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계 선수가 4연속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한 대회만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의 몫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태극기를 가슴에 품은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다.
혼다 LPGA 타일랜드의 정상은 지난주 리디아 고에게 밀려 LPGA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준우승을 차지했던 양희영(26·KB금융그룹)에게 돌아갔다.
양희영은 1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 6584야드)에서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대회(총상금 150만 달러)를 15언더파 273타로 마쳐 세계 여자골프랭킹 3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당당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한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2억4700만원)를 추가한 양희영은 시즌 상금 41만2358달러로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섰다.
이로써 양희영은 2013년 10월 20일 LPGA 하나와환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년 5개월만에 LPGA 2승째를 올렸다.
또 올해로 9번째로 열린 이 대회에서 창설년도인 2006년 한희원, 2013년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이어 우승을 차지한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혼다 LPGA 타일랜드대회에서는 청야니(대만)가 2011, 2012년에 2연패를 달성했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2009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2010년),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2014년) 등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15번홀 버디로 막은 양희영, 더블 보기로 무너진 루이스
이번 대회는 2라운드까지 루이스의 무대였다. 1라운드에만 6타를 줄인 뒤 2라운드에서는 무려 8타를 줄이며 14언더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희영도 1, 2라운드에서 11타를 줄이며 맹렬하게 쫓아갔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루이스가 뒷걸음질치면서 양희영에게 기회가 왔다. 양희영은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면서 1타를 잃은 루이스와 격차를 1타로 줄였다.
루이스, 산드라 갈(독일)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라운딩을 시작한 양희영은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공동 선두가 됐다.
루이스가 3번홀 버디로 다시 앞서가는 듯 보였지만 5번홀 보기로 양희영과 공동선두가 됐다. 양희영은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면서 7번홀 버디에 그친 루이스를 한 타 앞서며 전반 9개홀을 마쳤다.
양희영은 후반 첫 홀인 10번홀에서 버디를 기록, 루이스를 2타차로 따돌렸지만 14번홀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14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는 바람에 버디를 성공시킨 루이스와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이쯤 되면 양희영이 부담을 느끼고 무너질 수 있었고 루이스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15번홀에 운명을 갈랐다. 양희영이 15번홀을 버디로 막아내며 한숨을 돌린 사이 루이스가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순식간에 3타차로 벌어졌다.
양희영이 16번홀 보기를 기록하면서 다시 2타차로 좁혀졌지만 17번홀을 무사히 파로 막아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마지막 고비는 18번홀이었다. 양희영의 두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버린 것. 하지만 역시 루이스의 두번째 샷 역시 벙커에 들어가면서 양희영에게 유리해졌다.
양희영은 세번째 샷을 온그린시켰지만 루이스의 세번째 샷은 그린이 안착되는 듯 보였지만 내리막 경사를 따라 굴러가면서 크게 벗어났다. 여기서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났다.
루이스와 양희영은 나란히 투 퍼트로 파로 막아냈다. 양희영은 마지막 우승 퍼팅을 성공시키는 순간 한국 선수들의 맥주 축하세례를 받으며 기쁨에 흠뻑 젖었다.
◆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인드
리디아 고를 포함해 한국계 선수들은 올시즌 LPGA 네차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특히 양희영은 지난주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준우승에 이어 시즌 첫 승을 거둬 이 대회를 건너뛴 리디아 고를 제치고 레이스 투 CME 글로브에서 선두로 도약했다.
한국 선수들의 거침없는 LPGA 질주는 강인한 정신력에서 비롯된다. 양희영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14번홀 위기를 15번홀에서 만회한 덕분이었다.
2타로 앞선 상황에서 14번홀 보기로 버디를 성공시킨 루이스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면 순간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흔들린 쪽은 루이스였고 양희영은 침착하게 자신의 경기를 펼쳐갔다. 루이스는 상승세를 탄 김에 15번홀을 욕심내다가 더블 보기로 무너졌고 양희영은 자신만의 라운딩을 펼치며 버디를 낚아내 순식간에 3타차로 벌어졌다. 15번홀이 사실상 분수령이었다.
