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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D리그의 지배자' 신윤하, 1군에 서는 그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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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D리그의 지배자' 신윤하, 1군에 서는 그날을 향해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1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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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로 입문 후 2군 독무대 활약, 아직 1군 출전 '제로'... "D리그에서 잘하면 나를 필요로 할 것"

[스포츠Q 박현우 기자] 프로야구에 '2군 본즈'라는 말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홈런(762개)을 기록한 배리 본즈에 빗대어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1군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신윤하(31·서울 SK)는 2010년 한국프로농구(KBL) 2군 윈터리그부터 올해 도입된 D리그까지 한 시즌 평균 득점 가운데 가장 낮았던 것이 14.39점일 정도로 D리그에서는 적수가 없는 선수다.

올 시즌도 D리그는 그의 무대다. SK가 지난 2일까지 벌인 KBL D리그에서 6경기에 나와 평균 29분 43초를 뛰며 19.17득점을 올리고 있다. 19.17득점은 2010년 윈터리그(19.61점)와 지난해 윈터리그(19.45점)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득점 감각은 전혀 사그러들 줄 모른다.

특히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치렀던 지난 2일 고양 오리온스전에서는 20분 동안 26득점으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과 함께 SK도 4연승을 거뒀다.

신윤하는 올 시즌 D리그 6경기를 치르면서 세차례나 20점대의 득점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가 2군에서만 잘한다고 해서 '2군 본즈'인 것은 아니다. 서른이 넘은 올해까지 아직 단 한번도 1군에서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2군 드래프트로 부산 KT에 입단했던 그는 2012년 다시 2군 드래프트를 거쳐 현 소속팀인 SK에 오기까지 7시즌째 KBL에서 뛰고 있지만 오직 2군 기록만 있을 뿐이다.

▲ 서른이 넘은 신윤하가 D리그를 넘어 1군 무대에 설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머나먼 1군 무대, 묵묵히 활약하면 기회 온다

2군 기록이긴 하지만 신윤하의 활약은 말 그대로 엄청났다. 데뷔 3년차인 2010년 KBL 윈터리그에서 23경기에 나서 평균 19.61득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1년 3위, 2012년 4위에 오른 후 지난해 윈터리그에서 다시 19.45득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도 19.2득점으로 D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선수와 해외출신 선수를 제외하고 1군 무대에서 가장 높은 평균득점기록은 2009~2010시즌 서장훈이 기록한 17.11점이다. 기준을 19점의 절반으로 나눠도 국내 선수 중에서는 2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러나 신윤하는 운이 없었다. KT 시절에는 당시 최고의 외국인선수인 제스퍼 존슨과 조성민, 박상오, 조동현 등이 그의 앞길을 막았다.

SK에서는 현재 최고의 외국인선수인 애런 헤인즈와 최부경, 김민수가 같은 팀에 있다. 심지어 KT 시절 동료인 박상오마저 다시 같은 팀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신윤하는 "계속 활약하다 보면 1군에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팀의 포워드진이 너무 좋아 기회가 안오는 것 뿐"이라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 신윤하가 2일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KBL D리그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2군의 터줏대감,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힘으로

하지만 이런 신윤하에게도 윈터리그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무대가 아니었다.

신윤하는 윈터리그에 대해 "윈터리그는 4개 팀밖에 없어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관객이 거의 오지 않았다"고 그 시절의 설움을 이야기한다.

윈터리그는 2009년 상무를 포함해 SK, KT, 오리온스, 인천 전자랜드 2군 등 5개 팀으로 시작했다. 여기에 KCC까지 더해져 한때 6개 팀이 참가했다.

그러나 2011년 오리온스를 시작으로 2012년 전자랜드까지 빠져나가면서 유명무실한 2군 리그로 전락했다. 경기수도 최대 20경기에서 2013년 마지막 윈터리그는 12경기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 시즌 출범한 D리그는 다르다. 팀은 상무와 연합팀을 포함 7개로 다시 늘었고 1, 2군 구분이 없어지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 윈터리그 시절 없던 관중들도 조금씩이나마 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1군에서 뛰던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과 경기력 회복 등을 위해 뛰면서 1군 감독과 코치들도 선수들을 지켜보기 위해 D리그 현장을 찾고 있다.

신윤하도 "D리그에는 관객도 오고 다른 팀 코치 분들도 많이 온다"며 "여기에 어필하기 위해 경기에 뛰는 선수들도 힘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D리그 7개 팀의 평균득점은 82.7점으로 KBL 10개 구단의 73.5점보다 10점 가까이 높다. 2군의 터줏대감답게 신윤하의 분석은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신윤하 자신도 "나는 D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상대는 1군에서 활동하다 내려온 선수도 많다. 이들을 상대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새롭게 바뀐 D리그에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 신윤하가 2일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KBL D리그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2군의 터줏대감에서 1군에 서는 그날까지

신윤하가 D리그에서 맹활약하듯이 SK도 정규시즌(2위, 17승 6패)과 D리그(2위, 5승 1패) 양쪽에서 잘 나가고 있다. 특히 D리그에서는 1일 전자랜드에 101-57, 2일 오리온스에 88-70으로 완승을 거두며 4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K는 오는 15일 고양체육관 보조체육관에서 열리는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5연승에 도전한다.

이에 대해 신윤하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경기든 숙소든 서로 기분좋게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게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팀 성적과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비주전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팀이 잘나가는 만큼 변화를 줄 필요가 없고, D리그에서 잘하더라도 부상자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다른 선수를 기용할 이유가 없다.

이는 서른한살 신윤하에게는 더욱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계약도 2군으로서 매년 갱신해왔기 때문에 팀과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 1군 경력 없이 나이 서른이 넘은 그에게 재계약 제의가 들어올까.

이에 대해 신윤하는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하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나이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D리그에서 잘하다 보면 팀도 나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지금의 활약을 이어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이립(而立)의 나이에 들어선 공자가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듯이 신윤하가 자신의 농구를 확립해 1군에 데뷔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활약이라면 머지 않아 1군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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