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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타니까 청춘이다! '썸'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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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타니까 청춘이다! '썸' 권하는 사회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3.1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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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가요 점령한 '썸'현상...'신종 연애' vs '간보기' 논란

[스포츠Q 이예림기자]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 마.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나만 볼 듯 애매하게 날 대하는 너~’

가요차트에서 걸그룹 씨스타의 소유와 정기고가 듀엣으로 부른 ‘썸’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청춘남녀 사이에 인기를 모으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 KBS 2TV ‘개그콘서트’의 장수 코너 ‘두근두근’,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썸앤쌈’, 가수 케이윌ㆍ마마무ㆍ휘성이 함께 부른 ‘썸남썸녀’에 이르기까지 ‘썸’에 웃고 우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 '썸'을 부르는 소유와 정기고

‘썸’이란 ‘썸딩(Something)'의 준말로 본격적인 연애 직전의 탐색 단계, 연인 같은 묘한 기류가 흐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는 "썸 탄다"고 즐겨 말한다.

지난 7일 방송된 ‘마녀사냥’의 코너 ‘그린라이트를 켜라’에선 미국 유학 중인 여학생이 방학 기간에 잠시 귀국했다가 만난 남성에 대한 사연이 소개됐다. 여대생은 그 남자가 자신에게 “사귀자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 네가 좋은데 나이가 어리고 나 같은 사람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말고 다음 방학 때 한국에 다시 오면 사귀자고 말하고 싶다”는 고백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MC 신동엽만 남자가 진지한 관계를 위해 고백 타이밍을 미룬 것 같다며 그린 라이트를 켰다. 반면 가수 성시경은 호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진지한 관계를 생각하는 것인지, 장거리 연애를 부담스러워하는지 헷갈려 했다.

 

▲ JTBC '마녀사냥' 방송캡처

김성호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마녀사냥’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쏟아지는 사례를 보노라면, 상대방이 내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상담이기보다 놀이의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관계가 만들어진 후에 감정을 교감하던 것이 감정을 조절해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지역ㆍ민족적 측면에서 봤을 때 서양 특히 미국 청소년들이 의식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거나 조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개인주의가 확산하고, 급속히 서구화된 우리 사회의 의식변화를 강조했다.

◆ 불안한 청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정 유보' 욕망 반영

‘썸’ 현상은 취업난과 맞물려 아직 사회에 자리잡지 못한 20대 청춘에게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취업 재수를 하고 있는 정진열(27)씨는 “몇 차례 만난 여자가 있는데 취업에 실패하니 차마 사귀자고 말하지를 못하겠다. 데이트는 하더라도 취업에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연애보다는 현실의 급박함을 고백했다.

박은하(24)씨 역시 대학원 진학이라는 현실을 앞두고 '썸'을 타고 있다. 그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C군과 밥을 같이 먹고 영화도 본다. 하지만 애인사이는 아니다. 박양은 “우리 둘다 불안정한 상황이다. 연애를 하려면 일정 부분은 서로에게 헌신해야 하는데 그건 싫다. 하지만 이성에 대한 설렘은 느끼고 싶다. 그래서 연애보단 썸이 더 좋다”며 ‘썸’의 설렘만 취한다.

'여자생활백서'의 안은영 작가는 “썸의 의미 자체가 모호하며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언젠가(someday) 누군가(somebody)와 무엇(something)을’ 누구나 꿈꾸지 않냐”며 애매모호함이 주는 설렘과 낭만을 언급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있지만 고백을 보류하는 현대 남녀에 대해 안 작가는 “사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고민하지 않고 고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절이 돌아올 수도 있기에 희망을 오랫동안 잡고 싶은 마음에 썸을 타는 게 아닐까"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불안한 청춘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정을 유보하고, 긍정적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기 때문에 '썸' 현상이 확산한다고 해석했다.

▲ 영화 '연애의 온도'의 한 장면

임경선 연애 칼럼니스트 겸 작가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깊은 관계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상처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의 보호를 많이 받고 자란 세대인데다 한 자녀 가정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심리적 요인과 더불어 이전 세대와 다른 현 세대의 특징을 들었다.

◆ 인터넷, SNS 발달...연애 말고 관리하거나 즐길 '채널' 많아진 영향

또한 그는 ‘썸’이 트렌드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인터넷, SNS의 발달을 들었다. 과거와 달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하나(연애)에 빠지는 습성이 없어졌다는 해석이다. 즉 연애 말고도 관리하거나 즐길 수 있는 채널들이 이제는 너무나 풍성해졌다.

반면 일종의 '간보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썸'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대학 졸업반인 채(23)모양은 “이도 저도 아닌 관계로 인해 감정 소비가 크다. 20대 사이에 썸이 정착된 후로 관계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썸 아닌가"라며 관계의 진실성을 배제하는 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21세기 대한민국 청춘들은 ‘진짜 연애’를 하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썸'은 아픈 청춘이 대안으로 창조한 최첨단의 연애 형태일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연애하는'이 아닌 '썸 타는'이 하나의 사회 용어로 자리잡은 현상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건네는 조언에 귀기울이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연애를 아름답고 설레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연애에는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 기다림이 공존한다. 청춘들은 아름다운 것만 취하고 싶기에 간을 보지만, 연애의 고통이 그 순간은 힘들지라도 지나고 보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썸’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나는 진짜 연애를 권하고 싶다”(임경선 작가)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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