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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열세 시민구단, 언더독 아닌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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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열세 시민구단, 언더독 아닌 다크호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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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개막 D-4] 기업구단 비해 얇은 선수층…팀 형편 맞춘 색깔있는 축구로 승부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은 전북 현대의 '1강'과 이를 견제하는 포항과 수원 삼성, FC 서울, 울산 현대 등의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팀이 있으면 약팀도 있기 마련이다. 약팀이 일방적으로 '동네북'이 된다면 K리그의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시즌 약체로 평가받는 팀들은 올시즌 강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K리그는 기업구단의 강세와 시민구단의 약세로 정리할 수 있다.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여태껏 기업구단이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진 사례는 없었다. 2012년에는 광주와 상주 상무가 강등됐고 2013년 역시 대구와 대전이 강등의 칼날을 맞았다. 지난해도 경남과 상주가 떨어졌다.

올시즌 시민구단은 남다르다. 8개의 기업구단과 맞서 당당하게 싸우겠다는 각오다. 자금력은 기업구단만 못하고 선수층도 얇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수단 운영과 전술 축구로 생존을 꿈꾼다.

▲ 성남FC는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김두현 등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 변수다. 사진은 성남과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문가들은 올시즌 전력판도를 예상하면서 4약으로 시민구단 팀들을 꼽는다. 5약으로는 시민구단에 부산 정도를 넣는 정도다. 시민구단이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언제나 빗나갈 가능성을 갖고 있다. 만약 시민구단 4개팀이 모두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는다면 기업구단 가운데 최소 한 팀은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지기 때문에 시민구단의 대반격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 시민구단 최초 ACL 출전, 명가재건 꿈꾸는 성남

지난 시즌 중반 '학범슨' 김학범(55) 감독을 영입한 성남은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시민구단 최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의 전폭 지원을 받으면서 성남은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제파로프와 미드필더 김태환이 울산 현대로 떠나고 수비수 박진포, 공격수 이창훈이 군 입대로 공백이 생겼지만 경험많은 선수와 패기있는 유망주들을 대거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인천에서 뛰었던 수비수 박태민과 공격수 남준재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유스팀 출신 수비수 김태윤을 복귀시켰다. 또 브라질 공격수 히카르도 부에노와 루카스, 미드필더 조르징요를 데려와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쳤다.

여기에 지난해 K리그 챌린지 부천FC에서 뛰었던 수비수 한상현과 함께 수원 삼성에서 뛰다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김두현으로 '용의 눈동자'를 찍었다.

특히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의 재회는 큰 의미를 갖는다.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이 바로 2000년대 중반 옛 성남 일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이기 때문이다. 김두현의 영입으로 성남은 중원 리더 부재를 해결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학범 감독도 "김두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는 바로 나"라며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성남의 걱정은 ACL까지 치르는 빡빡한 일정이다. 기업구단에도 버거운 일정을 시민구단이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정규리그와 ACL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했다간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험성도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명가 재건을 자신한다. 이 시장 역시 시민구단 성남을 명문팀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시민구단의 모범 전형'으로 만들겠다는 성남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인천은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김도훈 감독의 조련 아래 늑대축구라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 축구로 맞선다. 사진은 동계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인천 선수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 '늑대축구'로 변신한 인천, 김도훈표 공격축구는

현재 인천의 사정은 매우 어렵다.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시 재정이 크게 줄어든데다 운영비도 제때 마련하지 못해 선수들의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현재 인천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좋지 않다. 박태민과 남준재가 같은 시민구단인 성남으로 간 것으로 비롯해 구본상(울산), 문상윤(전북), 이석현(서울)이 뿔뿔이 흩어졌다. 안재준, 배승진, 최종환은 군 복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인천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남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주역인 설기현과 이천수가 그대로 남아있어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참 선수들은 젊은 유망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신임 김도훈 감독은 '늑대축구'라는 자신만의 공격 색깔을 덧입혔다.

감독 취임 당시 "나보다 골 냄새를 잘 맡는 지도자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던 김도훈 감독은 혼자가 아닌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늑대처럼 모두가 공격에 나서는 늑대축구를 인천의 캐릭터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런 축구를 해야 팬들도 좋아한다"며 "훈련 역시 다함께 공격하고 다함께 수비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결국 늑대축구를 찬찬히 뜯어보면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추구하는 토탈 사커다.

공격 마무리를 지어줄 외국인 선수도 데려왔다. 대전과 전북에서 뛰었던 '벨기에 폭격기' 케빈이 합류했다. 구단의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골 마무리를 지어줄 선수가 필요해 영입했다. 케빈이 대전, 전북 시절 보여줬던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고 전원 공격과 수비로 상대팀을 괴롭힌다면 의외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고 성남 등에서 뛰었던 측면 공격수 김인성도 데려와 공격력을 더욱 강화했다.

▲ 대전은 K리그 챌린지 득점왕 아드리아노와 재계약을 통해 공격력을 유지한데다 이강진을 데려와 수비를 강화,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중위권을 노린다. 사진은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필드 미팅을 하고 있는 조진호 감독(가운데) 등 코칭스태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승격팀 대반란 준비하고 있는 대전·광주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전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에 성공한 광주 모두 내심 중위권까지 넘본다. 상위 스플릿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위권으로 올라가 K리그 클래식 순위 판도를 확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속내는 K리그 클래식 잔류지만 내심 대반란도 기대하고 있다.

대전의 강점은 역시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득점왕 아드리아노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27골을 넣으며 K리그 챌린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이미 K리그 클래식의 몇몇 팀이 아드리아노에 대한 영입 제의를 해왔지만 대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조진호 감독 역시 아드리아노라는 공격 자원이 있어 뒤로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전은 수비도 대폭 강화했다. 임대로 뛰었던 임창우가 원 소속팀인 울산으로 떠났지만 수원과 부산, 전북 등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풍부한 수비수 이강진을 데려왔다. 이미 2013년 대전에서 뛴 적이 있기 때문에 2년만에 복귀다.

광주는 2년 동안 남기일 감독과 함께 맞춰온 조직력에 승부를 건다. 광주는 눈에 띄는 영입은 없었지만 K리그 챌린지에서 함께 했던 주축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베테랑 골키퍼 권정혁과 베테랑 수비수 이종민을 데려와 뒷문을 조금 더 튼튼히 했지만 광주에 문제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격력이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오는 7월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때문에 시즌 초반 원정이 많다. 홈경기도 4월까지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목포축구센터에서 치러야 한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은 "이미 시련은 여러 차례 겪어봤기 때문에 이정도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봐 그것이 가장 걱정된다. 우리의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K리그 클래식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지난해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거쳐 승격에 성공한 광주FC는 2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조직력이 강점이다. 사진은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남기일 감독. [사진=광주FC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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