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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1만 세트 신화' 김사니가 말하는 세터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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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1만 세트 신화' 김사니가 말하는 세터의 숙명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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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1년차 김사니의 세터론, "때로는 뻔뻔할 필요도 있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배구 코트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포지션, 세터는 주로 팀 공격의 두 번째 단계인 토스를 맡는다.

이 외에도 감독의 작전을 수신호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이따금씩 돌발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세터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세터의 본분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토스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토스를 얼마나 자주 구사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진다. 공격수의 결정력만큼이나 세터의 실력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로 손꼽힌다. 안정된 세터가 없으면 공격수의 파괴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성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효희(35)를 성남 한국도로공사로 떠나보냈다. IBK기업은행이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그의 공백으로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로코모티브 바쿠에서 활약하다가 국내로 복귀한 프로 11년차 세터 김사니(34)를 데려왔고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2위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사니는 지난 14일 대전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V리그 여자부 최초로 1만 세트를 달성함으로써 베테랑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의 면모를 보여줬다.

▲ 김사니(왼쪽)가 1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흥국생명전에서 김희진에게 토스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결과에 대한 책임, 안고가야 할 숙명

김사니는 “토스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맞는 답을 들고 있다고 느낄 때도, 때에 따라서는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 오로지 결과만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다.

많은 세터들이 이 ‘결과론’에 부딪치며 어려움을 느낀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을 완벽하게 끝낸 상황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많은 이의 비난을 받는다.

김사니는 “만약 24-24에서 당연히 외국인 선수에게 올라가야 할 공인데, 그것으로 결정이 나지 않았을 때는 역으로 국내 선수를 이용해서 점수를 따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극적인 상황이 되면 경험이 많은 나도 어디로 공을 올려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렸을 때는 이것이 굉장히 힘든 부분으로 다가왔다. 무조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삼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포지션의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자신감 있는 토스를 구사해야 한다는 게 김사니의 생각이다.

그는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주변의 질책을 안고 가지 않아야 한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훌훌 털어내야 한다”며 “때로는 뻔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코트 위 감독'이 돼야 하는 포지션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좋은 세터는 리더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춘 경우가 많다.

승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포지션인 만큼, 많은 방면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선수들과 대화는 필수다. 자신의 머리 속에 주전 공격수들의 성향과 이에 어울리는 토스가 입력이 돼있다 하더라도 당일 동료들의 몸 상태에 따라 토스 분배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

▲ 김사니(가운데)는 경기 전 그날 펼칠 공격 패턴에 대해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사진=KOVO 제공]

김사니는 “IBK기업은행에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보니 이전보다 분배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상대팀의 블로킹 높이를 고려해 공을 띄워주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자주 한다. 경기 전에 공격 방향을 놓고 의논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올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으로 온 김사니는 지난해와 뛴 선수들이 다르기 때문에 공격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 토스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며 확실한 역할 분담보다는 유연한 경기 운영이 강조되면서 세터는 단순히 토스만 잘해서는 안 되는 포지션이 됐다. 2단볼 연결과 리시브, 블로킹, 디그 등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대전 삼성화재 유광우나 군 복무 중인 한선수, 천안 현대캐피탈 이승원이 수비가 좋은 세터로 주목받고 있다. 김사니 역시 올 시즌 디그 부문 9위에 오르는 등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사니는 “요즘은 서브가 공격이다”라며 “서브 리시브가 불안했을 때 나쁜 공을 얼마나 잘 올려 주느냐도 세터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디그도 리베로 못지않게 해내야만 팀이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할 때 많이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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