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썰매(봅슬레이-스켈레톤)의 목표는 금메달 2개다.”(지난 1일 개막 전 미디어데이)
“윤성빈이 0초3을 당겼다면 원윤종-서영우는 0초6을 단축했다. 목표가 허황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지난 16일 스켈레톤 윤성빈 금메달 수확 후)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윤성빈에 이어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도 금메달을 수확해 낼 수 있다는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원윤종-서영우는 18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오후 8시 5분부터 시작되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 1차 레이스에 나선다. 30팀 중 마지막 순번을 받아 오후 8시 40분 이후에나 출발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윤성빈(24·강원도청)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원윤종-서영우는 윤성빈보다 더욱 빨리 빛을 봤다.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IBSF) 세계랭킹 1위 쾌거를 이뤄내며 평창의 주인공이 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원윤종-서영우 국산 썰매와 라트비아산 썰매 중 확실한 선택을 하지 못했고 장비 코치 등이 팀을 이탈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 시즌엔 3위로, 이번엔 21위까지 추락했다.
이들은 월드컵에도 단 3차례만 출전해 각각 10위, 13위, 6위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더니 곧바로 국내로 돌아와 평창 홈트랙 적응에 매진했다. 성과는 확실했다. 이용 총 감독은 “모든 분들이 윤성빈이 이렇게 큰 차이로 금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1월에 훈련 한 결과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윤성빈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원윤종-서영우이 올 시즌 참가한 3차례 월드컵에서 1위와 보인 격차는 0초55, 0초94, 0초34였다. 평균적으로 0초61. 0초6을 앞당겼다는 이용 총 감독의 말대로라면 금메달이 보인다는 말도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5일 1,2차 공식 주행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가진 3차례 주행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각각 5위, 3위로 기대감을 키웠지만 마지막엔 10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 결과엔 함정이 있다. 바로 스타트다. 3~4차 레이스에서 세운 스타트 기록은 5초10, 5초13으로 각각 14위, 15위였다. 원래도 스타트가 약점으로 꼽히긴 했지만 올 시즌 참가한 월드컵에서만 보더라도 모두 스타트는 5위권 안에 들었었다.
17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난 이용 총 감독의 말에 답이 있다. 그는 “스타트는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나 연습 주행에선 70~80%만 전력을 쏟는다”며 “월드컵 땐 스타트가 평균적으로 상대선수와 비교해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파악해 실제 경기결과를 예상하면 90% 이상 맞았다”고 밝혔다.
스타트는 느렸지만 주행에선 흠잡을 데 없었다. 완벽한 레코드 라인으로 주행을 거듭하며 기록을 끌어올렸다. 지난달까지 슬라이딩센터 트랙을 452차례나 달린 성과가 뚜렷이 나왔다.
심지어 5차 레이스에선 더 스타트를 늦췄다. 기록은 5초26. 전체 30명 중 26번째였다. 그러나 역시 주행에선 깔끔했고 이들은 6차 레이스는 필요 없다는 듯 주행에 나서지 않았다.
이용 총 감독은 “어제까지만 해도 약간 불안했다. 10일 정도 안탔기 때문”이라며 “첫 주행이 중요했다. 실수 없이 타면 자신감이 붙는다. 그 전과 트랙 상황이 똑같다고 느낀다. 다만 실수하거나 기록이 안 나오면 불안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젠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준비는 끝났다. 다만 한 가지 걱정거리는 있다. 이용 총 감독은 “다만 첫 주행 순서를 추첨으로 뽑는데 앞 번호가 되면 정말 편안한 경기가 될 것이고 뒷 번호로 가면 조금 힘겨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컴퓨터 추첨으로 배정된 순번은 30번째, 가장 마지막이었다. 썰매 종목의 특성상 뒤로 갈수록 트랙이 많이 파이기 때문에 앞 번호에서 주행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결과를 되돌릴 순 없다. 준비한 것을 쏟아 붓기만 하면 된다.
봅슬레이는 스켈레톤과 마찬가지로 1~4차 레이스 성적을 종합해 최종 순위를 가린다. 2차 레이스는 오후 9시 40분부터 열린다. 3차는 19일 오후 8시 15분에 이어진다. 이 결과 전체 30팀 중 상위 20팀이 19일 오후 10시 마지막 4차 주행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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