양희영은 16번홀 보기로 흔들릴 뻔 했지만 만만치 않은 17번홀 파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루이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양희영은 18번홀 벙커에 빠지는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파로 막아냈다.
정상권에 가까운 한국 선수들이 많은 것도 LPGA 질주의 원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미림(25· NH투자증권)과 김세영(22·미래에셋), 박인비가 10위권에 들며 모두 4명의 선수가 톱10에 진입했다.
이미림은 이날 3타를 줄이면서 13언더파 275타로 루이스, 청야니와 함께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고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첫 승을 기록한 김세영은 무려 7타를 줄이면서 공동 15위에서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박인비 역시 7타를 줄여 공동 21위에서 공동 7위로 급상승했다.
이들 외에도 중상위권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포진했다. 이일희(27·볼빅)와 유선영(29·JDX멀티스포츠)이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3위가 됐다.
1, 2라운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김효주(20·롯데)는 3라운드 3타를 줄인데 이어 4라운드에서도 2타를 줄이며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신지은(23·한화)과 함께 공동 23위에 자리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4위로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던 신지은은 샷이 크게 흔들리면서 3타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
올시즌 LPGA 대회에서 4연속 우승을 이뤄낸 한국계 선수들은 오는 5일부터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 클럽에서 벌어지는 HSBC 여자 챔피언스 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까지 우승할 경우 5연속 우승뿐 아니라 2009년 신지애(27) 이후 6년만에 정상에 오르게 된다.
■ 역대 한국(계) 선수 LPGA 우승 현황
연도 | 승수 | 선수명 | 승수 | 우승대회명 |
1988 | 1승 | 구옥희 | 1승 | 스탠더드레지스터 |
1994 | 1승 | 고우순 | 1승 | 도레이재팬퀸스컵 |
1995 | 1승 | 고우순 | 1승 | 도레이재팬퀸스컵 |
1998 | 5승 | 박세리 | 4승 |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자이언트이글클래식 |
펄신 | 1승 |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 | ||
1999 | 6승 | 박세리 | 4승 | 숍라이트클래식,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삼성월드챔피언십, 페이지넷챔피언십 |
김미현 | 2승 |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 벳시킹클래식 | ||
2000 | 2승 | 박지은 | 1승 | 캐시아일랜드그린스닷컴클래식 |
김미현 | 1승 | 세이프웨이챔피언십 | ||
2001 | 7승 | 박세리 | 5승 | 유어라이프바이타민스클래식, 롱스드럭스챌린지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브리티시여자오픈, 아플락챔피언십 |
박지은 | 1승 | 오피스디포챔피언십 | ||
박희정 | 1승 | 윌리엄스챔피언십 | ||
2002 | 9승 | 박세리 | 5승 | LPGA챔피언십, 오피스디포챔피언십, 벳시킹챔피언십 모빌토너먼스오브챔피언십, CJ나인브릿지클래식 |
김미현 | 2승 | 자이언트이글클래식, 웬디스챔피언십 | ||
박지은 | 1승 | 시스코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 ||
박희정 | 1승 | 빅애플클래식 | ||
2003 | 7승 | 박세리 | 3승 | 세이프웨이핑, 칙필에이채리티챔피언십,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
한희원 | 2승 | 웬디스챔피언십, 빅애플클래식 | ||
박지은 | 1승 | 미켈롭라이트 | ||
안시현 | 1승 | CJ나인브릿지클래식 | ||
2004 | 5승 | 박지은 | 2승 | 나비스코챔피언십, CJ나인브릿지클래식 |
박세리 | 1승 | 미켈롭울트라오픈 | ||
한희원 | 1승 | 세이프웨이클래식 | ||
김초롱 | 1승 | 롱스드럭스챌린지 | ||
2005 | 8승 | 강지민 | 1승 | 코닝클래식 |
김주연 | 1승 | US여자오픈 | ||
이미나 | 1승 | BMO캐나다여자오픈 | ||
장정 | 1승 | 브리티시여자오픈 | ||
강수연 | 1승 | 세이프웨이클래식 | ||
한희원 | 1승 | 오피스디포챔피언십 | ||
이지영 | 1승 | CJ나인브릿지클래식 | ||
김초롱 | 1승 | 미첼컴퍼니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 ||
2006 | 11승 | 김주미 | 1승 | SBS오픈 |
이미나 | 1승 | 필즈오픈 | ||
임성아 | 1승 | 플로리다스내추럴채리티챔피언십 | ||
김미현 | 2승 | 진클럽스앤드리조트오픈,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 ||
한희원 | 2승 | 코닝클래식, 혼다LPGA | ||
