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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극강팀에서 햇살 맞은 곽동혁, 울컥울컥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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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극강팀에서 햇살 맞은 곽동혁, 울컥울컥하는 까닭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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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한국전력 시절 후배들에 자리 내줘... 삼성화재 부동의 주전으로 우뚝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오직 우승을 보고 달린다. 개인 타이틀을 아무리 많이 차지해도 팀이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최고의 선수라 할지라도 그를 뒷받침하는 동료들이 없다면 그 가치가 한계에 다다른다.

삼성화재 리베로 곽동혁(32)은 요즘 행복하다. 팀도, 자신도 단 한 번도 주연이 된 적이 없던 그에게 ‘정규리그 챔피언’이라는 꿈의 고지가 눈앞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농담 좀 보태 울컥울컥한다”고 밝게 웃을 정도로 함박 미소를 짓고 있다.

곽동혁은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치른 28경기에 모두 나섰다. 110세트 중 108세트를 소화했으니 확고한 주전 리베로라 할 수 있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프로 생활을 했으니 알려졌을 법 한데도 배구팬들은 그를 잘 알지 못한다.

▲ 곽동혁은 불안한 삼성화재의 리시브 라인에서 든든히 중심을 잡고 있다. 1위팀 리베로로서 전혀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삼성화재 블루팡스 제공]

하지만 이번 시즌 삼성화재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곽동혁이다. 레오의 공격력, 유광우의 경기 조율과 함께 ‘극강’ 삼성화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열어보니 ‘신의 한 수’, 1위팀 리베로답다 

사실 곽동혁이 화려하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디그에서만 4위(세트당 2.43개)에 올라있을 뿐 리시브 12위(세트당 3.12개), 수비 7위(세트당 5.55개) 등은 분명 여오현(현대캐피탈), 최부식(대한항공), 부용찬(LIG손해보험) 등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기록만 놓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삼성화재의 수비 지표가 상위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그는 7개 구단 중 5위(세트당 8.75개), 리시브 성공률은 6위(50.27%)에 머물러 있다. 류윤식, 고준용 등 수비형 레프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곽동혁이 없으면 삼성은 무너진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강녕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신치용 감독은 한국전력으로부터 곽동혁을 데려왔다. 3년간 연봉 2억8000만원을 주고 영입한 이강주가 버티고 있었기에 의아한 행보로 여겨졌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곽동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공격수 출신 이강주는 자주 흔들렸다. 전문 리베로인 곽동혁으로 리시브 라인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신 감독의 묘수였다. 큰 쓰임새가 없을 것 같던 이 무명의 선수는 명장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1위팀 리베로’로 우뚝 섰다.

◆ 돌고 돌아 찾은 자리, “부담스럽다, 노력할 뿐” 

“부담이 엄청 많이 됐는데... 삼성화재가 큰 경기에 강하기 때문에 이긴 것 같습니다.”

곽동혁은 10일 OK저축은행전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둔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 LIG손해보험과 한국전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로 이적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상위권 팀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이다. V리그 원년이던 2005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8순위로 LG화재(LIG손해보험 전신)에 지명된 그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4시즌을 마친 후 한기호에 밀려 실업팀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2011년 한국전력으로 복귀해 3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학 최고 리베로 오재성의 지명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새 둥지를 틀었다. 반대급부는 선수가 아닌 드래프트 8순위 지명권이었을 뿐이다.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밝혔던 그는 돌고돌아 마침내 꼭 맞는 자리를 찾았음에도 “지금도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저 더 잘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턱밑까지 추격한 OK저축은행에 3-0 셧아웃 승리를 거둔 비결에 대해서는 “시몬이 공격 포인트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터치아웃 나가는 것까지 연구했다”며 “전 라운드에서는 돋보이려 욕심을 부렸지만 이번에는 레오의 플레이를 살리려고 높게 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우승컵을 드는 상상만 해도 울컥하다는 그는 정말로 ‘기쁨의 눈물’을 보일 수 있을까. 곽동혁은 “출발은 리시브가 흔들려 좋지 않았지만 이제 안정적으로 가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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