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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두 얼굴의 말컹, 트와이스-MVP 향한 너무도 달랐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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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두 얼굴의 말컹, 트와이스-MVP 향한 너무도 달랐던 반응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03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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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올 시즌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고의 선수는 말컹(24·경남FC)이었다. 건장한 체구로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제압하고 깜찍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온도차 만큼이나 시상식에서도 상황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태도를 보였다.

말컹은 3일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에서 이용(전북 현대)를 제치고 당당히 K리그1 MVP로 선정됐다.

MVP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오른 말컹은 앞서 득점왕과 베스트11에 선정된 이후 마이크를 잡았던 때와는 달리 돌연 눈물을 흘렸다.

 

▲ 경남FC 말컹(오른쪽)이 3일 2018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에서 K리그1 MVP를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반면 트와이스의 영상 선물을 받고는 활짝 웃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시상식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말컹은 “작년에 2부에서 승격했는데 ‘과연 말컹이 1부에서 통할까라는 의구심을 샀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골뿐 아니라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는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3차례 부상으로 못 뛰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런 걸 이겨내고 상을 받게 됐고 그 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종부 감독은 일명 ‘밀당 리더십’으로 말컹의 출전시간을 조절하며 감정 기복이 있는 그를 컨트롤 했다. 납득이 가지 않았을 수 있지만 결국 말컹은 K리그1 MVP가 됐다. 

말컹은 “김종부 감독과 얘기할 때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많이 받는데 감독님은 선수 시절 공격수로서 좋은 자질을 갖췄고 많은 경험을 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 이해하고 움직임이나 전술적 부분 따르려고 노력했다”며 “이 자리도 감독님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기에 오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종부 감독도 말컹이 브라질 대표팀에 발탁될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도 평가하는 등 그를 높이 평가했다. 이에 말컹은 “브라질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능력 성장이 먼저다.

축구 이야기만 할 때면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말컹이 팬임을 자처하는 트와이스는 이날 현장을 찾지 못하는 대신 축하 영상을 보내며 말컹의 득점왕 등극을 축하했다.

 

그러나 말컹의 태도가 180도 변하는 때가 있었다. 바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칠 때다. 말컹은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으로 유명하다. 골을 넣은 뒤 트와이스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트와이스의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보인 적이 있었다.

말컹은 이날 MVP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시상식에 향했을 것이다. 시즌 전 자신이 득점왕에 오르면 시상식에 트와이스를 초대해 준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는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날 현장에서 볼 수 없었다. 트와이스의 팬인 말컹이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는 괜찮다며 “트와이스가 바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었던 걸까. 트와이스 춤 세리머니 요청에는 정중히 사양을 했다. 

그러나 말컹의 얼굴에 일순간 미소가 번졌다. 무대 앞 전광판에서 트와이스가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부터였다. 트와이스는 “말컹 선수의 K리그1 득점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골 세리머니로 TT 춤을 추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고 다음에도 트와이스 세리머니를 해달라며 앞으로도 활약을 응원했다.

앞서 거침없이 수상 소감을 말하던 말컹은 감격에 겨운 듯 말을 더듬었고 수줍은 표정으로 영상에 나온 트와이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일단은 이렇게까지 영상을 보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정말 감사하다 기쁘다”며 “내년에는 트와이스 세레머니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말컹이 많은 사랑을 받는 건 최고의 기량과 함께 팬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는 익살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경남은 벌써부터 말컹을 붙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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