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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도빈 "배우는 패밀리 비즈니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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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도빈 "배우는 패밀리 비즈니스"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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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김용건-하정우, 김무생-김주혁, 연규진-연정훈, 박노식-박준규, 최무룡-최민수, 최주봉-최규환, 정애란-예수정, 나한일-나혜진, 독고성-독고영재, 허장강-허준호, 주호성-장나라, 전무송-전현아, 남성훈-남승민 등 부모의 뒤를 이어 연기활동을 하는 2세 배우들이 연예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도빈(37) 역시 성격파 배우 백윤식의 대를 이은 연기자다.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초고속 승진 끝에 기업을 물려받는 재벌3세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솟구치는 요즘, 2세 배우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 고생과 도전 끝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움켜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인 부모로부터 ‘비즈니스 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다. 왜일까. 첫 주연 영화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의 개봉(1월15일)을 앞두고 만난 그에게 궁금증을 달래봤다.

 

◆ 1세배우 ‘치열한 경쟁 알기에 자생력 길러주는데 주력’…2세배우 ‘지원 바라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진로 개척’

백도빈 집안은 배우들로 그득하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내(정시아), 동생(백서빈) 모두 배우다. 그런데 그는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다. 단국대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다. 애초엔 아버지의 길을 가려했던 게 아닌 듯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연기를 보고 자라서 배우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많이 묻는데 아니다. 있었다면 연영과에 진학했을 거다. 하지만 뭔가 내재돼 있었기에 무의식적이나마 발현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 졸업 무렵 진로를 고민할 때 ‘짚고 넘어가자’ 싶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그래서 연기를 선택했던 거고 지금까지도 확인해 가는 과정이다.”

그가 연기를 업으로 삼기로 결정했을 때 아버지는 적극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네 인생이니까 후회 없는 선택을 해라. 녹록치 않다는 것만 알고 있어라”란 말만을 해줬다.

“2세 배우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아버지들께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시는 것 같다. 당신들께서 배우의 길을 걸어와서 그 생리를 너무 잘 아는데다 그 안에서의 경쟁,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우니까 자생력을 길러준 거다.”

그 역시 2004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단역으로 출발해 영화·드라마의 단역, 조연을 전전한 끝에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을 통해 주연배우를 차지하게 됐다. 10년이 걸렸다.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 ‘누구의 아들, 딸이다’는 타이틀은 득보다 오히려 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 및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심리만 높아지기에 잘해야 본전이다. 설혹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라도 하면 실망과 비난이 배가된다. 무엇보다 부모에게 누를 끼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2세들 상당수가 불투명한 미래와 경제난으로 인해 전업을 고민하거나, 부모님에게 SOS 신호를 칠까 망설였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현실과 타협했다면 자립은 물건너 갔을 거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인데...우리 스스로 근력을 키워야 했기에 고되더라도 돌아갔던 것 같다. 자신을 더 독려하면서 책임감, 독립적인 마인드를 갖추게 됐다. 그런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재벌3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이야기를 끄집어내자 백도빈은 말없이 웃음만 지었다.

◆ “아버지, 아내, 남동생과 한 작품에 출연하면 큰 추억될 듯”

배우들이 가족구성원인 집안은 어떤 모드일까. 같은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크고, 소통도 잘 이뤄질 듯싶다.

“일단 정서가 비슷하니 공감대 형성이 잘 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이 지닌 굴곡을 속속들이 잘 아니까 걱정, 안타까움이 크다. 동생이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을 그대로 동생에게 했다. 각오 단단히 하라는.”

 

40년 가까이 연기에 종사해온 아버지 백윤식은 10년차 배우인 그에겐 귀감이자 롤모델이다. 지난해 하반기 백윤식은 구설수의 후유증을 딛고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밝은 모습으로 컴백했다. 화제의 영화 ‘내부자들’ 촬영에 동참하는 등 영화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했다.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신 것 같다. 아들로서 굉장히 감사하다. 2006년 영화 ‘타짜’에서 아버지와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단 한 차례도 맞붙는 신이 없었다. 한 장면에서 교감을 해보는 것도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아내인 정시아와는 영화 ‘서바이벌’에서 처음 만나 선후배로 지내오다 2009년 결혼에 골인, 슬하에 아들 준우(6)와 딸 서우(3)를 뒀다. 배우가 패밀리 비즈니스인 백도빈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버지, 나, 아내, 동생이 한 작품에 출연해도 재밌을 것 같다. 작품의 본질에 위배되지만 않는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취재후기] 드라마, 영화에서 개성 있는 조연으로만 인지한 채 일별하곤 했다. 깊은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보니 자기만의 향기가 진한 사람이다. 특히 2세 연기자인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기대 온 거대한 산이자, 넘어야 할 산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백윤식이 진지한 허당의 페이소스를 잘 우려낸다면, 백도빈은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욕망을 발효해내는 데 능한 배우 아닐까. 아버지완 사뭇 다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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