008년부터 꾸준히 늘려왔던 투자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그 결과 김남일과 한교원, 이승렬, 신형민 등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전북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특히 김남일의 영입은 이동국에 이어 팀도 살고 선수도 사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최강희 감독은 성남 일화(현재 성남FC)에서 별 활약을 펼쳐보지 못하고 있던 이동국을 영입했고 결국 이동국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만개했다. 현재 K리그에서 기록한 167골과 61도움 가운데 103골과 32도움을 전북에서 뛴 여섯 시즌 동안 달성한 것이다.

▲ 전북 현대는 기존 이동국(오른쪽)을 살린 경험을 살려 김남일까지 되살리는데 성공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이동국은 '닥공'의 중심이고 김남일은 '닥수'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스포츠Q DB]

이동국은 전북에 있었던 이전 11년 동안 두자리 득점을 올린 것이 단 두차례에 불과했지만 전북에 있던 여섯 시즌에서 모두 두자리 득점을 기록했다.

김남일 역시 마찬가지. 이동국이 '닥공의 아이콘'이라면 김남일은 '닥수의 중추'였다. 김남일은 2000년대 '원조 진공청소기'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북의 중원을 책임졌다. 지난해 38경기에서 49실점을 했던 전북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실점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도 김남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무게중심을 잡아준 덕에 가능했다.

한교원도 올 시즌 11골과 3도움으로 전북의 공격에 힘을 보탰고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카이오 역시 9골로 팀내 득점 2위에 올랐다.

이밖에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10번째 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에 오른 이승기와 레오나르도 등도 맹활약해주면서 전북은 적극적인 투자의 결실을 만끽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본보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 포항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유망주들의 잠재력과 노장 선수들의 경험을 조화시킨 '쇄국축구'로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른 두번째 시즌에서는 노장들과 재계약하지 않고 일부 주전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보냄으로써 스스로 전력 약화를 자초했다. 사진은 수원전 패배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선홍 감독. [사진=스포츠Q DB]

◆ 선수 팔기만 했던 포항, 월드컵 휴식기 이후 속절없이 몰락

적극적 선수 영입 투자로 성적을 끌어올린 전북과 달리 포항은 '쇄국축구'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포항의 쇄국축구 기조 역시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한국 축구을 더욱 살찌우는 방법이다. 비싼 선수들을 데려오는 대신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조직력 강화를 통해 전력을 키우는 것은 칭찬받을만 하다.

포항의 쇄국축구 정책은 분명 지난해 효과를 봤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투자에 인색한 면이 있었다. 선수 보강은커녕 오히려 지난해 우승 주역을 떠나보내며 스스로 전력 약화를 자초했다.

시즌 초에는 팀에서 다섯번째로 득점이 많았던 황진성과 노병준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포항의 유망주들이 지난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황진성과 노병준이라는 중견급 또는 노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 선수 영입에 거액을 들이기보다 유망주들을 적극 육성하는 좋은 사례였던 포항은 올 시즌도 지난해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인색한 투자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수원 삼성과 경기를 치르고 있는 포항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그래도 포항은 3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7승 1무라는 놀라운 전적을 자랑하며 선두를 달렸다. 그 중심에는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던 이명주가 있었다.

하지만 포항은 이명주까지 중동팀으로 보내면서 스스로 전력을 깎아먹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미드필더 김승대와 손준호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고 고무열과 신화용 역시 시즌 후반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 결과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치러졌던 12라운드에서 8승 1무 3패를 기록했던 포항은 13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26경기 동안 8승 9무 9패로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포항이 13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26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팀이 대부분 하위권 팀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8승을 거두면서 상위 스플릿 팀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7월 12일 울산전뿐이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포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안드레 모리츠를 데려오긴 했지만 내년부터 활용할 수 있다. 소극적이다 못해 인색했던 투자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유망주들과 무명 선수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기존 선수들과 무한 경쟁을 유도, 경기력과 전력을 강화시켜 리빌딩에 성공했다. 그 결과 수원 삼성은 2008년 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스포츠Q DB]

◆ 2년차 서정원 감독의 성공, 유망주 중심 리빌딩의 효과

전북과 포항의 희비가 투자에서 갈렸다면 수원과 울산은 선수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리빌딩에 성공했느냐에 따라 웃고 울었다.

