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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우람 폭행' 이택근 변명-가벼운 징계 KBO, 문제의식부터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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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우람 폭행' 이택근 변명-가벼운 징계 KBO, 문제의식부터 잘못됐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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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36경기 출전 정지. 다음달이면 한국 나이 마흔이 되는 이택근(넥센 히어로즈)에게 과연 뼈아픈 징계일까. 문우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택근이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한국야구위원회(KBO)나 모두 스포츠계가 가진 그릇된 의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택근은 19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 참석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승부조작 실태에 대해 폭로한 문우람이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밝힌 가해자가 바로 이택근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택근은 다음 시즌 36경기에 나설 수 없는 징계를 떠안게 됐다.

 

▲ 넥센 히어로즈 이택근이 19일 KBO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우람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5월 팀 선배 이택근으로부터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7대 맞았다며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 쉬쉬하며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뇌진탕 증세에 얼굴이 부어올라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2군 훈련도 어려워 집에서 쉬면서 병원을 다녔다”고 말했다. 당시 진료 기록도 함께 제시했다.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이택근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성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어 “비록 3년이 훨씬 지난 일이고 그때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했더라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조건을 달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과를 했었고 시간이 지난 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당시 주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선수단 분위기와 기강을 살펴야 한다고 하더라도 문우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주위 모든 분들께도 사과드린다”며 “이 때문에 내가 비난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다음 말은 더욱 그의 사고를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택근은 “하지만 당시 심각한 상황의 폭행은 아니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문우람(오른쪽)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종합해보면 미안하고 폭력은 나쁜 것이지만 3년이나 지났고 사과도 했고 선수단 기강 때문에 한 일이고 심각한 정도도 아니었다는 것. 달리 해석해보면 선수단 기강을 잡기 위해선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이다. 과거엔 프로팀 내에서도 감독-선수, 선배-후배 간 많은 폭력이 있었고 팀 최고참인 이택근도 이를 당해온 선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과문이었다.

후에 밝힌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문우람의 두발 상태와 용모에 대한 지적을 했는데 다음날에도 문우람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방망이의 뒷부분으로 몇 대를 쳤다는 것. 프로 선수가 용모 지적을 받는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일일뿐더러 이러한 것이 폭력의 이유가 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번 사태를 대하는 KBO의 자세도 문제다. KBO는 과거에도 선수들의 잘못된 행위에 수차례 ‘엄중경고’로 일관해 팬들의 빈축을 산적이 있다. 이번에 이택근에게 내린 36경기 출전 정지도 팬들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KBO는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3호 및 제152조 ‘유해행위의 신고 및 처리’ ②항에 의거해 KBO 정규시즌 36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하고 선수단 관리 소홀 및 해당 사안을 KBO에 보고하지 않은 넥센엔 엄중경고의 제재를 가했다.

“KBO리그가 추구하는 클린베이스볼에 반하는 행위이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지만 그러한 이유에 비해 그 징계는 너무도 가벼웠다.

 

▲ KBO는 1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택근의 징계 수준을 정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과 승부조작 등과 마찬가지로 폭력 행위 또한 스포츠계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중대 범죄 중 하나다. 방망이 뒷부분으로 때렸든 팀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였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택근은 지난해에도 여전히 뛰어난 타격감을 보였지만 부상으로 104경기에만 나섰다. 나이로 인해 점점 기회는 줄고 있다. 그는 2017년에도 100경기에만 나섰다. 그러한 이택근에게 36경기 징계가 큰 타격이 있을까. 
 
물론 징계 수위는 개개인의 상황을 따지기보단 잘못한 행위를 두고 일정한 기준을 세워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폭력행위에 대해 한 시즌의 4분의 1에 불과한 36경기 출전 정지라는 게 적절한 조치일까. 팬들은 이로 인해 또 한 번 야구계에 대해 안 좋은 의식을 갖게 됐다. KBO리그 명예에 먹칠한 행위다. KBO리그의 너그러운 징계에 감복해야 하는 것일까. KBO도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이 일이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 상벌위원회는 2016년 9월 음주운전 적발로 처벌 받았던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고 지난달 사실이 발각되자 구단에 자진 신고한 넥센 임지열에게 이택근의 경우와 같은 야구규약에 의거해 다음 시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했다.

문우람과 이태양이 밝힌 승부조작(불법베팅)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해당 구단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18일 6명 모두 관련 사실이 없음을 KBO에 통보했다. KBO는 이후에라도 추가적인 제보 혹은 가담 증거가 확보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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