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주현희 기자] 김용수, 구대성, 조용준, 오승환...
김태훈(28·SK 와이번스)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조준한다. 가을야구 행보를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야구 37년사를 대표한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가 왔다.
김태훈은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 타선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우고 승리를 챙겼다.
3승 2패로 앞선 SK가 만일 우승한다면 김태훈은 강력한 MVP 후보다. 한국시리즈에서만 3경기 1승 2세이브를 올렸다. 5⅔이닝 7피안타 무실점. 3차전 선발승을 거둔 메릴 켈리가 6차전에서 역투해 승수를 쌓으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51번 김태훈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수훈선수 김성현과 인터뷰장에 들어선 그는 “계투가 시리즈 MVP를 받는 건 매우 어렵다고 들었다”면서 투표권을 가진 취재진에게 “잘 부탁드립니다”고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시리즈에서 투수가 MVP를 받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선발이 아닌 구원 쪽에선 이루기 어려운 미션이다. 김정수(해태 타이거즈), 김용수(LG 트윈스), 구대성(한화 이글스), 조용준(현대 유니콘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등이 이를 해냈다.
‘가을의 전설’로 우뚝 선 레전드 반열에 함께 거론될 수 있다는 사실이 김태훈의 위대함을 알 게 한다.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4경기까지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9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평균자책점(방어율) 0이라 ‘미스터 제로’다.
김태훈은 “1승만 더하면 팀이 우승하는데 그 1승을 추가하는 경기에서도 내가 던졌으면 좋겠다”며 “많으면 2경기에 오를 텐데 열심히 던지면 평균자책점 0으로 시리즈를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족의 발전이다. 김태훈은 구리 인창고 재학 시절(2008년)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퍼펙트게임을 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SK는 이듬해 1차 지명으로 김태훈을 영입하며 계약금 1억원을 안겼다.
그러나 성장이 무척 더뎠다. 기회는 꽤 받았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다. 프로야구에 입문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연봉이 4000만원인 이유다. 절치부심한 올해 비로소 만개했다. 정규시즌 61경기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으로 SK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기여했다.
김태훈은 “작년까지만 해도 못 던지면 불안했는데 최상덕 코치님, 손혁 코치님, 트레이 힐만 감독님께서 멘탈 케어를 많이 해주신다”며 “계속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 있게 뿌리지 않나 싶다”고 비결을 전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을 눈앞에 둔 SK다. 김태훈은 “야구는 멘탈이 큰 거 같다. 올해 분위기 자체가 좋다 보니 큰 경기에서 긴장 안하고 즐기려 한다”며 “3승째 하고 있는데 계속 좋았으면 한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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