이선화 | 1승 | 숍라이트클래식 | ||
박세리 | 1승 |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 ||
장정 | 1승 | 웨그먼스LPGA | ||
홍진주 | 1승 |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 ||
2007 | 4승 | 김미현 | 1승 | 셈그룹챔피언십 |
김영 | 1승 | 코닝클래식 | ||
박세리 | 1승 |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 ||
이선화 | 1승 |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 | ||
2008 | 9승 | 이선화 | 2승 | 긴트리뷰트, P&G뷰티NW아칸소챔피언십 |
지은희 | 1승 | 웨그먼스LPGA | ||
박인비 | 1승 | US여자오픈 | ||
오지영 | 1승 | 스테이트팜클래식 | ||
신지애 | 3승 | 브리티시여자오픈, 미즈노클래식, ADT챔피언십 | ||
김인경 | 1승 | 롱스드럭스챌린지 | ||
2009 | 12승 | 신지애 | 3승 | HSBC위민스챔피언스, 웨그먼스 LPGA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 |
오지영 | 1승 | 사이베이스클래식 | ||
김인경 | 1승 | 스테이트팜클래식 | ||
이은정 | 1승 |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 ||
지은희 | 1승 | US여자오픈 | ||
허미정 | 1승 | 세이프웨이클래식 | ||
최나연 | 2승 | 삼성월드챔피언십,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 ||
송보배 | 1승 | 미즈노 클래식 | ||
미셸 위 | 1승 |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 ||
2010 | 10승 | 서희경 | 1승 | KIA클래식 |
박세리 | 1승 | 벨마이크로클래식 | ||
유선영 | 1승 |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 ||
최나연 | 2승 |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 하나은행 챔피언십 | ||
신지애 | 2승 | 에비앙 마스터스, 미즈노 클래식 | ||
미셸 위 | 1승 | 캐나다 여자오픈 | ||
강지민 | 1승 |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 ||
김인경 | 1승 |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 ||
2011 | 3승 | 유소연 | 1승 | US여자오픈 |
최나연 | 1승 |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 ||
박희영 | 1승 |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 ||
2012 | 9승 | 유선영 | 1승 |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
최나연 | 2승 | US여자오픈,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 ||
박인비 | 2승 | 에비앙 마스터스,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 ||
유소연 | 1승 |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 | ||
리디아 고 | 1승 | 캐나다여자오픈 *아마추어 | ||
신지애 | 2승 | 킹스밀 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 | ||
2013 | 11승 | 신지애 | 1승 | 호주여자오픈 |
박인비 | 6승 | 혼다 LPGA 타일랜드,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노스텍사스 슛아웃 웨그먼스LPGA챔피언십,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US여자오픈 | ||
이일희 | 1승 |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 ||
박희영 | 1승 |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 ||
리디아 고 | 1승 | 캐나다여자오픈 *아마추어 | ||
양희영 | 1승 | 하나외환챔피언십 | ||
2014 | 16승 | 미셸 위 | 2승 | 롯데 챔피언십, US여자오픈 |
리디아 고 | 3승 |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 ||
박인비 | 3승 |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 ||
이미림 | 2승 | 마이어 LPGA 클래식, 레인우드 LPGA 클래식| | ||
유소연 | 1승 |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 ||
김효주 | 1승 | 에비앙 챔피언십 | ||
허미정 | 1승 |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 ||
백규정 | 1승 | 하나·외환 챔피언십 | ||
이미향 | 1승 | 미즈노 클래식 | ||
김초롱 | 1승 |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 ||
2015 | 4승 | 최나연 | 1승 | 코츠 골프 챔피언십 |
김세영 | 1승 |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 ||
리디아 고 | 1승 |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 ||
양희영 | 1승 | 혼다 LPGA 타일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