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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잔뜩 벼른 J리그 '스리백', K리그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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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잔뜩 벼른 J리그 '스리백', K리그 습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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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와 이어 우라와도 ACL서 스리백으로 맞서…전북·수원 고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 프로축구 J리그 팀들은 최근 심각한 약세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AFC 회원국 가운데 3위 안에 늘 포함되는 등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하고 있지만 클럽 대항전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8년 감바 오사카의 우승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일본 클럽이 결승에 오른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이 K리그 팀들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연속 결승에 올랐고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차지했다.

J리그 팀들이 ACL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K리그와 맞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특히 ACL에 출전하는 K리그 팀들은 저마다 고유의 확실한 팀 색깔로 좋은 성적을 냈다. 2009년 우승을 차지했던 포항은 '스틸러스 웨이'라는 철학을 갖고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조련으로 강팀이 됐고 2010년 정상에 올랐던 성남 일화(현 성남FC) 역시 신태용 감독의 지휘로 강한 축구를 선보였다.

▲ 수원 삼성 권창훈(왼쪽)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2011년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북 현대도 '닥공 축구'를 선보였고 2012년 정상에 오른 울산 현대는 '철퇴 축구'를 들고 나왔다. 2013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아쉽게 밀린 FC 서울도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를 앞세워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로 아시아 강호로 자리했다.

이에 비해 J리그 팀들은 뚜렷한 색깔을 갖지 못한채 K리그 팀들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심지어 태국 클럽과 맞대결에서도 고전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른 면모다. 아직 2경기만 치러졌을 뿐이지만 K리그 팀들의 전술과 색깔에 대비한 전술을 들고 나오고 있다. 특히 스리백 수비를 들고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 닥공에 맞서 수비 위주로 승점 1 지킨 가시와

24, 25일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전북과 가시와 레이솔, 수원 삼성과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의 한일 맞대결이 벌어졌다.

결과는 1승 1무로 K리그 팀들의 우세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무작정 우세라고 하기 어렵다. 닥공 전북은 가시와와 득점없이 비겼고 수원은 전반 고전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에 두 골을 만회하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게다가 1차전이 모두 수원과 전북의 홈경기였기 때문에 우세가 아닌 백중세라고 볼 수 있다.

가시와는 전북의 닥공에 대비해 무게중심을 한껏 뒤로 뒀다.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아예 승점 1만을 거두려고 작정하고 나왔다.

원래 가시와는 스리백을 주 전술로 쓰는 팀이 아니다. 그러나 전북의 닥공을 막아내기 위하 수비에만 집중했다. 일본 취재진 역시 "가시와가 전북의 공격이 부담스럽긴 부담스러워던 모양"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가시와의 스리백에 전북의 신입 외국인 선수 에두는 종종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닝요는 날카로웠지만 그 역시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공격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가시와의 스리백은 성공했고 최강희 감독은 "홈에서 승점 1 무승부는 패배나 다름없다"며 불만족을 표시했다.

가시와의 스리백은 같은 조의 다른 팀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북이 속한 E조에는 산둥 루넝(중국)과 베카멕스 빈둥(베트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북과 가시와가 2강을 형성하고 산둥이 이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예상되고 있다. 산둥뿐 아니라 빈둥도 전북을 맞아 수비 위주의 전술로 나온다면 전북은 공격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 '스리백 대가' 페트로비치 감독, 수원을 당황케 하다

2006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지휘봉을 잡으며 벌써 J리그에서 열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은 '스리백의 대가'로 통한다. 히로시만뿐 아니라 현 소속팀인 우라와에서도 그는 스리백을 구사한다.

자신의 스리백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수원과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J리그에 와서 나는 언제나 스리백만 썼다.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가 스리백을 사용하기 전부터 구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 스리백을 어떻게 봤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상당한 자신감이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페트로비치 감독의 스리백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이미 그의 스리백 포메이션에 대비하는 전술을 짰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사실상 전반은 페트로비치 감독의 스리백에 말렸다. 좌우 측면 풀백인 홍철과 오범석의 오버래핑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공격이 겉돌았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최진한 부천FC 감독은 "전반만 놓고 본다면 우라와의 스리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홍철과 오범석이 제대로 위로 올라오지 못하다보니 좌우 측면 공격도 위력을 잃었고 롱패스 위주의 경기만 이어졌다. 산토스도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활약도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서정원 감독이 후반 들어 염기훈을 전방까지 올려 정대세와 함께 투톱으로 만들어 허리부터 강력한 압박을 한 것이 통했다. 임기응변이 통했던 것. 그 결과 오범석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 동점골과 레오의 헤딩 역전 결승골이 만들어졌다.

▲ 수원 삼성 서정진(가운데)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수비에 막히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페트로비치 감독의 스리백에 대한 일본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인 편이 아니다. 다시 말해 J리그에서도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스리백 전술에 수원이 고전했다는 얘기가 된다.

요시자키 에이지 축구 프리랜서 기자는 "페트로비치 감독의 스리백은 잘 이기지 못하는 축구, 고비를 잘 넘지 못하는 축구로 평가받는다"며 "오히려 페트로비치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모리야스 하지메 히로시마 감독의 스리백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스리백 전술을 쓰면서 2012, 2013년 J리그 2연패를 달성해냈다"고 설명했다.

최진한 감독도 "페트로비치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K리그 팀들과 맞서 좋은 효과를 보이긴 했지만 마키노 도모아키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마키노가 앞쪽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우라와가 더 맞받아칠 수 있는 경기가 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성남과 서울 역시 J리그 팀들과 만나야 한다. 성남은 지난 시즌 J리그 우승팀 감바 오사카와 격돌해야 하고 서울도 가시마 앤틀러스와 만나야 한다. 공교롭게도 성남, 서울, 감바 오사카, 가시마 모두 1차전에서 모두 졌다.

또 성남과 서울은 다음달 3, 4일 각각 홈에서 한일전을 치러야 한다. J리그가 K리그를 꺾겠다고 잔뜩 독이 오른 상황에서 2연패를 당할 경우 사실상 16강 진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 변화를 통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K리그도 J리그를 맞아 잔뜩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 수원 삼성 오범석(왼쪽)이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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