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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팬과 포옹한 '막내' 서울 이랜드 '퍼스트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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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팬과 포옹한 '막내' 서울 이랜드 '퍼스트 터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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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 팬 초대행사…어린이들과 함께 축구하고 팬들과 스킨십하며 소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진작에 했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 이랜드FC는 출발부터 팬과 함께였다.

모든 프로 스포츠는 팬 없이 존재가치가 없듯 팬들과 함께 하지 않는 프로 구단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하지만 국내 프로 구단들은 팬들과 단절돼 있는 경우가 많다. 훈련장은 너무 외딴 곳에 있어 찾아가기 어렵고 찾아간다고해도 선수들과 살갑게 인사하기가 힘든 편이다. 팬들이 인사를 할라치면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K리그 신생팀 서울 이랜드는 달랐다.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신선했다. 그런데 유럽 등 외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다.

서울 이랜드는 29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첫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뒤 효창운동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퍼스트 터치 2015'라는 타이틀 아래 실시된 훈련에는 150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모두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청한 팬들이 서울 이랜드의 훈련을 함께 지켜봤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FC 선수들이 2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레니 감독 "팬들도 서울 이랜드 소속감 느끼게 하겠다"

서울 이랜드의 창단 감독을 맡은 마틴 레니의 '팬 프렌들리' 정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이는 서울 이랜드 구단 스태프와 뜻을 함께 한다. 함께 호흡하는 것을 떠나 팬들도 서울 이랜드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레니 감독은 "프로축구에서 선수와 코치, 팬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팬들도 클럽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도 서울 이랜드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리그 현실을 보면 팬들과 선수 사이는 멀기만 하다. 선수들도 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치고 구단 버스에 올라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레니 감독은 이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서울 이랜드에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혹시 그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묻자 레니 감독은 "그건 하나의 가정일 뿐이다.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두고보라"고 웃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 마틴 레니 감독이 2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옆에 있던 구단 직원은 "아마 선수들이 팬들과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럴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선수단 규정에 관련 내용을 넣어놨다"며 "아직 규정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레니 감독은 합숙도 싫어한다. 동계 전지훈련 등을 제외하고는 절대 시즌 중 합숙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단 직원은 "서울 이랜드의 선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집에서 출퇴근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들도 레지던스 등에서 머문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의 가족도 한국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합숙이 없으면 팬들과 만나기도 그만큼 쉬워진다.

◆ 훈련에서 만난 팬들은 싱글벙글 "진작에 했어야죠"

선수단이 효창운동장에 도착하기 전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지역에서 신청한 어린이들은 축구 클리닉을 통해 마음껏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오돌오돌 떨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동장군이 우습기라도 하듯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윽고 선수들이 나타나자 어린이들은 서울 이랜드의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즐겼다.

축구 클리닉이 끝나자 흐뭇한 풍경이 펼쳐졌다. 선수들이 손을 뻗어 인간 터널을 만들어줬고 어린이들이 그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한 것. 팬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수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선수들이 훈련 복장으로 갈아입으러 라커룸에 들어간 사이 팬들은 운동장에 모여 갈래 길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선수들이 입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선수들은 이 길을 통해 운동장에 들어오면서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 선수들이 2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인간 터널을 만들어 축구 클리닉을 마친 어린이들을 환송하고 있다.

훈련행사 사회자는 서울 이랜드의 주인공은 바로 팬들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이 효창운동장에 모인 팬들을 향해 박수를 쳐줬다. 우리 훈련을 보러 와줘서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레니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이날 훈련의 목적과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늘 훈련은 체력훈련과 볼 점유율 훈련으로 나뉘어진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금은 체력 훈련 중", "지금은 공을 잡고 몸을 푸는 중"이라는 등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다섯살 딸을 가슴에 안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서주원(34)씨는 "팬들을 생각하는 구단의 의지가 느껴진다. 다른 구단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진작에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페이스북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특정 팀을 응원하지 않고 집 근처 부천의 경기를 보러다니곤 했는데 이번에 서울 이랜드의 시즌 회원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 골키퍼 김영광이 2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팬들의 하이파이브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입장하고 있다.

또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서로 모르고 지냈다가 우연하게 효창운동장에서 만난 조예현(18)양과 최두리(17)양은 "팬과 선수의 만남이 있다고 해서 구단 페이스북에 신청했다.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보인다"고 기뻐했다.

조예현 양의 경우 그동안 해외 축구만 보다가 서울 이랜드를 통해 K리그 팬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이랜드의 이런 행사 하나만으로 K리그 팬 한 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최두리 양은 원래 고양 HiFC의 팬으로 주민규가 서울 이랜드에 와서 보러 온 경우였다. 최 양은 "사실 선수가 좋아서 찾아온 것이라 서울 이랜드 서포터가 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 이랜드와 고양이 맞붙으면 경기장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쑥스럽게 웃기도 했다.

팬들은 진작 선수들과 스킨십을 원했으나 구단은 경기력과 성적을 이유로 애써 팬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이랜드는 구단 성적보다 팬들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한다. 서울 이랜드가 첫 시즌 승격을 원하는 것도 성적 때문이 아니라 FC 서울과 '서울 더비'를 하루라도 빨리 치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 이랜드 권성진 실장은 "앞으로도 팬들을 위한 행사는 계속 될 것"이라며 "구단의 '팬 프렌들리' 정책은 확고하다. 앞으로 어떤 행사,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가 숙제다. 즐겁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 성적이 아닌 각 구단과 종목별 단체의 운영 성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여 자생력 강화의 초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파격행보라고는 하지만 서울 이랜드의 첫 출발 모습은 K리그 모든 구단들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 선수들이 29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어린이 참가자들과 축구 미니게임을 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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