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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유광우, 삼성화재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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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유광우, 삼성화재 강한 이유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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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세트 능력으로 레오의 공격력 극대화…시즌 초반 부진 완벽 탈출

[스포츠Q 박현우 기자] 대전 삼성화재는 예전부터 외국인 선수 한명의 공격에 의존하며 '몰빵 배구'라는 반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삼성화재를 거쳐간 레안드로, 안젤코, 가빈부터 2012~2013 시즌부터 뛰고 있는 레오까지 늘 그래왔다.

하지만 배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외국인 선수 한명에 좌우되는 삼성화재가 아님을 잘 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선수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안정적으로 외국인 선수에게 토스를 올려주는 세터의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 제 아무리 최고의 공격수라고 하더라도 토스를 제대로 올려주지 못한다면 공격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뛰어난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을 '보배'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터가 잘 꿰어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세터는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삼성화재의 최근 경기를 보면 레오의 공격력을 구슬에서 보배로 만들어주는 선수가 있다. 삼성화재의 숨겨진 '코트의 지배자' 세터 유광우(29)다. 유광우는 세트 평균 11.328개로 당당하게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원체육관에서 22일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삼성화재는 레오의 33득점 활약으로 한국전력을 3-0(25-22 25-20 25-17)으로 완파하며 남자부 선두를 굳건히 했고 그 중심에는 역시 유광우가 있었다.

▲ 유광우(가운데)가 지난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OK저축은행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레오가 경기 지배한다면 유광우는 경기를 만든다

레오는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공격 점유율 64.38%에 공격 성공률 70.21%를 자랑했다. 이날 경기를 지배한 것은 단연 레오였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플레이메이커, 야구에서는 포수가 경기를 만들 듯이 배구에서는 세터가 경기를 만든다. 레오가 경기를 지배한다면 유광우는 경기를 만드는 선수다.

유광우는 한국전력전에서 세트성공률 67.8%(40/59)를 기록해 세트 평균횟수 2위(1세트 당 10.814개)를 기록중인 권준형(25)과 세터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권준형은 세트 성공률 50%(36/72)에 머물렀다. 세터 대결에서 압도한 삼성화재가 승리를 거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유광우는 이미 인하대학교 때부터 이름난 세터였다. 2004년 아시아청소년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며 세터상을 탔고 2006년 대학배구 최강전에서는 우승과 함께 베스트 6에 선정됐다. 다음해에도 대회 2년 연속우승과 베스트 6 선정, 그리고 최우수선수(MVP)까지 추가하며 그의 미래는 활짝 열린 듯 했다.

2008 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지만 시련이 시작됐다. 발목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발목 신경이 크게 손상돼 병역이 면제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여기에 당시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가 국가대표인 최태웅(38·천안 현대캐피탈)이었던 것도 불운이었다.

유광우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2009~2010 시즌이 끝나고 최태웅이 자유계약선수(FA)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다. 최태웅의 이적으로 주전 세터 자리는 유광우에게 돌아왔고 이 때부터 새로운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 삼성화재가 '몰빵 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레오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은 바로 세터 유광우의 역할이다. 유광우는 세 시즌 연속 세터상을 받는 등 국내 최고의 세터로 발돋움하며 삼성화재를 최강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안산 OK저축은행전에서 환호하고 있는 유광우. [사진=KOVO 제공]

◆ 3년 연속 V리그 남자 세터상, 한국 최고의 세터 자리

첫 주전 시즌인 2010~2011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최소 11개 이상의 세트(1세트 당)을 기록하고 있는 유광우는 2011~2012시즌부터 3년 연속 V리그 남자 세터상을 수상, 한국 최고의 세터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구미 LIG손해보험전에서는 V리그 통산 5번째로 6000세트를 돌파했다. 최태웅이 갖고 있는 통산 최다 세트인 1만2449개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유광우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최태웅보다 9살이나 어리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런 활약에도 그는 국가대표가 아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한국전력과 경기를 마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대표 한 명 없는 팀"이라고 말할 정도로 삼성화재는 최강팀이면서도 국가대표 선수가 거의 없다. 그나마 국가대표였던 박철우(29)는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국가대표보다 더한 활약을 해주는 유광우가 있어 삼성화재는 계속해서 V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안산 OK저축은행보다 1경기를 덜 치르고도 승점 3점이 앞서며(승점 35점) 8년 연속 우승까지도 충분히 넘볼 기세다.

이런 성적을 레오가 이끄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유광우가 없다면 레오도 없다. 그렇기에 유광우는 삼성화재의 '숨은 지배자'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반면 삼성화재에 완패한 한국전력은 1세트부터 깜짝 선발출전한 후인정의 발목 부상과 에이스 쥬리치의 완치되지 않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하며 시즌 7패(9승, 승점 24)로 4위 현대캐피탈(승점 27)을 추격하지 못하고 5위에 머물렀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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