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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심판에 대한 신뢰와 존중 있으면 논란도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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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심판에 대한 신뢰와 존중 있으면 논란도 줄어들 것"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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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1년, "맡아보니 그동안 너무 몰랐다…현장 지도자들도 규칙 숙지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심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있다면 그만큼 판정에 대한 논란도 줄어들 겁니다. 감독이 벤치에서 보는 시각과 심판이 직접 그라운드에서 보는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판정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하면서 추후 평가단의 결정에 따라줬으면 합니다."

현역 선수로 그리고 은퇴 뒤에는 지도자로 활약했던 정해성(56)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어느덧 1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1월 21일 취임식을 가졌던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지난 1년을 바쁘게 보냈다.

정해성 심판위원장의 그동안 이력을 보면 참으로 화려하다. FC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의 선수로 활약했고 은퇴 뒤에는 LG의 코치와 스카우트로 뛰었다. 이후 포항과 전남의 코치를 거쳐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냈다. 2002년 대표팀 코치로 히딩크 감독과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다.

정해성 심판위원장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 박항서 코치(현재 상주 상무 감독)와 함께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뤄낸 것은 그의 가장 큰 성과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맡았다가 허정무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대표팀의 코칭스태프로 합류, 수석코치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위업을 만들어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남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한동안 야인으로 생활했던 그는 지난 1월 대한축구협회의 심판위원장을 맡았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바쁜 1년을 보냈다. 심판 저변 확대를 위한 시도 축구협회가 관리하는 4급 심판 제도와 월드컵 본선에 한국 심판을 내보내는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도 가동시켰다.

언뜻 그에게 심판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은퇴 뒤 1급 심판 자격증을 땄다. 비록 6경기 뿐이지만 1994년 춘계중학연맹전으로 주심으로 2회, 부심으로 3회, 대기심으로 1회 등 모두 6경기의 심판을 맡아보기도 했다.

◆ "선수·감독이 보는 시각은 심판과 다를 수 있어, 믿어주고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돼야"

그런 그이기에 지도자와 심판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흔치 않은 축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최근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 부족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현장 지도자로 심판에게 항의도 해봤고 퇴장도 당해봤다"며 "그러나 심판위원장을 1년 해보니 내가 코치, 감독 때 얼마나 모르고 지나갔던 것이 많았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정 위원장은 "내가 선수, 코치, 감독으로 일했을 당시 경기 규칙을 제대로 알고 항의했는지 반문해봤다. 선수는 선수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지도자는 지도자로서 역할에 집중하다보니 모르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았다"며 "심판위원장을 하면서 경기 규칙에 대한 책을 많이 봤다. 그동안은 솔직히 말하면 경기 규칙을 그냥 알았을 뿐이었다. 현장의 지도자들도 경기 규칙에 대한 부분을 탐독하고 숙지한다면 불필요한 항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 위원장은 "판정 오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다. 또 팬이 보는 입장과 감독이 보는 입장, 심판과 심판 감독관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의도된 오심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여기에 심판위원회 내 구성된 평가단이 심판 판정에 대해 일일이 점검하고 잘못이 있으면 심판 배정 중지 등 징계와 제재를 확실히 가한다. 이처럼 확실하게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자나 관계자,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항의했다가 다시 인정하고 경기를 치르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선수, 감독이 보는 시각과 심판이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상호 신뢰와 존중이 있다면 판정에 대한 논란과 불신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이 심판 판정이 불리하게 작용해 팀이 강등될 수도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이재명 구단주와 성남에 대한 문제는 워낙 민감하고 예민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상호 존중과 신뢰가 돈독했다면 그런 논란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 정도로 정리하겠다. 불신이 풀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신뢰하는 축구 현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심판들도 월드컵 본선에 나가야죠, 퓨처 트리오 가동"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2014년이 거의 끝나가지만 2015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나 바쁘다. 그러나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심판 어워즈를 출범시켰다.

정 위원장은 "심판들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조명되고 있다. 사실 잘하는 심판도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시상하면서 사기를 올려주는 계기가 필요했다"며 "은퇴 심판에 대한 공로상 뿐 아니라 배정받은 모든 경기를 빠지지 않고 모두 나와준 개근 심판, 16개 시도 우수 심판 시상 등을 통해 심판들의 노고에 대해 충분히 감사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과제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대표팀이 아니라 심판에 대한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영주 주심이 맡은 것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출신 심판이 나간 적이 없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본격 가동한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는 주심 1명과 부심 2명 등 3명으로 구성된 팀을 적극 지원, 러시아 월드컵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이 러시아 월드컵으로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주심 1명과 부심 2명 등 3명으로 구성된 팀이 러시아 월드컵에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김종혁, 김상우 주심을 비롯해 정해상, 윤광열, 최민병, 양병은 부심까지 두 팀이 퓨처 트리오로 활동 중이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 심판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월드컵 같은 메이저대회에 나가지 못한 것은 외교적인 노력이 결여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AFC와 외교 교감을 확립하면서 내년 1월 AFC 아시안컵에 국제심판 5명을 배정받게 된다. 아시안컵에서 활동은 곧 AFC와 FIFA에 평가보고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러시아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위원장은 "퓨처트리오 두 팀은 향후 유럽과 남미로 훈련을 보내 직접 외국 리그의 심판으로 뛰게 할 생각"이라며 "아직 해당 축구협회와 협의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잉글랜드와 브라질 쪽을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외국 프로리그에서 뛰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아직까지 할 일이 많다. 올 한해 16개 시도 축구협회가 관리하는 4급 심판 제도를 출범시켜 심판들에 대한 인력풀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심판에 대한 워크샵과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한 정책에 골몰해야 한다.

신뢰받을 수 있는 심판,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심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정해성 심판위원장의 목표다.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국내에서부터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또 국내에서 존중받고 인정받게 된다면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두 목표는 서로 맞물려있기 때문에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내년도 바쁜 한해를 보내야 할 것 같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해성 심판위원장이 1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심판 어워즈에서 특별 공로상 수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년 동안 수고한 심판들에 대한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시상식이 열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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