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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올림픽 '신태용호'의 지향점은 '리틀 슈틸리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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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올림픽 '신태용호'의 지향점은 '리틀 슈틸리케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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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전 감독 만든 뼈대 유지 계승…창의력·개성 중요하게 여기는 성인 대표팀 색깔 조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신태용(45) 신임 감독이 이끄는 새로운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출범한다.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이광종(51) 전 감독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계승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더 멀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바라본다.

신태용 감독은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수권대회 예선 통과를 1차 목표로 삼으면서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동메달 쾌거를 이뤘다. 그렇기에 올림픽 본선 통과라는 목표부터 밝힌 것은 다소 약한 각오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 감독에게는 모든 것이 부담이다. 자칫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고스란히 그 부담은 그에게 쏟아진다. 이광종 전 감독이 팀을 만들어가던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하게 돼 이를 물려받은 것 역시 신 감독에게는 큰 짐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신태용 신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신태용 감독은 "이광종 감독님께서 2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워냈고 리우 올림픽에서 좋은 결실을 맺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서 후배인 내가 물려받았다"며 "짐 하나 짊어지고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신 감독이 마냥 부담만 생각할 수는 없다. 자신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 결국 신 감독이 선택한 것은 '리틀 슈틸리케호'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성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로서는 올림픽대표팀과 연계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예선과 본선에서 좋은 성적, 그리고 이를 고스란히 성인 대표팀의 자산으로 이어줄 수 있는 것이 신태용 신임 감독의 '미션'이다.

◆ 창의력 있는 축구, 즐길 수 있는 축구, 개성을 살리는 축구

신태용 감독은 "태국 킹스컵에서 뛰는 선수들을 직접 지켜보면서 참 착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3월 소집했을 때는 즐기면서 하는 축구로 창의성을 키워나가고 집중할 수 있는 축구와 소통하는 축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5개월여 동안 강조했던 것과 많이 닮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유연한 사고와 과감한 판단력을 강조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한축구협회 기술 컨퍼런스에서 특정 전술을 고집하다 생기는 판단 착오와 선수들의 개성이 무시된 조직력,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단조로움을 경계하면서 선수들이 축구경기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고스란히 올림픽대표팀에 이식시키겠다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생각이다.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면 그만큼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전과 달리 투혼을 불사르고 많은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흥미진진했던 것은 선수들이 모두 즐기는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스스로 측면으로 가면서 포지션 3개를 소화했던 것, 곽태휘(34·알 힐랄)가 호주와 결승전에서 파격적으로 전방에 배치됐던 것 역시 창의성에서 나오는 즐기는 축구의 결과였다.

신태용 감독이 또 하나 강조한 것은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에 개성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에 대한 고집과 개성없는 조직력, 계획적인 플레이가 단조로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선수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조직력이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신태용 감독이 지난 5개월 동안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올림픽대표팀에 구현시키겠다는 것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신태용 신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5개월 전 슈틸리케와 닮은 신태용 "코칭스태프와 소통하겠다"

현재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당장 다음달 AFC U-23 선수권을 치르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브루나이와 벌이는 AFC U-23 선수권 예선은 문제없이 통과하겠지만 그래도 선수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자신의 대표팀을 만들 시간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올림픽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공조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코칭스태프와 협조하고 소통하면서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막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와 비슷하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해 신태용 당시 대표팀 코치와 박건하 코치, 김봉수 코치들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소통하면서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었고 아시안컵을 준비할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이광종 감독님께서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준비하기 위한 1년 계획을 미리 짜놓은 것이 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또 기존 코칭스태프와도 함께 가기로 했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을 파악하면서 다음달 1차 관문을 통과하겠다. 이후 중간중간 소집과 초청 경기,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합숙훈련을 통해 내년 1월 AFC U-23 선수권 본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신태용 신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밝힌 창의성 있는 축구, 개성있는 축구는 모두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강조했던 것들이다. 사진은 호주 아시안컵 당시 슈틸리케 감독과 상의하고 있는 신태용 당시 대표팀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올림픽 멤버들은 향후 성인 대표팀의 자산, 연속성이 중요

이광종 전 감독이 투병으로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놓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신태용 코치를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앉힌 것이 그 첫 걸음이다.

내년 벌어지는 올림픽 대표팀의 멤버들은 2년 뒤 러시아에서 벌어질 월드컵 대표팀의 소중한 자신이 될 수 있다. 23세 이하 선수들은 러시아 월드컵이 벌어지면 25세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들이 기존 대표팀 멤버와 노장들과 조화를 이루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

심상민(22·FC 서울)이나 연제민(22·수원 삼성), 우주성(22·경남FC) 등 수비진들은 이미 K리그 클래식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문창진(22·포항) 역시 미드필드의 공격 자원으로도 촉망되는 유망주다. 이들이 AFC U-23 선수권 예선과 본선을 통해 실력을 발휘하고 올림픽 본선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슈틸리케 코드'를 따라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신태용 감독이 생각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모습이 지금 성인 대표팀과 흡사하다는 점이 그 증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가 지금 성인 대표팀의 소중한 자원이듯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멤버는 향후 한국 축구의 중추가 될 것"이라며 "올림픽의 주역이 고스란히 월드컵 대표팀 선수가 될 수 있는 구조는 당연하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슈틸리케 감독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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