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00 (금)
꽃샘은 없다, 봄바람 타는 '수원' 스포츠
상태바
꽃샘은 없다, 봄바람 타는 '수원' 스포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28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 삼성 ACL 1차전 화끈한 승리, 배구 남녀 동반 PO행 확정, 케이티 개막 임박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수원. 경기도를 대표하는 이곳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스포츠계에서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인기가 대단해 ‘축구 수도’로 불린다. FC 서울과 슈퍼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수원역 앞은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푸른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25일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신호탄으로 새 시즌에 돌입했다. 수원 삼성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G조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지만 오범석과 레오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일본 J리그 명문 우라와 레즈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지난 25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내건 현수막. 우라와 레즈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비꼬는 위트 있는 문구다. [사진=스포츠Q DB]

축구가 산뜻한 스타트를 끊자 이틀 뒤 배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남자부 한국전력과 여자부 현대건설은 27일 각각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을 제압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야구도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31일 케이티 위즈는 역사적인 첫 홈경기를 펼친다.

수원 스포츠에 경사가 났다. 스포츠도시로 발돋움할 봄바람을 타고 있다.

◆ 동반 봄배구 맞은 '수원 남매' 한국전력-현대건설의 화려한 부활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이렇게 잘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두 팀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7승23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V리그가 출범한 2005년 이후 5번째 꼴찌였다. 그리스 출신의 외국인 거포 미타르 쥬리치와 루키 리베로 오재성을 보강했지만 후하게 쳐봐야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전력은 환골탈태했다.

전광인-쥬리치 쌍포는 나머지 6개 팀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꽂고 있고 서재덕-오재성 라인 역시 경쟁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리시브를 공급하고 있다.

▲ V리그 '수원 남매' 한국전력-현대건설가 동반 봄배구를 맞아 수원 스포츠의 봄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여자배구 전통의 강호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에서 봄배구를 하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양철호 신임 감독의 ‘오빠 리더십’ 아래 호시탐탐 1위까지 노릴 정도로 안정적인 전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허덕이는 두 팀에 실망하고 발길을 돌렸던 수원 시민들은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낸 남매들의 활약상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 4차례나 체육관을 가득 메우며 화답했다. 선수들은 봄배구를 통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릴 차례다.

◆ 손님맞이 채비 완료, 케이티 “젊음, 패기 야구하겠다” 

수원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10번째 구단 케이티 위즈는 다음달 31일 수원야구장에서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치른다. 이에 앞서 14일에 두산을 상대로 시범경기를 갖는다.

수원시는 기존 1만4465석에 불과했던 경기장을 2만255석으로 증축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여성과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을 늘렸고 통신사인 모기업의 특성을 살려 동시에 10만 명이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존도 구비해 손님을 맞을 채비를 갖췄다.

▲ 케이티 선수단이 지난달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2015 캐치프레이즈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1군 진입 첫 해인 올해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다만 시민들은 최고 인기의 프로스포츠 야구를 8년 만에 수원에서 프로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껏 들떠 있다.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 12월 프로야구 개막을 100일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신생팀이다. 젊음을 무기로 패기 있는 야구를 하겠다”며 “나아가서는 팬들에게 감동까지 줄 수 있는 그런 야구를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 일본을 무너뜨렸다, 실리-명분 모두 챙긴 수원의 한 방

수원은 25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승점 3점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쌀쌀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관중 유입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만3806명의 팬들을 불러 모아 최고 인기 구단임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바뀐 수원은 “초대권 배포로 인한 무료 관중을 없애 티켓 가치와 객단가를 높여 축구 관람의 질적 향상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첫 출발은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3월 J리그에서 ‘오직 일본인만(JAPANESE ONLY)’이라는 걸개를 내걸어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았던 우라와 레즈 서포터들을 향해 보란 듯이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축구를 위한 경기장(STADIUM FOR FOOTBALL NOT ONLY FOR KOREAN)이란 현수막을 거는 센스를 발휘했다.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선수들은 후반 막판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고 짜릿한 역전골을 터뜨린 후 서포터석으로 향해 그랑블루와 마음껏 소리질렀다. 일본을 제압한 한국의 승리였고 120만 수원인의 승리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