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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깨어나라 정대세' 서정원 감독의 신뢰와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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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깨어나라 정대세' 서정원 감독의 신뢰와 채찍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6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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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전 최전방서 종횡무진 활약…서정원 감독 "올시즌 공격 핵심으로 더 해줘야할 선수"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정대세(31)는 올시즌 수원 삼성에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입니다. 원톱으로서 나쁜 활약은 아니었지만 아직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믿습니다."

서정원 감독이 올시즌 원톱으로 맹활약해줘야 할 정대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서정원 감독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에서 2-1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정대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대세는 서 감독이 수원에 부임하면서 동시에 유니폼을 입었다. 서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14번을 물려줬을 정도로 정대세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났다.

하지만 정대세는 서정원 감독의 바람과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2013년에는 23경기에서 10골을 터뜨렸지만 지난해는 28경기에서 7골에 그쳤다. 정대세는 "내 등번호만큼 골을 넣겠다"고 했지만 지난해는 부상 때문에 교체로 나서는 경우가 더 많아 그 절반밖에 넣지 못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정대세(왼쪽)와 서정진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활약을 펼쳤던 정대세는 와신상담 끝에 확실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9월 아들을 얻어 가장이 된 이후 책임감까지 느끼면서 팀 동료와 함께 공격을 풀어가는 성숙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력에 융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정원 감독도 자신보다 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정대세에 전폭 지지를 보내며 신뢰한다.

◆ 지난 두 시즌 부진 잊고 '불도저' 모습 회복

정대세의 별명은 '블루 불도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상대 수비의 강한 몸싸움을 이겨내며 밀어붙이는 그의 특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대세는 2013년 10골에 그친 뒤 지난해는 온갖 부상에 시달리면서 불도저로서 면모를 잃었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우라와전에 나선 정대세 모습은 달랐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당시 그리고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불도저의 면모를 되찾았다.

카이오의 부상으로 선발 원톱으로 나선 정대세는 전반 초반부터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전반 4분 서정진의 크로스를 받아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상대 수비의 무릎에 채이면서 잠시 정신을 잃고 그라운드에 누워있긴 했지만 이내 몸을 추스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전반 17분과 21분에도 정대세는 염기훈의 크로스를 받아 페널티지역에서 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전반 내내 가장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는 단연 정대세였다.

결국 그의 활발한 움직임은 오범석의 동점골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후반 10분 정대세는 오른쪽에 있던 오범석에게 공을 내줬고 이를 받은 오범석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기습적으로 슛을 때렸다. 크로스처럼 보였던 공은 거짓말처럼 상대 골망 왼쪽 상단을 흔들었다. 우스개 소리로 얘기하는 '슛터링'이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정대세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하고 있다.

후반 30분에도 날카로운 슛을 기록한 정대세는 공을 잡고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파울을 유도하면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 프리킥은 염기훈의 크로스가 됐고 레오의 머리를 맞고 골문을 열었다. 이 골은 수원이 역전승을 거두는 골이 됐다.

정대세가 비록 골을 넣진 못했지만 최전방에서 종횡무진 누비면서 수원의 공격에 큰 힘을 보탰다는 증거다.

◆ 아픔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성숙함까지 돋보여

정대세는 사실 지난해 12월에도 아픔을 겪었다. 호주에서 열렸던 AFC 아시안컵에 북한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고 싶었지만 끝내 북한축구협회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사실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강력한 통제를 받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정대세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결혼을 하고 2세를 얻으면서 그 자유분방함은 사라지고 이번보다 훨씬 진중해졌다. 특유의 웃음은 여전하지만 각종 발언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 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적지 않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서정원 감독의 격려를 받으며 소속팀 훈련에만 몰두했다. AFC 아시안컵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개인적으로 아픔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는 성숙함까지 갖췄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정대세(왼쪽)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도 이번 전지훈련에서 정대세가 가장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카이오를 데려오긴 했지만 정대세를 선발 원톱으로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도 있다.

서정원 감독은 아직 정대세에 대해 100% 만족하지 못한다. 못해서가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아무래도 우라와전은 올시즌 첫 공식경기였기 때문에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원톱으로서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공간을 열어준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활동량이 필요해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은 전북 현대와 함께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수원이 올시즌도 상위권에 자리하고 나아가 우승까지 바라보려면 정대세의 부활은 절대 필요하다. 두 시즌에서 17골을 넣는데 그친 정대세의 발끝에 불이 붙으면 수원 역시 상당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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