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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 이윤택 경찰 출석, 경찰 소환서 거듭 사과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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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 이윤택 경찰 출석, 경찰 소환서 거듭 사과는 했지만...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3.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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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피해자들은 이 사과의 말을 얼마나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까? 

“피해당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사실여부는 경찰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정직하게 받겠습니다.”

잇따른 ‘미투’ 폭로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예술감독(66)이 17일 경찰에 출석하며 거듭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지만 강제성 등과 관련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윤택은 경찰 출석을 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했다. “피해자 몇분 정도되는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고 답했고, “기억나는 분들 없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지금 저는 누가 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또한 “기자회견 사전연습 의혹이 있는데”라는 질문에는 “연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 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그 준비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다 이렇게 왜곡되게 말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의도성을 부인했다.

이씨는 짙은 회색 자켓에 검정색 머플러 차림으로 경찰에 나왔다. 특히 어깨 선에 닿을 정도였던 긴 은발은 귀가 훤히 보일 정도록 짧게 자른 모습이었다.

피의자 신분이 된 이 전 예술감독은 극단 연희단거리패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극단원 16명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폭행 등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수희 대표는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여관에서 이씨로부터 안마를 강요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등 관련 피해 증언들이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13일까지 피해자 16명을 전국 도처에서 접촉해 이 감독의 성추행·성폭행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진수를 확보했다.

이씨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사과하면서도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며 강제성을 부인해 피해자들과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은 사전에 연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성추행·성폭행 여부와 상습적인 성폭력을 가하면서 극단원들에게 위력이나 협박·폭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피해자 16명은 변호사 101명으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는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지난 5일 법무부에 이씨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이씨가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자택과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경남 김해 도요연극스튜디오,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등 4곳을 압수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잇단 성추행·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이윤택 전 예술감독이 이끈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지난달 19일 결국 해체를 선언했다. 1986년 부산에 본거지를 두고 창단된 지 32년 만에 불명예를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이윤택, '미투'에 '연극계 거장'서 '성추행 피의자' 신분 전락 

 

연희단거리패는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중심으로 첫 작품 '죽음의 푸가'에 이어 '히바쿠샤' '시민K' 등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실험하며 성장한 극단이었다.

1988년 바탕골소극장에 올린 '산씻김'을 시작으로 서울 대학로에 부산 연극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시민K'가 큰 호평을 받으며 명실상부 전국구 극단이 됐다. 1994년 우리극연구소를 만들면서 서울에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또한, '바보각시' '오구'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 '햄릿'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피의 결혼' 등 서양 고전을 한국적 양식으로 소화해낸 무대들이 호평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부터는 일본.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해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연희단거리패 중심에는 이 전 예술감독이 존재했다. 부산에 기반한 신문사의 편집기자 출신인 그는 비평 활동과 시 쓰는 일을 겸하다 연극계에 집중한 이후 재능을 맘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양식과 카리스마로 자칭, 타칭 문화 게릴라로 통하며 연극계 선구자 또는 거장으로 불렸다.

1999년 밀양시의 지원으로 설립한 밀양연극촌은 이윤택 전 감독의 명성을 대변하던 곳이었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해 무대와 함께 젊은 연출가, 배우들을 다수 발굴했다.

이 전 예술감독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호'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것이 이유로 알려졌었다. 게릴라 극장의 지원이 끊긴 것 역시 그 때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창인 이 전 감독은 문 대통령 당선 후 문화권력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권력에 뜻이 없다며 연극계에 매진했고, 일부에서는 그런 선택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미투’ 운동을 통해 극단원들에 대한 성추행·성폭력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세간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연극계 거장에서 비난세례를 온몸에 받고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신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날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경찰 출석 모습은 그래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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