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SQ스페셜] ⑥ '오렌지 커넥션' 빙속 중장거리 유망주가 자란다
상태바
[SQ스페셜] ⑥ '오렌지 커넥션' 빙속 중장거리 유망주가 자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7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창 드림' 스타트, 2015 양껏 꿈꾸다] 스피드스케이팅 - 빙속 강국 네덜란드서 코치 영입…과학 훈련으로 기록 단축 가속

[편집자주]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제 3년이 남았다. 결코 길지 않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도전자들의 질주가 새해 첫 해가 밝으면서 동시에 시작됐다. 금메달 8개 이상을 따내 종합 4위 안에 들고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약세 종목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는 '평창 프로젝트'의 핵심은 역시 3년 뒤 스타로 발돋움할 유망주들이다. 스포츠Q는 썰매 종목과 스키, 컬링, 아이스하키, 쇼트트랙·스피드·피겨스케이팅 등 7회에 걸쳐 '청양의 해'부터 양껏 도약을 꿈꾸는 유망주들의 도전을 조망한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의 동계 스포츠 도전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시작한다. 조선 말기에 스피드스케이팅이 도입됐기 때문에 동계 스포츠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동계올림픽 도전사 역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출발한다. 일제시대였던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 장우식, 김정연, 이성덕 선생이 출전한 것이 첫 역사였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나간 최용진, 이종국, 이효창 선생은 한국 최초의 올림피언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뿌리인 스피드스케이팅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세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위치를 중상위권으로 보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이상화(26·서울시청), 모태범(26), 이승훈(27·이상 대한항공)을 앞세워 드디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을 따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치 대회에서는 이상화의 금메달 하나만 나왔지만 이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단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중장거리까지 세력을 뻗어나가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와 손을 잡았다. 네덜란드 지도자를 데려와 과학적인 훈련 방식을 개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평창에서는 금메달 2개 이상, 동메달 1개 이상을 노린다.

◆ 20세 김준호, 모태범과 남자 단거리 '쌍두마차' 기대

현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 에이스는 모태범과 이상화다. 그러나 이들은 평창 올림픽이 되면 29세가 된다. 꾸준히 훈련을 하고 몸상태를 최고로 유지한다면 평창에서 뛸 수 있지만 이들에게만 기댄다는 것은 역시 위험부담이 있다. 새로운 세대가 이들의 뒤를 이어줘야만 한다.

다행히도 유망주들의 기량이 성장하고 있다. 남자에서는 김준호(20·한국체대)가 눈에 띈다.

김준호는 지난해 12월 벌어진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 500m와 1000m에 출전, 합계 144.635점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대선배 모태범을 제친 것이 의미가 있었다. 김준호는 대회 첫날 500m 1차 레이스에서 35초92로 1위, 1000m에서는 1분12초87의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이어 둘째날 2차 레이스에서는 500m 35초81로 3위, 1000m 1분12초94로 5위에 오르며 꾸준한 성적을 냈다.

김준호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으며 다음달 벌어지는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에 출전하는 대표로 뽑혔다.

물론 김준호가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행운도 있었다. 김준호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모태범이 첫날 500m 1차 레이스에서 37초31로 부진, 14위로 밀린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김준호는 "나중에 당당하게 진짜 실력으로 태범이 형을 이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는 지난해 하반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불과 2개월만에 이상화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욱 기록 단축이 기대된다. [사진=스포츠Q DB]

◆ 쇼트트랙 여왕 박승희의 새로운 도전

여자부에서는 역시 박승희(23·화성시청)가 이상화와 함께 쌍벽을 이룰 기세다. 이미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2관왕에 오른 박승희를 두고 유망주라고 하기엔 낯설지만 스피드스케이팅 분야에서는 분명 초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박승희는 쇼트트랙에서 갈고 닦은 뛰어난 코너워크를 바탕으로 500m와 1000m에서 기록을 줄여가고 있다.

박승희는 공식 경기를 뛰기 시작한지 불과 2개월만에 500m에서 2초나 줄였다. 지난해 10월 2차 공인기록회에서 세운 41초00의 500m 기록을 지난해 12월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38초98까지 단축했다.

또 500m보다 더 관심을 모으고 있는 1000m에서는 이상화를 위협할 상대로 떠올랐다. 월드컵 3차 대회에서 1분16초93으로 결승선을 끊으면서 당시 1분16초40으로 5위에 오른 이상화보다 불과 0.53초 뒤졌다.

