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KBS 스페셜,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4대의 유랑'...연해주-중앙아시아-러시아-한국 '5개국 6개도시' 로케이션
상태바
KBS 스페셜,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4대의 유랑'...연해주-중앙아시아-러시아-한국 '5개국 6개도시' 로케이션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2.16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KBS 1TV는 KBS 스페셜 ‘강제이주 80년, 4대의 유랑’을 제작해 16일 밤 9시 30분에 방송한다.

이날 방송에는 모두 5개국 6개 도시 로케이션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던 고려인 비싸리온 가(家) 4대의 유랑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강인함을 전할 예정이다.

비싸리온 가(家)는 글로벌 고려인 가족이다. 김 비싸리온 씨는 1952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났다. 그도 러시아를 거쳐 지난 2015년 넷째딸 가족과 함께 안산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와 형님은 우즈베키스탄에, 아내와 다른 가족들은 러사아에 남아 있다.

 

[사진= KBS 제공]

 

KBS스페셜 제작진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남부 로렌부르크와 로스토프, 경기도 안산까지 총 5개국 6개 도시 로케이션을 통해 고려인 사회를 관통하는 이들 가족의 삶을 들여다 본다.

타슈켄트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시골은 비싸리온씨의 고향 집이다. 이곳에서 그의 어머니는 5남2녀를 키웠다. 요즘 92세의 어머니는 침대 위에서 거의 하루를 보낸다.

KBS스페셜 제작진을 보고도 말이 없던 어머니지만 아들의 최근 사진을 보자 “비싸” “이게 내 아들이다”라고 입을 열었다고 한다. 아들도 눈물을 흘리기는 마찬가지다. 연로한 어머니를 3년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강제이주 첫 출발지였던 러시아 우수리스크 라즈돌노예역. 윤 스타니슬라브씨는 강제이주로 카자흐스탄에서 살다가 20년 전 연해주로 돌아와 다시 정착했다. 그는 강제이주 당시 태어난 지 2주가 지난 갓난아기였다.

“제가 태어난 해인 1937년은 애들이 없어요. 다 죽었어요. 강한 아이들만 살아남았죠. 태어난 애들이 다, 다 죽었어요. 제일 튼튼한 사람들이나 살아남았죠. 내가 80년을 살았는데 이 세월이 나를 참 힘들게도 했어요.” 윤씨는 암담했던 지난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사진= KBS 제공]

 

카자흐 공화국의 우쉬토베 바슈토베 언덕.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처음 정착했던 곳이다.

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일부 민가에 배치되고, 대부분 2㎞ 떨어진 큰 산이라는 뜻의 바슈토베 언덕 밑에 정착했다. 그곳에는 추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고려인들이 80년 전 만들었던 토굴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 땅굴에 두 가족 세 가족 그렇게 살았죠, 춥다보니까. 사람들이 많으면 조금 더 따뜻하니까. 여기 바슈토베는 바람이 그냥 붑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상관없이 춥습니다. 바람은 그냥 붑니다.”

인 발렌티나 전 우슈토베 고려인 협회장은 황량했던 고려인 첫 정착지에서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떠올린다.

고려인들에게 시련은 강제이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에게 닥친 또 한 번의 위기는 바로 1991년 일어난 소련의 해체였다.

“소련 붕괴만 안됐으면 고려인들은 최소한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1937년에 강제이주 되었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면서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다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는 바람에 또 몇 십 년 살던 땅을 떠나야 됐고. 어떻게 보면 진짜 1937년 그 비극보다도 더 힘든, 더 심한, 더 안 좋은 비극인 것 같아요, 소련 붕괴가. 최소한 고려인들 관해서는.”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황영삼 연구교수는 소련 해체가 고려인들에게 얼마나 큰 시련인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진= KBS 제공]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14개 국가에서는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배타적 민주주의가 나타났고, 우즈베크어와 카자흐어를 하지 못하는 고려인들은 그들이 일하던 곳에서 하루 아침에 밀려났다.

비싸리온 씨의 아내 올가 씨 역시 남편을 떠나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이주했다. 그녀는 오렌부르크 중앙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했고, 5남매의 자녀들도 하나 둘 그녀가 있는 곳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현재 올가 씨는 혼자 살고 있다. 자녀들은 하나 둘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또 다시 흩어진 것이다.

제2의 우수리스크라고 불리는 러시아 로스토프. 비싸리온 씨의 첫째 딸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한 달에 50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떠나고 있다. 한국으로의 또 다른 이주 물결이다.

3년 전부터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고려인들이 늘면서 안산 땟골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는 1년에 하나씩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특별반이 증설될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 고려인 4세인 이 아이들은 고려인 4세를 동포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 재외동포법에 의해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고려인들에게 1937년 강제 이주 후에도 생이별과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고려인에게는 숙명처럼 되어버렸다.

비싸리온 씨 가족에게는 고려인 80년의 이야기가 오롯이 녹아 있다. KBS 스페셜 ‘강제이주 80년, 4대의 유랑’에서는 이들 4대 가족을 통해 강제이주 이후에 일어난 고려인들의 80년 역사를 조명하고 끝나지 않은 비극의 현대사를 되돌아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