수원은 2008년 K리그 우승 이후 암흑기를 걸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0위와 7위에 그쳤다. 2011년과 2012년에는 4위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지난해 다시 5위로 떨어졌다. 차범근 감독과 윤성효 감독 등 사령탑이 두 차례나 바뀌었고 지난해 서정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전망도 어두웠다. 곽희주, 이종민, 이용래, 조용태, 박현범, 백지훈 등이 모두 팀을 떠났고 데려온 산토스나 로저, 헤이네르 등 외국인 선수 역시 다른 구단과 비교해 그다지 나은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원은 유망주와 무명 선수들을 대거 중용하며 팀을 무한 경쟁체제로 만들었다.

그 결과 조성진이라는 새로운 수비 자원이 발굴됐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었던 조성진은 수원으로 들어와 K리그 클래식 37경기에 출전하며 수원의 수비를 맡았다.

▲ 수원 삼성은 득점왕에 오른 외국인 선수 산토스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의 맹활약과 짧은 패스 축구의 전술로 K리그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스포츠Q DB]

또 유스팀 출신인 권창훈과 민상기 등도 꾸준히 출전하며 기존 중견급 선수들을 긴장하게 했다.

여기에 수원은 기존의 롱 패스 중심의 선 굵은 축구를 버리고 지난해부터 적용시킨 짧은 패스 위주 축구를 정착시켰다. 이른바 '블루타카'였다.

이런 모든 점은 지난해 포항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포항 역시 포항 유스 출신의 선수들을 대거 활용한데다 짧은 패스 위주의 '스틸타카'로 K리그 클래식과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수원은 다행히도 포항의 전철을 밟지 않을 전망이다. 2년만에 다시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게 된 수원은 숙원이었던 아시아 정상 도전을 위해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 울산 현대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등으로 리빌딩에 실패, 조직력도 제대로 갖춰보지 못한채 6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사진은 성남FC전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조민국 감독. [사진=스포츠Q DB]

◆ 실패로 끝난 리빌딩, 우울한 시즌 보낸 울산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준우승 등으로 강호의 면모를 유지했던 울산은 김호곤 전 감독의 사퇴 이후 조민국 감독 체제로 재편했다.

울산 역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철퇴축구 플러스'를 내세우며 개막 3연승을 달린 조민국 감독은 '이달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초반 5경기에서 4승 1패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울산의 초반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6경기에서 4무 2패의 부진을 겪으며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월드컵 휴식기 전 마지막으로 치러진 부산과 경기에서 승리, 6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긴 했지만 울산은 선수 영입에 실패하며 리빌딩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울산은 월드컵 휴식기 동안 따르따와 반데르, 에데르, 카사 등 아시아 쿼터를 포함한 4명의 외국인 선수 외에 하성민과 한재웅을 데려오며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 울산 현대는 올 시즌 선수 영입 및 리빌딩 실패 외에도 기존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지난해 준우승에서 6위로 떨어졌다. 사진은 성남FC와 경기에서 코뼈 골절상을 당한 뒤 들 것에 실려나가고 있는 이용. [사진=스포츠Q DB]

따르따는 20경기에서 고작 3골에 그쳤고 반데르는 8월에 치러진 4경기만 치르고 부상을 입어 모습을 감췄다. 에데르는 선수 등록조차 하지 못해고 '제2의 데얀'으로 기대를 모았던 카사 역시 12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9월에는 김신욱과 김승규 등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전력이 더욱 약화됐다. 설상가상으로 김신욱과 이용이 동시에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울산으로서는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울산이 올 시즌 거둔 13승 가운데 상위 스플릿을 상대로 거둔 것은 서울(2승), 포항(1승) 등 3승에 불과하다. 하위 스플릿 팀을 상대로만 버텨왔을 뿐이다.

이미 울산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단장이 교체돼 조민국 감독 역시 좌불안석이다. 이미 윤정환 전 사간 도스 감독의 취임설까지 나왔다. 유망주도 키우지 못했고 선수 영입도 실패하면서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울산이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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