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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까지 돌아온 김두현, 성남이 다크호스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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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까지 돌아온 김두현, 성남이 다크호스인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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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 오사카전 공격 미드필더 전진배치…날카로운 패스·슛 능력 여전, 주장으로 후배도 이끌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김두현(33·성남FC)이 탄천벌로 돌아왔다. 김학범(55) 감독과함께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성남에서 뛰며 전성기를 보냈던 그가 2008년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으로 떠난 뒤 8년만에 다시 성남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성남 팬 앞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김두현은 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감바 오사카(일본)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 선발로 나와 2-0 승리을 이끈 주역이 됐다.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후반 26분 곽해성과 교체되며 71분 출전으로 끝났지만 8년 만의 탄천 복귀전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김두현의 컨디션은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수원 삼성과 계약기간이 끝나 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개인 훈련을 해왔다. 몸을 만들긴 했지만 팀에서 받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성남 입단식을 가진 것도 지난달 3일이었다. 성남에서 훈련을 받은 뒤 정확하게 3주만에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렀다. 입단식 뒤 딱 한달 만에 탄천벌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몸이 정상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김두현은 그라운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감바 오사카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고 황의조(23)와 최전방 공격수 히카르도의 공격을 지원했다. 또 황의조와 함께 전방부터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압박 수비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 어린 후배들 이끄는 형님 리더십, 성남의 정신적인 지주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을 너무 잘 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성남에서 세 시즌을 뛰면서 2006년 성남의 우승을 이끌어내는 주역이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특히 2006년에는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당시 김학범 감독은 "K리그에서 최고의 미드필더는 단연 김두현이다. 국내에서 김두현을 따라올 미드필더는 없다고 본다"며 애제자를 귀하게 아꼈다.

김두현이 있는 기간 성남은 줄곧 상위권이었다. 2005년 3위와 2006년 우승에 이어 2007년에도 2위를 차지했다. 또 2007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까지 올랐다.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와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더라면 우승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8년 만에 다시 조우한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리더십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김두현도 김 감독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는 패스 미스가 나올 때는 후배들을 격려하면서도 자신 스스로 열심히 뛰면서 독려했다. 엔도 야스히토와 중원 사령관 맞대결에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슛도 번쩍였다. 후반 7분 후방에서 나온 침투패스를 받아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흘렀지만 정확한 침투 타이밍과 슛은 김두현의 클래스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각도만 더 좋았다면 충분히 골망을 흔들 수도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정신적인 면에서 선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선수가 김두현"이라며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구단에 밀릴 수밖에 없는 시민구단의 숙명이 있지만 김두현이 후배들의 정신력을 독려한다면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서도 성남이 다크호스로 자리할 수 있게 된다.

▲ 성남FC 김두현(오른쪽)이 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서 드리블하며 질주하고 있다.[사진=스포츠Q DB]

◆ 앞으로 체력이 관건, 시즌 내내 활약하면 높은 순위 기대

성남 구단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올 시즌 성남의 성적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겠어요"라며 묻곤 한다. 이런 자신감의 근원은 역시 김두현이다.

동계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린 황의조의 득점력과 함께 히카르도 등 브라질 출신 공격수 삼총사까지 가세하면서 성남은 지난 시즌보다 분명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축구 전문가들도 성남의 공격력이 33경기에서 27골에 그친 지난 시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성남을 대전, 광주, 인천 등 다른 시민구단과 함께 '4약'으로 꼽는 것은 역시 얇은 선수층 때문이다. 특히 성남은 다른 시민구단과 달리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성남은 감바 오사카와 경기에서 이러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황의조가 맹활약해줬고 '삼바 삼총사' 가운데 히카르도 역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력이 더욱 번뜩이려면 공격 미드필더이자 중원 사령관인 김두현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문제는 체력이다. 동계 훈련이 완전치 않아 체력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한 노련미 넘치는 플레이로 성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체력은 별개 문제다. 동계 훈련이 충분치 않았을 경우 빡빡한 일정 속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경기력은 의심할 바가 없다. 체력이 관건이다. 체력이 떨어져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성남은 시즌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김두현이 기복 없이 시즌 내내 활약해줄 경우 성남이 4약을 넘어 중위권 팀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은색 홈 유니폼을 입은 성남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다. 김두현이 활약에 따라 성남의 올 시즌 성적도 좌우될 것이다.

▲ 성남FC의 새로운 주장 김두현(오른쪽)이 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15 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서 황의조의 골이 나오자 함께 기뻐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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