박승희의 기록 단축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아직 스피드스케이팅에 최적화된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적응기라고 볼 수 있다. 완전히 적응된다면 얼마나 더 기록을 단축시킬지 알 수 없다.

제갈성렬 전 대표팀 감독도 "박승희가 계속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량이 뛰어나다는 증거"라며 "지금보다 미래, 최소 2년 뒤가 기대되는 선수다. 이상화와 함께 박승희가 평창 올림픽 여자 단거리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을 벌인다면 그만큼 메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김민석은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중장거리 유망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ISU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하며 기량과 경험을 동시에 쌓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유일한 중학생 국가대표 김민석, 중장거리 에이스 기대

한국의 중장거리는 단거리에 비해 열세였다. 이승훈이 밴쿠버 대회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깜짝'사건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가 워낙 강세라 중장거리에서는 중상위권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소치 대회를 통해 금메달을 거의 싹쓸이한 네덜란드에 자극받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네덜란드 연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류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한국의 쇼트트랙을 배우고 한국이 네덜란드의 스피드스케이팅을 배우는 '윈윈'이다.

이에 따라 코치 교류 등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돕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노하우를 접목시킴으로써 단거리는 물론 중장거리까지 함께 키운다는 것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계획이다.

때마침 중장거리 유망주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남자에서는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뽑힌 김민석(16·평촌중)이 누에 띈다.

김민석은 500m도 뛰긴 하지만 주종목은 1000m 이상 중장거리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500m에서 37초87의 기록으로 1위에 오른데 이어 다음날 열린 5000에서도 6분41초20으로 1위에 올랐다.

또 쟁쟁한 선배들이 모두 출전한 지난해 12월 전국남녀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에서도 1500m 1분51초92로 4위에 올랐다. 5000m에서는 출발 실수로 실격하는 바람에 성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쑥쑥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표 선발전에서 대표팀에 뽑힌 김민석은 이미 성인과 대등한 기량을 보이며 ISU 주최 월드컵 대회에도 출전하며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김민석은 현재 남자 1500m에서 월드컵 점수 41점으로 19위에 올라있다. 서울에서 열렸던 2차 대회에서는 1분50초89로 자신보다 10살 이상 많은 이승훈(1분50초15)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

▲ 여고생 박지우는 아직 대표팀 선수로 뽑히지 못했지만 '평창 올림픽팀'에 들어갈 정도로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다. 1997년 백은비가 세웠던 여자 3000m 한국신기록인 4분22초02에 1초 정도 뒤진 4분23초42의 기록을 갖고 있어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 박지우, 18년 묵은 여자 3000m 한국신 깨고 대표팀 입성 목표

여자부에서는 박지우(17·의정부여고)가 눈에 띈다. 박지우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전국동계체전 경기도 대표선발전 3000m에서 4분23초42로 대회기록을 6초나 앞당겼다. 또 전국남녀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에서도 3000m에서 4분27초03으로 4위에 올랐다. 성인 선수들과 함께 겨뤄 4위에 오른 것은 대단한 성적이지만 오히려 동계체전 경기도 대표선발전 기록보다 4초 이상 뒤졌다며 속상해하는 선수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박지우를 눈여겨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해 집중 육성하는 유망주팀인 '평창 올림픽'에 속한 박지우는 지난해 9월 해외 전지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유망주로 커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규(39) 감독은 "다음 시즌 대표팀 입성을 목표로 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평창 올림픽팀에서 에릭 바우만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 박지우는 스케이트를 타는 자세를 보완하는 등 기량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지우의 첫 목표는 1997년 백은비(35)가 세운 4분22초02의 여자 3000m 한국신기록부터 깨는 것이다. 현재 세계신기록은 이미 3분53초34로 3분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백은비의 기록까지 1초 정도만 남았기 때문에 박지우의 도전 레이스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처럼 중장거리에서 유망주가 계속 성장한다면 팀추월과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예상되는 매스스타트에서도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남자 팀추월은 이미 지난 소치 올림픽을 통해 은메달을 따내며 기대감과 가능성을 남겼다. 중장거리에 강한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추월 기록 역시 줄어들게 된다. 여자 팀추월은 소치 대회에서 8위에 그쳤지만 선수층이 두꺼워진다면 역시 메달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매스스타트는 체력과 스피드가 모두 필요해 쇼트트랙에서 강세인 한국 빙속에 유리한 종목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장거리 선수가 많아지면 매스스타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